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타인을 웃기기 위해 자신은 쓴웃음을 짓는 것"
어떤 대상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건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때론 거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다정함이 묻어 있다면 사람들은 웃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농담이 아니라 싸구려 말장난이 되겠지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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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방송작가로 일하다 보니 코미디언이나 배우를 위한 대본을 쓰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서서히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내 안에 내재된 욕구,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 노트나 문장, 감상들이 차곡차곡 쌓이던 중 ‘브런치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접하고 글을 쓰게 됐습니다. 때마침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덕에 강한 동기가 생겼고요. 저는 특정 목표가 있어야 몰입과 집중이 잘 되는 편이거든요.


처음 대상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궁금해요. 언제 어느 순간에 소식을 들었고, 처음 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원래 메일함이란 것이 99%의 광고, 스팸메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왔으면 하는 메일들만 따로 모아 폴더로 정리해 즐겨찾기를 해놓곤 합니다. 브런치스토리 계정도 그중 하나였어요. 브런치북 대상이라는 영예는 너무나 달콤하고 탐나는 열매였습니다. 어느 날 샤워를 하고 핸드폰을 만졌는데 브런치스토리 계정으로 메일 하나가 와있다고 알림이 와있었죠. 마치 로또에 된 것처럼 눈이 번쩍 뜨이면서 메일함을 열었습니다. <엄마 없는 농담> 브런치북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더라고요. 몇 번을 다시 봐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더군다나 엄마의 기일을 며칠 앞두고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많은 독자에게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코미디 작가는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 작가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그 일의 여러 면모를 책에서 발견할 수도 있나요?

코미디 작가는 코미디 대본을 쓰는 사람입니다. 사실 지금 한국에 남아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대다수 코미디언은 유튜브로 가 스케치 코미디나 자신의 콘텐츠를 손수 제작합니다. 이렇게 몇 없는 코미디 프로에서 일한다는 것은 고독하면서 자부심 있는 일인데요. 코미디 대본은 다른 장르보다 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몇 초에 한 번씩 사람들을 크게 웃겨야 하거든요. 보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집단 창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여러 작가가 선후배를 막론하고 하나의 대본을 향해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혹은 덜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가끔 상처받기도 하는데요. 타인을 웃기기 위해 자신은 쓴웃음을 짓는 것. 그러한 아이러니 같은 것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코미디 작가로서 활동 중이시지만, 책을 작업하는 일은 처음이어서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내 글이 책이 되는 과정은 어땠나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건 항상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기획은 즐거웠지만 역시 집필은 쉽지 않았습니다. 콘텐츠의 대상이 다름 아닌 내 인생이잖아요?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꼭 넣고 싶었다가도,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또 불필요한 경우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글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지울 수 있는 SNS와 달리 활자로 인쇄되어버리는 출판의 과정은 꽤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좀처럼 판단이 되지 않는 경우는 편집자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방송작가 경험을 통해 타인에게 피드백 받는 게 저한테는 익숙하거든요.



‘엄마 없는 농담’이라는 제목이 유난이 눈에 띄고 그 의미를 곰곰 짐작해보게 만듭니다.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고, 어떤 의미를 담으셨나요?

엄마의 부재를 주제로 한 제목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너무 감상적인 제목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코미디는 마치 시와 같아서 좀 더 압축적이고 밀도 높은 제목이 필요했습니다. SNL로 방송작가를 시작해서 그런지 저는 어떤 아이디어를 짤 때 사회적 시류를 덧대서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서 농담처럼 통용되고 있는 ‘엄마 없냐?’, ‘엄마 없네.’ 같은 표현(소위 패드립이라고 하는)이 불현듯 떠올랐고, 자조적이고 아이러니한 느낌을 담아 지금의 제목이 탄생했습니다. 엄마가 없는데 웃으며 살아가는 내가 모순적이잖아요. 마치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내 인생에 더없이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에게 ‘농담’이란 무엇인가요?

재미있는 것과는 다른, 그야말로 ‘웃긴 것’입니다. 그 방면은 다양한데요. 너무 짠해서 웃길 수도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방식으로 웃길 수도 있습니다. 책에도 쓴 내용인데 ‘농담이란 때론 거칠지만 대상을 대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처럼 어떤 대상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 건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때론 거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다정함이 묻어 있다면 사람들은 웃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농담이 아니라 싸구려 말장난이 되겠지만요.


책의 마무리에 새롭게 도전하는 ‘만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담과 관련하여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독자님들이 어떻게 읽으시면 좋겠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제 바람이긴 하지만, 앞으로 메타코미디라는 코미디 레이블과 협업하여 만담 공연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홍대에 위치한 메타코미디클럽에서 오디션에 합격한 여러 팀과 함께 무대에 서는데요. 덕분에 자극도 되고 배우는 점도 많아 자연스럽게 만담에 대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다고나 할까요. 제가 속한 만담 팀인 ‘제로코미디’의 이름을 달고 단독 공연을 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그 정도면 만담으로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같이 하는 만담 파트너인 준형이 형이 현재 백수(대학원생)라 수입이 시급하거든요. 저는 항상 콘텐츠를 생각할 때 1순위의 기준을 ‘재미’로 상정하며 살아와서인지 사실 무엇보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중간중간 저의 부침과 아픔, 부재에 대한 글을 통해 독자님들이 약간이나마 공감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슬픔과 농담이 반죽처럼 섞여 있는 이 책을 머리보단 가슴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힘은 이성보다 감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여러분의 가슴속이 조금이나마 데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민

오랜 시간 꿈꿔왔던 코미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SNL 코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코미디 로얄’, 티빙 오리지널 시트콤 ‘어른 연습생’ 등의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쓴맛 나는 커피와 쓴맛 나는 코미디를 사랑한다. OO 없는 인생의 쓴맛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쓰디쓴 농담 같은 글을 쓰고 싶다.

* 김현민 작가 브런치스토리 : https://brunch.co.kr/@mofbes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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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