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림을 극복하는 방법(How)보다는 꾸물거리는 이유(Why)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방법이나 팁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자신이 어떤 이유로 꾸물거리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자기 스타일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2024년 새해가 밝은지도 한 달이 지나가는데, 굳게 결심한 새해 다짐을 잘 지키고 있는가? 많은 사람이 각양각색의 이유로 다짐했던 일을 미루고(“설날부터가 진짜 새해지…”) 있을 것이다. 만약 고개를 끄덕였다면, 『나는 왜 꾸물거릴까?』가 큰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꾸물거림’을 20년간 연구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이동귀 교수와 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실의 네 연구진이 쓴 이 책은, 지긋지긋한 미루는 습관을 타파할 것이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라는 제목이 참 공감이 가는데요, 책의 집필 의도가 궁금합니다.
많은 내담자가 우울, 불안, 무기력 때문에 상담에 찾아오는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의 고민이 ‘꾸물거리는 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제가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 중 상당수가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괴로워합니다. 똑똑한 친구들이고 실제 능력도 출중한데 학업, 진로 결정, 졸업논문 등등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일을 미루는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일이 자신에게 중요할수록 더 꾸물거립니다. 일을 미루게 되면 시간이 부족해지고, 마감 기한에 쫓겨서 조급하게 일을 처리하다가 실수도 많아지고요. 능력보다 못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니까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미루는 습관이 고민인 사람들이 후회와 자책을 멈추고 답보 상태를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한 책입니다.
'미루는 습관'을 타파하는 도서와 영상이 참 많습니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가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꾸물거리는 습관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자료는 많습니다. 기적의 시간 관리법이라든지, 꾸물거리지 않았을 때는 자기 스스로 보상을, 꾸물거릴 시에는 처벌을 가하는 방법 등 모두 개별적으로는 유효한 기술인데요. 꾸물거리는 습관 때문에 고민인 사람이라면 이미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이런 실패가 반복될수록 자괴감도 깊어지고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해볼 의지도 줄어든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는 꾸물거림을 극복하는 방법(How)보다는 꾸물거리는 이유(Why)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방법이나 팁을 다룬 책들은 많지만, 자신이 어떤 이유로 꾸물거리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자기 스타일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체력이 안 따라주는 사람이 전문 운동선수의 루틴을 따라갈 수 없고,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홈트레이닝보다는 아웃도어 운동이 더 잘 맞듯, 사람마다 꾸물거리는 습관이 생기게 된 심리적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해야 비로소 좋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실’ 연구팀이 밝힌, 꾸물거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개인 성향 다섯 가지(비현실적 낙관주의, 자기 비난, 현실 저항, 완벽주의, 자극 추구)를 자세하게 다룸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이 어떤 성향이고 그리고 그 성향이 어떻게 꾸물거림을 유발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자꾸 일을 미루는 사람을 보면 '게으르다'는 인상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꾸물거림은 게으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꾸물거림이 천성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꾸물거리는 사람 중에는 오히려 기준이 너무 높아서 일에 손을 대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도 있습니다. 목표에 대한 이상이 높고 시행착오를 극도로 기피해서 정교한 계획을 세우느라 실행을 미루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밖에도 과거에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를 형성할 수 있고, 외압을 받을 때 생기는 저항감 때문에 꾸물거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꾸물거리는 이유는 다양하고 이는 모두 성격 자체와는 무관합니다.
‘꾸물거리는 걸 보니 게으르다’는 말은 주변 사람뿐 아니라 꾸물거리는 사람 스스로도 자책하면서 많이 하는 말인데요. 변화를 위해 필요한 건 변화하고자 하는 동기와 의지이지, 자책의 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꾸물거리는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오히려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입니다.
꾸물거림이 성격 때문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왜 꾸물거리나요?
꾸물거림은 성격이 아닌 ‘감정조절 실패’의 문제입니다. 꾸물거리는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해야 하는데’라는 마음과 ‘하기 싫다’는 마음이 공존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양가감정(emotional ambivalence) 상태라고 부릅니다. 상반되는 두 가지 마음이 같은 힘으로 대립해서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못하고, 외적으로는 꾸물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속은 시끄러운데 행동은 정체된 것이죠.
