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기꺼이 끝까지 걸어온 당신에게
우리 모두의 최선은 여기까지임을 가만히 인정하는 겨울. 『겨울 마침표』를 읽으며 이 계절이 조용히 해내는 일들의 위대함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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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카피라이터, Apple 콘텐츠 에디터를 거쳐, 현재 LG전자 글로벌 총괄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박솔미 작가의 신간 『겨울 마침표』가 출간되었다. 회사원, 엄마, 작가 등 여러 정체성으로 삶을 굴리는 박솔미 작가는 봄을 감싸는 향, 여름을 달구는 태양, 가을을 입히는 단풍 같은 사계의 풍류를 넋 놓고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계절을 배경 삼아 사진이나 몇 장 찍어두고, 최종 목적지인 겨울을 향해 열심히 삶을 굴릴 뿐이다. 하루치 해야 할 일, 또 하루치 해내고 싶은 일들을 꼬박꼬박 달성하며 사랑하는 겨울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겨울에 이르러서야 편히 호흡을 고른다.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계절이기에. 도무지 언제부터 뿌리내린 건지 짐작하기 힘든, 깊고도 단단한 착실함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일터에서도, 일상에서도 꾸준히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매만지는 일을 하는 박솔미 작가가 겨울마다 멈추어 삶을 섬세하게 돌아보는 이야기를 만나보자.




겨울이라는 계절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셨어요여는 말에서는 '사계절  오직 겨울만 좋다' 하셨는데요겨울을 특별히 사랑하게  이유가 있으실까요겨울의 매력을 마음껏 자랑하며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겨울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저에게 대단한 해방감을 줍니다. 왠지 '봄'이나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해야 정답일 것 같으니까요. 춥고, 시리고, 저무는 겨울을 좋다고 말하는 것은 한 해를 담담히 마무리할 준비가 되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을 충실히 살아낸 나 자신에게 이러한 '태도'를 대접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겨울을 향한 저의 애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책 『겨울 마침표』를 썼습니다. 남들을 추월하며 막힌 길을 뻥 뚫고 달리지는 못했으나, 제트기를 타고 날아가는 새 역사를 쓰지도 못했으나,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기다릴 것들을 기다리며 계속 걸어온 우리 모두가 마침내 도착한 겨울. 이 계절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머금어 보며, 2024년에 동그랗고 분명한 마침표를 찍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겨울' '마침표'라는 단어를 붙여 제목을 완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마침표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나요

마침표라고 하면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속성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우리가 겨울이라는 계절을 오해하는 방식과도 비슷해요. 하지만 조금만 지경을 넓혀 생각해 보면 겨울도 마침표도 전혀 반대의 의미를 지닌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침표는 마침내 다음 문장의 시작점이며, 겨울 그다음에는 새로운 봄이 이어질 차례니까요.

 

우리의 삶을 책 한 권으로 빗대어 볼까요? 일 년이 한 줄의 문장이라면, 잘 살았음에 대한 확신은 마침표입니다. 끝까지 걸어온 자신을 너그럽게 인정하고, 여기까지의 최선을 마침표로 담담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새해부터는 새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적절히 맺지 않으면 문장이 늘어져 요점을 잃고 흐트러지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우리에게 구간마다 한숨 돌리며 갈무리할 여유를 주는 겨울과 마침표야 말로 삶이라는 책을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써 내려가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꺼이 끝까지 걸어온 당신에게'라는 부제가 마음에 와닿더라고요읽어주셨으면 하는 독자님을 떠올린  같아요어떤 분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지어떤 감상을 느꼈으면 좋겠는지  바람을 들려주세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점점 더 또렷해지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바로 '끝까지 계속하는'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순간적으로 천재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당장에 주목을 끌지 못하더라도 누구보다 더 멀리, 저 끝까지 기어코 가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자는 어느 정도 운을 타고나야 하지만, 후자는 누구나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후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도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끝까지 걸어온 사람들. 멈춰 서지 않고, 어디론가 달아나지도 않으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한 해를 완주한 모두가 『겨울 마침표』를 읽고 공감하길 바랍니다.

