블라인드 너머 세상을 향해
차별과 그 차별을 이용하려는 자는 어디에나 있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블라인드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을 볼 수 없고, 밖에서도 그 안을 볼 수 없는 것처럼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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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어둠 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서 마치 바깥세상과 나를 차단하듯 고립을 선택한다. 이 어둠은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나면 언제든 밝혀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려놓은 블라인드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누군가에 의해 그 블라인드가 확 걷혀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혹은 스스로 빛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것인가. 


『블라인드』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두 사람이 연대하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은 액션 스릴러 소설이다.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생생한 장면과 몰입력 강한 문장이 페이지마다 시선을 붙잡는다. 이 소설이 독자에게 자신만의 블라인드를 걷어올리는 일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호선엽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3년 동안 써왔던 작품을 마침내 완성하니 뿌듯하네요. 『블라인드』는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바꿔놓기 시작할 무렵 구상했어요. 바이러스 자체도 무서웠지만, 제겐 서양에서 벌어지는 동양인 혐오 사건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의 배경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인종차별이 없는 세상은 정말 평등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예요. 거기서 소설의 구체적인 설정과 사건들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차별과 그 차별을 이용하려는 자는 어디에나 있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블라인드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을 볼 수 없고, 밖에서도 그 안을 볼 수 없는 것처럼요. 이 소설이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스 홈즈』에 이어 두 번째 소설 역시 장르물입니다. 장르물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동화나 신화, 추리 만화 같은 거요. 그 기조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판타지, 미스터리, 액션 같은 장르물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장르물의 매력은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봐도 재미있지만,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는 거예요. 물론 작가로서 제가 쓴 메시지에 공감해 주시면 더 좋겠지만, 어느 쪽이든 그저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제목인 ‘블라인드’는 어떤 의미인가요?

블라인드는 형용사로 '눈이 먼'이라는 뜻도 있지만, 명사로 '창에 달아 볕을 가리는 물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주인공 유진은 빛을 보면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인물로 선글라스 없이는 낮에 생활하지 못해요. 작품의 제목은 빛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을 뜻하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타인에 의해 빛을 차단당한 주인공들의 상태를 뜻합니다. 바깥 풍경을 모른 채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려놓은 블라인드 안이 세상의 전부였던 주인공들이 하나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 제목을 ‘블라인드’로 지었어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인상적입니다. 주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되었나요?

주요 캐릭터의 일부는 좋아하는 배우들의 외형을 떠올리며 작업했어요. 저만의 가상캐스팅이었죠. ‘닉’은 티모시 샬라메를, ‘시몬’은 피터 딘클리지를, ‘자카’는 칼 어번을 떠올렸어요. 또 다른 일부 캐릭터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이름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유진’은 제가 학창 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님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서 지었어요. ‘지훈’은 블락비 피오님의 본명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과 외형을 모두 빌려온 경우도 있는데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미란’은 배우 라미란님을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나도 덕후 기질이 드러나는 답변이네요. 이 자리를 통해 제 모델이 되어주신 분들께 감사와 양해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영상으로 만들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이 작품이 영화가 된다면 관객들에게 어떤 장면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소설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해서 제 작품이 영화가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장면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좋아하는 장면이 정말 많지만, 이 소설이 한 편의 영화라면 마지막 액션신이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공들인 부분 중 하나거든요. 주인공 유진이 홀로 싸우는 장면으로 액션도 멋있을 것 같지만, 마침내 알게 되는 진실과 이로 인한 유진의 반응이 관객분들께 여운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블라인드 안에선 누구나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는 능동적인 행위가 필요해요. 타인이 대신 올려준다면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빛에 고통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빛을 '정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있는 줄도 몰랐던 세상에 대해 갑자기 너무 많은 혹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정보를 마주하게 되면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차라리 모른 척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여전히 블라인드 안에 머물게 될 거예요. 저는 이 블라인드를 걷어올릴 힘이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세상에 대한 관심이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두 눈 감지 않게 만들 거라고요. 아직 어둠이 익숙한 독자분들께 이 소설이 자신만의 블라인드를 걷어올리는 일의 시작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나름의 철칙을 세웠는데요. 바로 유쾌한 작품과 무거운 작품을 번갈아가며 쓰자는 거예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전작인 『미스 홈즈』가 유쾌한 작품에 속하고, 이번에 낸 『블라인드』가 무거운 작품에 속하니 다음에는 유쾌한 작품을 선보일 차례입니다. 아마도 힐링∙로맨스∙스릴러가 섞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야기하다 보니 얼른 쓰고 싶네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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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