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특집] 엄마, 나 이제 소고기 안 먹을래!
지금은 용감한 결정과 실천을 해야 할 절실한 때이다.
글ㆍ사진 강희원(환경재단 전문위원)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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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채널예스에서 환경의 날을 맞아 전문가에게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습니다.


"엄마, 나 이제 소고기 안 먹을래!"

올해 만 12살인 막내가 선언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고 내린 결론이다.



환경 일을 하는 엄마를 둔 아이로서 기후변화문제를 위해 자기도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본인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자신이 먹는 음식을 선택하기.


환경의 날을 맞아 새삼 환경문제를 생각해 본다. 아니, 환경의 날이 아니어도, 국제적환경위기 쌍두마차인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파괴는 벌써 비싸진 음식값, 기상이변의 신기록 갈아치우기, 기후난민 등으로 우리의 삶 속속들이 파고들고 있다.


이 두 위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 인간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했던 행위들의 결과이다. 화석연료를 써서 전례 없는 양의 에너지를 생산했고 인간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기 위해 불과 몇 가지 동물과 식물로 전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 파괴는 자연이 스스로 기후를 조절하는 능력을 감소시켜 기후변화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우리는 뭘 했을까?

유엔에서 국가들을 모아 기후변화는 29년, 생물다양성은 16년동안 매년 만나 해결하고자 노력해오고 있는데, 29년이면 정말 긴 시간이다. 영화 을 보고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우리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처음엔 과학자들이, 지금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를 해왔다. 심지어 공룡을 유엔에서 발표하게 함으로 “우리는 멸종되었지만 인간은 아직 기회가 있다”라고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시도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이해하는 경제학자들은 ”추후 기후변화의 피해가 지금 기후변화를 막는데 쓰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그러니 손해보지 말고 지금 투자해라“하고 경고했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 느리게 대응한다. 아마 모두 당장의 내 생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당장 내 이익과 편의가 미래의 재앙보다 더 강한 행동의 동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정부가 잘 해결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국가규모의 에너지 전환, 대규모 생태계보호는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속히 전기공급망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가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식량생산을 regenerative(재생) 농법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리고 생물다양성협약의 중요한 약속조항인 30x30 즉, 국토와 해양의 30%씩을 지정, 보호해야 한다. 자연히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서식지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인류는 건강한 생태계의 금쪽같은 혜택인 기후조절, 생물다양성, 탄소흡수, 오염정화, 기후적응 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재단이 준비한 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작은 이렇게 자연을 ”그냥 내버려“두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20년 넘게 해온 실험이자 도박을 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오래된 농사와 축산으로 더 이상 경제가치가 없어진 척박해진 땅을 자연에게 되돌려 주기로 한, 이 용감한 결정은 주변이웃의 심한 반대를 겪었지만 결국 생태계 복원이 되면서 많은 혜택을 그 지역 및 과학계에 선물하고 이 부부에게 더 큰 경제적 수입을 주었다. 한국에도 여의도에 수달이 돌아왔다. 조그만 숨쉴 공간을 자연에게 선물한 결과이다. 자연은 기회만 주면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준다. 너무 늦기 전에 자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


12살 아이도, 영국 농장부부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 실천하고 있다. 나도 소고기를 식단에서 완전히 제할 자신은 없지만 아이를 돕겠다 했다. 환경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 했다. 우리집이나 땅이 생기면 태양광도 달아보겠다 했다. 싸다고 쓸데없이 물건 사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생산된 것들을 골라서 사서 오래 쓰겠다 했다.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어 보겠다 했다. 주식투자도 친환경으로 하겠다고 했다.


외환위기때 금을 모아 위기를 이겨낸 것처럼 십시일반 우리가 가진 힘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 힘이 있으면 정책을 바꾸고, 돈이 많으면 투자를 기후문제 해결에 필요한 곳에 하고, 말을 잘하면 왜 위기인지 어떻게 우리 미래가 영향을 받을지 알리고, 공부를 잘하면 연구를 하고, 친구가 많으면 그들을 바꾸고, 물건을 사면 잘 사고, 끼니를 먹으면 채식위주로 먹고.


지금은 용감한 결정과 실천을 해야 할 절실한 때이다.



참고 : Ritchie, H., & Roser, M. (2020)."Environmental impacts of food production." Our World in Data. 소고기 1kg 생산 시 약 99.48kg CO2eq의 온실가스가 배출. 이는 829km를 자동차로 운전할 때 나오는 탄소량과 같음. 소고기 1kg의 물 사용 약 15,415리터: 약 154일 동안 매일 샤워하는 물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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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원(환경재단 전문위원)

대기과학과 국제학을 공부하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살았다. 한국에서 환경재단 국제협력 전문위원으로 근무중. 최근 관심사는 다음세대의 지구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