 

책에는 겨울에 떠난 여행겨울마다 읽는 겨울 방학의 추억겨울을 닮은 사람  겨울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습니다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나 구절을 소개해 주세요

'겨울방학'이라는 시간을 누릴 수 있었던 때를 애틋하게 기억합니다. 이제 와 돌아보니 꿈결같이 보드랍고 넉넉한 자유의 시간이었네요. 겨울방학에는 주로 따뜻한 집안에 머물며 종일 라디오를 듣곤 했어요. 날짜와 계절, 심지어 시각에 따라 세밀하게 구성된 라디오 프로그램들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저의 몸과 마음은 쑥쑥 자라났습니다. 그 시절, 할머니께서 방 한편에 시루째 놓고 키우시던 콩나물들처럼요.

 

콩나물을 키우는 법은 꽤 간단합니다. 소쿠리에 콩을 가득 넣어 놓고 물을 붓고 햇빛이 들지 않도록 검은 천을 덮어두면 됩니다. 물은 빠른 속도로 콩을 스쳐 흐르며 시루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데도, 콩은 마침내 콩나물로 자라납니다. 콩나물이 크는 방식과 흡사하게 저 역시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주변을 의식하며 세상만사를 살피기보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야기에 집중하며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말이죠.

 

카피라이터로 일하시면서 작가로서도 꾸준히 책을 집필하고 계세요일터에서도 글을 쓰고 일상에서도 글을 쓰는  힘들진 않으신가요일과  사이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남겨 세상과 나누는 일은 저에게 순수한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글을 쓰는 일 자체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힘들었던 적은 있었지만요. 특히 일로써 글을 쓰다가 그런 난관에 봉착했을 때의 해결책이 바로, 작가로서 개인적인 글을 써 두는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좋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조금 색다른 방향에서 그 활동을 꾸준히 좋아하도록 하는 거죠. 

 

이것도 써 보고, 저것도 써 보되 전혀 안 쓰는 날들은 없도록 하는 제 나름의 지혜와 균형감각이 저를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에는 닥치는 대로 다 써보며 '많은 양'으로 균형을 잡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글과 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작업을 섬세하게 골라내는 안목도 키우려고 해요. 나와 나의 글이 가진 가치를 지켜주는 것은 양보다는 '질'이라는 걸 깨닫고 있기 때문이에요.

 

 해의 끝자락나이에 대한 생각을   수가 없습니다. '   먹는 ' '일년치  또렷해진 삶의 의미를 쥐고 나아간다' 표현하신 것에 위안을 받았어요작가님은 나이를 먹는  두렵지 않으신가요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안의 주니어 깨뜨리기'가 목표였어요.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그래서인지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늘 누군가의 지시와 코멘트에 맞게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어요. 이제는 온전히 스스로 결정할 때가 되었음에도 누군가가 허락하고 인정해 준 길로 가는 것에 익숙해진 거죠. 이걸 깨닫는 순간, 제 안의 '주니어 근성'을 깨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나만의 방식, 나만의 방향, 나만의 정답이 있다면 그대로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확언하고 있습니다. 제 삶의 총책임자는 저라는 사실도 늘 리마인드하며요. 여태 살아오며 제가 정당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신뢰하고, 내 나름의 소신 있는 선택들을 해 나가는 것. 거기서 오는 성공도 실패도 모두 내 인생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준다는 넓은 시각으로 전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나이가 해 주는 멋진 일들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나이 드는 게 기쁘답니다.

 

마지막으로올겨울 작가님은 어떤 마침표를 찍고 싶으세요내년에 새로  내려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올해는 넉넉한 마침표를 찍고 싶어요. 겨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겨울 마침표』라는 한 권의 책으로 펴내고, 드디어 이 계절이 하는 위대한 일들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마침표가 가진 의외의 매력들, 겨울이 가진 새로운 면모들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어 기뻐요. 겨울이 저에게 준 여러 가치들을 누리며 지금의 제가 되었으니, 저 역시 이 계절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널리 알리며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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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