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향한 호소문과 일기, 픽션이 뒤섞인 글이 소설로
제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던,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마음들이에요. 이 마음들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모두가 제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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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 사진: 이화여대

청소년소설 『네가 되어 줄게』는 엄마와 딸이 서로의 중학생 시절을 체험하며 겪는 ‘영혼 체인지 타임 슬립’ 소설이다. 십 대와 사십 대의 두 주인공이 정체를 숨긴 채 주변 인물들과 엮어 가는 사건들이 한 편의 시트콤 같으면서도, 인물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말줄임표에 담긴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은 섬세하다. 흥미로운 점은 딸이 현재의 엄마 몸이 아닌 1993년의 엄마 몸으로 들어가 당시 시대를 체험한다는 것. 십 대의 딸이 있는 조남주 작가에게 이 소설은 어떤 의미일까?



갈등을 겪던 십 대의 딸과 사십 대의 엄마가 서로의 중학생 시절을 체험하며 겪는 사건이 흥미로웠어요서로가 대신해 준 일주일이 둘의 세계를 변화시켰는데요코믹한 장면이 많아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습니다흔한 질문이지만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정말 궁금합니다

중학생인 딸의 방학 기간이었습니다. 딸이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어요, 하염없이… 폰 좀 그만 보라고 말하고 싶더라고요. 꾸욱 참고 베란다 정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책도 읽었지만, 신경은 온통 스마트폰을 하는 딸에게 가 있었습니다. 이러다 정말 내 입에서 한 소리 나오겠다 싶어 노트북을 열고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그 방학 내내 딸에게 뭔가 지적하고 싶을 때마다 일기와 호소문과 픽션이 뒤섞인 정말 이상한 글을 두서없이 썼는데, 방학이 끝나고 보니 분량이 상당했습니다. 하하. 그냥 버리기 아까워 소설 형태로 고쳐 보았습니다.



엄마와 딸의 모습이 꽤 현실적이어서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실제 인물들의 일기에서 훔쳐온 문장처럼 생생했고요어떤 부분은 저자의 자기반성이 아닐까 의심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소설을 쓰면서 이건 정말 내 얘긴데싶은 부분이 있었나요

소설 속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거의 다 제가 해 본 말인 것 같은데요. 사실 여기저기 숨어 있어 어느 한 부분을 꼽기 어렵지만, 그래도 말하자면 ‘나는 윤슬이에게 사랑을 주려 애쓰고, 동시에 엄마의 사랑을 받는 윤슬이를 질투하고, 그러면서도 내 노력을 멈추지 못했다.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윤슬이가 부럽고 궁금했다.’ 제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던,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마음들이에요. 이 마음들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부정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모두가 제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겠어요, 유치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인 채로 또 엄마의 최선을 다해야죠.


소설을 집필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엄마와 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편을 들어주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 속 엄마와 딸, 최수일과 강윤슬, 이 두 사람이 다 너무 좋았습니다. 뒤죽박죽이던 처음의 원고를 소설로 다시 쓰기로 마음먹고 최수일과 강윤슬이라는 이름을 붙인 순간, 한 걸음 밖에서 이들을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최수일의 노력과 진심을 알 수 있었고, 강윤슬의 가능성과 장점도 잘 보였습니다. 그래서 최수일을 변호해 주고 싶고, 못 했던 말들을 다 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윤슬이가 진짜 귀여워서 쓰면서 혼자 많이 웃었어요.


그래도 제가 엄마이다 보니 아무래도 최수일 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을까 싶어 아예 최수일의 이야기를 최소한으로 쓰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윤슬이의 분량이 훨씬 많았는데, 편집부와 상의하고 수정해 가면서 최수일의 에피소드가 추가된 것입니다. 최수일의 이야기를 새롭게 쓰는 동안 정말 재밌더라고요. 사실은 엄마 얘기를 더 하고 싶었나 봅니다.


소설엔 1993년과 2023년의 교실이 교차 등장합니다과거의 교실과 현재의 교실을 그려 내면서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3년의 교실을 너무 최악으로 그리지 않기. 2023년의 교실을 너무 미화하지 않기.

8, 90년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콘텐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경제성장기의 활력과 순수한 정이 있기도 했지만 분명 지금보다 더 폭력적이고 둔감한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지나치게 아름답게 포장되면서 성찰과 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또 필요 이상으로 어두운 면만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이와 비교해 2023년의 교실은 과거보다 나아진 면에 집중하게 되고요. 편집부에서 밸런스를 잘 잡아 주셔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아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993년에 간 강윤슬이 학교 매점을 이용하며 엄마 MBTI를 추측하는 장면이 나옵니다매운맛 취향까지도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성향으로 보아 T가 분명하다고 말하는데요작가님 MBTI와 자녀의 MBTI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MBTI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나요?

저는 매번 최수일 씨와 같은 INTJ입니다. 딸은 할 때마다 바뀐다고 하는데 분명한 건 F예요. 자꾸 그냥 공감을 해 달라는데… 일단 문제의식에 공감을 하니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MBTI 얘기할 때의 ‘공감’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감정을 이해하고 동의한다는 사전적 의미의 ‘공감’이 아니라 ‘감정이입’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명했더니 딸이 또 안 좋아하더라고요.


좋아하는 문장 또는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고양이 망고가 겉모습이 윤슬이인 엄마 최수일의 침대에 올라와 빤히 보는 장면. 망고는 원래 윤슬이에게만 안기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다가가지 않는 고양이인데, 겉모습만 윤슬이인 엄마 최수일에게는 안기지 않죠. 대신 침대까지만 올라와 얼굴을 쳐다봐요. 윤슬이 할머니도, 아빠도, 친구들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똑똑 고양이, 망고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윤슬과 최수일 사이 어디쯤으로 대하는 게 너무 귀엽죠.


강윤슬과 최수일 말고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수일의 언니 수영. 수영은 이 모든 일을 1993년부터 겪고, 계속 간직해 오다가, 중요한 순간 수일과 윤슬을 돕는 인물입니다. 수영은 미래의 일들을 알면서도 잊을 건 잊고, 자기 편할 대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자기 삶을 잘 꾸려온 것 같아요. 저는 어찌할 수도 없는 과거를 계속 반추하고, 뻔히 보이는 길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물을 좋아합니다. 수영이 바로 그런 인물이고요.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해 주세요.

1. 엄마와 딸이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 2. 사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아간다는 것을 말하는 이야기.


2번에 대해 조금 덧붙이자면, 아이를 키우며 그 나이를 다시 살아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너무 어려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지나갔던 시간들이, 그 나이를 살아가는 아이를 보면서 뒤늦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또 나보다 더 오래 살아갈 아이를 기준으로 두고 생각하고 선택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이고, 육아는 그런 존재와 이별하는 과정이자 그 허무함을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간 여행’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담아 쉽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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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