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딘지 모르게 답답했던 도시생활을 뒤로하고 지리산 산청에 터를 잡았다. 그곳에서 저자 김랑은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집과 함께 여러 인연을 쌓아간다. 정성껏 밥을 짓고,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주며, 민박집 손님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한다. 가끔 지칠 때면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느긋함을 즐기는 저자답게 여행지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만끽하며, 보고 먹고 걷는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두 마디 나누며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도 한다. 그렇게 저자의 날들을 짙게 칠해준 인연들이 모여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이 되었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시 ‘인연’입니다. 10년간 자연 민박집인 ‘마리의 부엌’을 운영하면서, 이번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손님으로 맞이했던 분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실까요?
퇴직 후 퇴직금이 다 소진될 때까지 쉬고 있다며 저희 민박집에 혼자 여행오신 분이 계셔요. 처음에는 제 무뚝뚝함에 당혹스러우셨다고 했어요. 그후 거의 한두 달에 한 번씩 오셔서 며칠씩 머물다 가셨는데, 나란히 서서 음식을 같이 해도 마음이 편안한 분이였어요. 늘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씀해주시고 긍정적이신 분이라 어떤 이야기를 전해도 차분하게 말씀하셔서 마음으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또 다른 분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운영 초반부터 민박집이 소소하게 유명세를 타게 된 일등공신인 부부가 있는데요. 그 부부와는 아직도 오가며 서로의 일상도 챙기고, 마리의 부엌에 행사가 있으면 늘 카메라를 들고 오셔서 순간순간을 담아내주세요. 지금까지도 길게 이어오고 있는 인연입니다.
책의 또다른 키워드는 ‘여행’일 텐데요. 선생님께서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또 여행을 떠난다면, 이번에는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가요?
내년 초 여름에는 가족과 손님, 지인들까지 함께 프랑스 중부지방 여행을 계획해두었어요. 앞으로는 좀더 ‘생활 여행자’로 지내볼까 해요. 남편과 의논해서 다음 여행부터는 캠핑카로 다니는 것을 계획했고요. 저는 틈날 때마다 구글 지도를 살펴보면서 나라별로 소도시에 표시를 해두고는 떠날 때 그 표기들을 기반으로 목적지를 정해요. 한 도시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그곳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밥을 만들어먹고 지내다옵니다. 저희 부부는 작은 시골 마을을 좋아합니다.
책에서 <강가에서 너를 지켜봤듯>처럼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동생과 가족들도 원고를 읽어보셨을까요? 글을 읽은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부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서 그런지, 아이는 첫 장부터 계속 울었어요. 부모님이 이렇게 살아내신 줄 몰랐다며, 행복한 시간이 너무 많아서 힘들게 살고 있는 걸 몰랐다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동생은 눈물이 나서 선뜻 책을 볼 수가 없었다네요. 동생이 읽다 우는 걸 보고 제가 울까봐 읽는 모습을 옆에서 보지 못했어요. 힘든 삶에 수고했고, 잘 견뎌줘서 고맙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는 감상평을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따뜻하다고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책에 담긴 만큼, 작가님의 어린 시절과 자녀분의 오늘날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집필하시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하나둘 이야기를 적다보니 아이와 해보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너무 금방 자라버려 같이 못한 게 정말 많더라고요.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본문에도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하루하루 의미가 있었든 없었든 모든 게 쏜살같이 사라져서, 나는 여기쯤 와 있고 어느새 아이는 훌쩍 자라 우리 품을 떠날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직도 함께 하고팠던 게 엮어둔 굴비처럼 줄줄이 있는데, 이제는 할 수가 없네. 앞으로의 시간을 잘 나누는 수밖에 없겠지.”(27쪽)
지금 아이가 옆에 있다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자주 눈 맞추고 안아주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도시를 떠나 지리산에서 사신 지 10년이 되셨지요. 자연에서 살아가며 가장 행복하셨던 순간이 있으셨는지요?
눈물 나도록 충만한 기쁨의 시간이 참 많았어요. 마당에 햇살이 들어올 때, 함박눈이 살포시 내릴 때, 마당에 테이블이 놓이고 그 위에 꽃을 놓고, 그 옆에 식기와 음식을 차려지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웃고 서성이고 있을 때. 손님들이 다 떠나고 오롯이 우리 가족만 남아 볼륨 높여 음악을 켜놓고 멍하니 있거나 책을 읽을 때, 바람이 순하게 발가락 사이를 지나갈 때… 어쩌죠, 너무 많은 걸요.
‘시골살이’는 많은 분들의 로망이지요. 실제로 지리산에서 ‘지란지교의 친구’를 만나시기도 했지요. 하지만 분명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시골살이가 만만하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또 아직까지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귀촌을 꿈꾸신다면 당장 땅이나 집을 사는 것보다 일 년 살이를 하며 사계절을 다 살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확실하게 원하는 지역이 있다면 그곳에서 지내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런 다음에도 마음에 들면, 그때 집을 사거나 땅을 사서 집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어떤 면에서 갑작스럽게 시골살이를 시작했지요. 운 좋게 좋은 면이 훨씬 많은 선택이었지만, 제가 다시 귀촌한다면 그러고 싶어요.
내년 1월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책에서 미국에서의 여행 목표가 ‘여행지에서 밥 해 먹기’, ‘그저 한 달을 살아보기’라 하셨는데요. 앞으로의 여행에서 어떤 장면들을 기대하고 계실까요?
‘마리의 부엌’ 손님으로 알게 된 지인의 집에 머물게 된 것이에요. 그래서 아이와는 꼭 요리해보려고 해요. 제 개인적인 목표로는 지인분께서 이웃들과 북토크 겸 쿠킹 클래스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셔서 계획 중입니다. 남편은 한두 집으로부터 담장이나 덱 공사를 의뢰받았어요. 우리 둘이 그곳에서 받은 소정의 비용으로 여행 경비의 일부는 마련될 것 같아요. 정말로 그곳에서 살아보기가 되겠지요.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한 도시에서 한두 달 머물며 정말 그 속에서 생활하다 돌아오는 여행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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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출판사 | 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