양가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쪽 마음에 힘을 실어주어야 합니다. 하기 싫다면 그만두거나 하려면 시작할 수 있게 마음을 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꾸물거리는 사람에게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말고 차라리 그냥 포기하라고 하면 망설입니다. 오히려 ‘그래도 하긴 해야지...’라고 하면서 꾸물거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기 시작합니다. 부담을 느끼는 일에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예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할까 말까’ 망설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럴 때 자신이 어떤 이유로 양가감정을 느끼는 지를 이해하게 되면 감정의 교착상태를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일에 착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적인 이상 때문이라면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서 ‘이 정도면 한 번 해볼 만한데?’ 쪽의 마음에 힘을 더해주어야 하고, 흥미가 반감되면 싫증을 잘 느끼는 자극 추구 성향이 원인이라면 일의 진행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을 주는 변주를 시도해야 합니다. 이유(why)를 알고 양가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입니다.
꾸물거리는 이유 중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짧은 팁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경쟁과 성과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는 1등만 기억되고 실패하면 낙오자가 될 거라는 압박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성공에 대한 사회의 강압적 메시지와 완벽한 일처리에 대한 요구는 완벽주의 성향을 추구하고 발달시키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압도되어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뛰어나게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함께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두 가지 마음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어느 방향으로도 힘이 실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완벽한’ 기준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때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설정하게 됩니다. 이는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자괴감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평가염려 완벽주의’의 특성이 있는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서 과제를 앞두고 불안해하며 일을 더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크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늘 노심초사합니다. 그 결과, 더 꾸물거리게 되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기준을 낮춰라’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설령 기준을 낮춰서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내가 처음부터 너무 기준을 낮게 잡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게 되죠. 그러면 결국 실패합니다. 유능함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만, 무심코 ‘반드시, 결코 ~해야 한다, 못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들 때, 이를 의식적으로 멈추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 앞에 ‘가능하면’이라는 말을 덧붙여 보기를 권합니다. ‘탁월하게, 다른 누구보다 반드시 잘해야만 한다.’라는 말 대신, ‘가능하면 잘 해내고 싶다.’라는 말로 바꿔보세요. 그때 비로소 완벽주의자의 장점이자 원동력인 ‘성장동기’가 제대로 작동할 것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새해 다짐을 품었지만 작심삼일로 그친 채 꾸물거리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말씀이 있으실까요?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변화를 위한 다짐을 해보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면서 낙담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원래 사흘이 지나면 흥미도 반감되고 새로운 변화를 지속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4일째 되는 날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이 무너졌다는 자책감으로 아예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4일째 휴식을 취하고 삼일의 노력을 다시 시작하기도 합니다. 작심삼일을 슬기롭게 반복하세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무리하다 보면 소진되기 쉽습니다. 100%가 아니라 70%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70% 달성하고, 여유가 되면 100%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세요. 이때 ‘해야만 한다’는 당위적 사고를 내려놓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선명해질수록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마지막으로 수많은 '꾸물이' 분들께 남길 말씀이 있으실까요?
우리의 몸은 원래 나에게 편한 것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편하고 익숙한 것을 깨고, 애써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 실망,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동이 걸리면 그 이후의 일은 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흔히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결과를 보면, 시작은 실제로 50%가 아니라 92%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번 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다음 주 그 일을 할 확률은 실제로 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하는 모습을 격려해 주세요. 버락 오바마의 말처럼 '우리 자신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이자 우리가 찾는 변화’입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20여 년간 꾸물거림, 완벽주의, 자기가치감 등을 연구했다. 퍼듀대학교 교수, 한국상담심리학회 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연세대학교 우수업적교수상(교육부문) 및 공헌교수상을 수상했다. YTN 사이언스 [생각연구소], JTBC [김제동의 톡투유], EBS [질문 있는 특강쇼, 빅뱅], tvN [책 읽어드립니다] [쿨까당] 등 다수의 방송에 참여하였다. 100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내 아이에게 들려주는 매일 심리학』, 『나 좀 칭찬해 줄래?』, 『네 명의 완벽주의자』(공저) 등이 있다. *손하림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박사이다. 연세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센터 전문연구원이며 한국연구재단 선정 학술연구교수이자 연세대학교 강사이다. 연구 관심사는 식탐조절, 꾸물거림, 완벽주의 등이며, 『네 명의 완벽주의자』를 공저했다. *김서영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박사이다. 연세 심리과학 이노베이션 센터 전문연구원이며 한국연구재단 선정 학술연구교수이자 고려대학교 강사이다. 연구 관심사는 꾸물거림, 비자살적 자해, 심리장애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며, 『네 명의 완벽주의자』를 공저했다. *이나희 초등교사로 재직했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완벽주의적 자기제시가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의 주제로 《한국심리학회: 상담 및 심리치료》에 논문을 발표했다. *오현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완벽주의, 자기불일치와 심리장애 간의 관계를 주제로 《Frontiers in Psychology》에 논문을 발표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