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댕댕이』의 김중희 작가는 독일 가정의 병원 의료 팀장이자 18년 차 한국 요리 강사이다. 그리고, 똥꼬발랄 개나리와 함께 살며 큰 개 트라우마를 극복 중인 초보 집사다. 나리를 만난 이후 하루하루가 달라졌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늘은 댕댕이』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댕댕이』가 첫 책이라고 들었는데요,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감사합니다. 모든 처음은 서툴고 모르는 게 많아 신기한 것 천지잖아요. 나리가 우리 집 첫 반려견이거든요. 첫아이를 품에 안은 새내기 엄마가 육아 일기를 쓰듯 카카오 브런치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에 나리와의 변화무쌍한 일상을 차곡차곡 담았어요. 기록해 두지 않으면 그 순간들을 잊어 버릴 것만 같아서요. 그렇게 글이 하나둘 모여 쌓여 가던 어느 날 멋진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 출간하게 되었어요. 제게 꿈 같은 일이 일어났지요.
독일에 계시면서 한국에 있는 출판사와 책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책 작업을 하셨나요? 혹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한국에 있는 출판사와는 서로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잘 아시겠지만, 한국과 독일은 8시간이라는 시차가 있잖아요. 아침에 눈을 뜨면 편집자님으로부터 메일이 도착해 있고 제가 답 메일을 보내면 그다음 날 다시 그 메일의 답이 오는 그런 식이였죠. 작업하면서 드라마 <시그널>이 자주 떠올랐어요.
그 드라마에서는 각기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협력하여 사건을 풀어나가잖아요. 저희는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긴 하지만, 시차가 있고 인터넷 상황이 달라서 마치 시공간을 넘나들며 연결되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받는 답장은 크리스마스 날 아침 머리맡에 놓인 선물처럼 특별했지요.
책의 부제가 ‘반려동물 천국 독일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집사 성장기’인데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스스로 어떤 점이 성장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리와 함께하면서 먼저 이웃의 범위가 넓어졌어요. 이전에는 옆집, 앞집 정도가 이웃이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세 번 나리와 산책하러 다니며 만나는 한두 블록 떨어진 곳에 사는 분들과도 안부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되었답니다. 또 환경 오염과 다른 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어요. 예전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길거리나 풀밭 사이에 떨어져 있는 깨진 유리 조각, 쓰레기 등을 치우게 되더라고요. 나리가 다치거나 주워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 나리가 아닌 다른 동물들이 다치거나 먹을 수도 있고요. 또 산책을 하다가 나리가 멈춰 설 때가 있는데, 나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밤길을 지나가는 고슴도치도 보게 되고, 가로수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나 정원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새들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생명이 함께하고 있더라고요. 나리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아요.
현재 작가님과 나리는 독일에 거주하고 계시는데요, 독일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 그렇게 느끼시나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으로서 이건 참 좋다고 생각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이나 규정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네, 확실히 독일은 반려견과 함께 살기 좋은 환경 같아요. 보행자를 위한 길이 넓고, 공원뿐 아니라 거리에도 풀밭과 나무가 많거든요. 특히 지역마다 반려견들이 자유로이 뛰어놀 수 있는 강아지 숲 같은 공공장소가 있고, 그 근처에는 배변 봉투함이 비치되어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요.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집으로 데려옴과 동시에 살고 있는 시의 강아지 담당 관청에 등록해야 해요. 이때 견종, 예방 접종 기록과 내장칩 등의 인식 번호 등이 기록된 팻패스를 제시해야 하지요. 지역별로 반려견 규정과 세금 비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반려견은 시에 등록해야 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그렇게 낸 세금은 강아지 숲과 배변 봉투함 등의 시설과 복지를 위해 사용되고요.
이렇게 강아지 등록 의무 규정이 있어서 유기견 발생이 적고, 반려견도 세금을 내다 보니 반려견들을 위한 보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라일라와 루비, 나딘 할머니와 라라, 그리고 섀도 이야기를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성숙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요, 단지 예쁘거나 귀여워서가 아니라 평생 내가 책임지고 함께할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을 반려해 온 세월이 길어요. 그렇다 보니 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 가는 데 있어 우리보다 훨씬 익숙합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게 되지요. 가령 아무리 귀엽고 예쁜 반려견이 곁을 지나간다 해도 뛰어가서 덥석 만지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교육을 해요. 먼저 견주에게 만져도 되는지 묻고 강아지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고 인사를 나누는 것을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오래도록 깊이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한 달 사이 나리는 넘버 2가 되어 있었다’에서 보면 반려견 호텔에서 한 달간 지낸 나리가 넘버 2가 되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왜 넘버 1이 아니라 2인가요?
그 반려견 호텔은 케빈 훈련사 부부가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에요.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다른 훈련사도 여럿 계시지만 그분들은 출퇴근하시고 케빈 훈련사 부부는 호텔 이 층에서 '프린스'라는 보더콜리 반려견과 함께 살지요. 그러니 그 호텔이 집인 그분들의 반려견은 이름 그대로 그 호텔의 왕자님이자 넘버 1이랍니다. 알고 보니 나리는 프린스와의 친분 덕분에 그때 용케 넘버2로 승진(?)했던 거였어요. 하지만 겁만보인 녀석이라 조금 사납거나 덩치 큰 개들을 만나면 여전히 슬금슬금 뒤로 엉덩이를 뺀답니다.
반려견과 함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꾸준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살다 보면 매일 매 순간이 똑같을 수 없고 돌발 상황도 자주 만나지잖아요. 어느 날은 춥고 비가 와서 산책하러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또 친구와 맥주 한잔하고 싶은 날도 있고, 갑자기 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개들은 저마다 루틴이 있고, 그 루틴대로 하는 걸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산책하러 나가는 그런 일들이요. 그래서 가능한 같은 루틴을 만들고 꾸준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네발 달린 털북숭이들과 가족으로 살 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양보해야 하는 것도 많고 때로 달콤한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순간도 만나게 되지만 말이죠.
책에서도 느껴지지만 굉장히 유쾌한 성격이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긍정 에너지를 많은 분들이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웃음은 많지만 걱정이 취미인 사람이에요. 그러나 나름 재밌게 살고 싶어 노력하는 편이지요. 우리 독자님들도 언제나 웃음 가득한 나날들이 되시면 좋겠어요. 특히나 말은 못 하지만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이 온몸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반려견과 함께인 반려인들 또는 함께하려는 예비 반려인분들, 응원합니다. 독일 반려견 학교에 처음 갔던 날, 반려견 훈련사인 한스가 저희에게 해 준 말을 여러분께도 전해드려요.
“손으로 리드줄을 잡았을 때는 언제나 허리를 곧게 펴고, 머리를 높이 들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걸으세요. 그러면 반려견이 당신을 믿고 따를 겁니다!”
* 본 콘텐츠는 AI 학습 및 데이터 활용을 금지합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