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가이자 가수인 박학기 작가는 공연 프로듀서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에 발표한 2집 앨범에 수록된 ‘아름다운 세상’은 따뜻한 멜로디와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로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처럼 우리 모두 세상의 주인공임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지었고, 이제는 그림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세상』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무척이나 유명한 노랫말을 그림책으로 출간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요즘 세상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낄 때마다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느낌이 들어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콘텐츠가 부족한 게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기 힘들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동요보다 가요를 훨씬 더 많이 따라 부르잖아요. 그런 점에서 동요는 아니지만 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노래가 아닌 책으로도 독자들이 희망과 따뜻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면, 무엇보다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텔레비전 출연 말고도 공연과 공연 프로듀싱, OST 작업 등 활발하게 활동하셨지만, 책을 출간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건 처음입니다. 어떤 계기로 그림책을 출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노래와 그림책, 특히 노랫말과 그림책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가의 생각을 시처럼 짧은 문장에 함축시켜 청자에게 전하는 노랫말과, 한 장의 그림으로 화가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그림책은 공통분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책을 낼 수 있다면 그림책이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어요. 아시는 분이 많진 않지만, 또 제가 미술을 전공했어요(웃음). 그래서 항상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먼저 그리고 난 뒤에 노랫말과 멜로디를 떠올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제가 떠올린 이미지 이상으로, 김유진 선생님께서 훌륭한 장면들을 구성하고 그려 주셔서 무척 감탄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 노래를 검색하면, 팬이 선물한 안개꽃 꽃다발을 보며 이 곡을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항상 따라옵니다. 노랫말을 쓰고, 노래를 작곡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언제 이야기가 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안개꽃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게 맞아요. 제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을 때였어요. 팬 분들이 꽃다발을 엄청 많이 주셨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받은 꽃다발을 어머니께서 보시더니 “어머, 안개꽃이 정말 예쁘구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장미꽃 꽃다발이 유행이었고 안개꽃은 그저 장식처럼 들어가 있었단 말이에요? 그때 머릿속에 팍 전기가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안개꽃은 한 송이가 아니라 여러 송이가 모여 아름다움을 뽐내고 또 다른 꽃의 아름다움을 밝혀주듯, 무수한 사람들이 세상의 주인공이구나. 이 느낌을 노래로 만들고 싶다.’ 이 생각에 작곡과 작사를 하게 되었어요. 저한테도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책 출간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이들을 언급하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주 오래전, 혼자 살 때 전 늦잠 자는 걸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늦잠을 자고 느지막이 일어날 때면 항상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지요. 아이들 웃음소리를 알람처럼 들으며 일어나는 순간이 참 좋았어요. 사실 늦잠이 좋았던 게 아니라,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려고 기다렸다고 표현하는 게 더 낫겠네요. (웃음)
그리고 이제 누군가 저한테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라고 물으면 두 딸과 함께했던 순간이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저에겐 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경험이 가장 소중하거든요. 생각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지요. 그러니만큼 ‘아름다운 세상’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겠어요?
‘아름다운 세상’은 초등학교·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번갈아 실릴 정도로, 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멜로디와 가사가 쉬워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비결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제가 부른 것보다 동료 가수들이 리메이크하고, 유명 애니메이션에 삽입되고, 외국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는 등 여러 도움을 받은 게 크다고 여겨져요. 사실 교과서에 실렸다는 사실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된 거라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교과서든, 음원이든, 그림책으로든, 제 노래를 접하고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는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노랫말을 쓴 작사가로서 대표적인 구절을 뽑으신다면 어떤 부분을 뽑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권유하는 데에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노래 ‘아름다운 세상’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안개꽃의 역할이 매우 컸어요. 그래서 굳이 꼽자면, ‘함께 있기에 아름다운 안개꽃’ 구절을 고르고 싶어요. 음악은 남의 소리를 잘 듣는 게 무엇보다 먼저예요. 그래야 화음이 나오고 훌륭한 노래가 완성되지요. 노랫말이 담고 있는 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게 나를 배려하는 게 되고, 나아가 서로를 빛나게 만드는 세상이 오게 되니까요. 막상 노래를 만들 땐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웃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어린이와 어른 모두 공감하고 따라 부르는 노래가 되었더라고요.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고 해도, 따뜻하고 아름답고 희망찬 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림책 『아름다운 세상』은 노래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노래 제목을 이렇게 정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단순한 말일수록,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상, 누구나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게 말 그대로, ‘아름다운 세상’인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세상’ 은 노래를 좋아해 주신 많은 분들이 만들어 준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사·작곡은 제가 했을지언정, 노래를 완성시켜 준 건 따라 불러 준 수많은 팬 분들이에요. 이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그만큼 가수로서 제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나 노래는 세대를 막론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사장 손쉬운 방법 중에 하나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쭉 어른들도 아이들도 함께 부를 수 있는 밝고 행복한 노래를 만들고, 또 부르고 싶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ming
202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