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멋대로 낸 길 위에서 차에 치이는 고라니,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 개발로 인해 터전을 잃은 산짐승들. 그리고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문제까지. 사람은 지구상 모든 생물 가운데 가장 큰 힘을 가진 존재로서, ‘생명을 보호하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충남 공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연 속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동화를 쓰고 있는 신이비 작가는 ‘공존’과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를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풀어냈다. 『세 발 고라니 푸푸』는 아이들에게 생명 감수성과 함께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따뜻하게 일깨워준다. “미안한 마음으로 『세 발 고라니 푸푸』를 썼어요. 동화 속 상상으로라도 그 작은 고라니를 살리고 싶었으니까요.”
『세 발 고라니 푸푸』는 제3회 ‘보리 『개똥이네 놀이터』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작입니다. 심사위원들에게 “잘 쓴 생태 동화”, “요즘 만나기 힘든 착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수상 소감과 『세 발 고라니 푸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사람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이 많을 거예요. 차에 치여 죽는 고라니, 노루, 너구리. 또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새들. 그리고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곤충이 죽고 있어요. 그들이 잘못해서 죽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서식처를 침범해서 생긴 일이에요. 그 모든 생명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쓴 이야기 『세 발 고라니 푸푸』가 관심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뻐요. 또 감사해요.
『세 발 고라니 푸푸』는 발 하나를 잃은 새끼 고라니 이야기예요. 따듯한 마음을 가진 누리, 보리 남매가 푸푸를 위해 정성과 마음을 다해 애쓰는 이야기죠. 책과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야기 속 남매가 되어 재밌게 읽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생명과의 공존에 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주인공 푸푸는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다친 고라니입니다. 어떻게 탄생하게 된 캐릭터인가요?
8년 전쯤에 밭을 얻어 농사를 지은 적이 있어요. 그때 고라니가 콩잎과 고구마 새순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라니가 와서 자꾸 뜯어 먹다 보니 밭에 남아나는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밭 둘레에 망을 쳤지요. 그러다가 바쁜 일이 있어 얼마간 밭에 가지 않았는데, 그 망 때문에 작은 고라니가 죽는 일이 생겼어요.
마을에 너구리를 키우는 사냥꾼이 있었는데, 망에 다리가 걸린 고라니를 잡아다가 너구리에게 밥으로 줬던 거예요. 그 끔찍한 이야기를 듣고는 결국 농사를 그만두었어요. 제가 고라니를 죽게 만든 거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때의 미안한 마음으로 『세 발 고라니 푸푸』를 썼어요. 동화 속 상상으로라도 그 작은 고라니를 살리고 싶었으니까요.
시골은 도시보다 다른 생명이 더 많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 공존하기 힘든 안타까운 상황을 많이 보고 겪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작은 마을 개티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 유명한 정안 알밤의 고장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수십 년 동안 밤나무를 키우느라, 동물이 다니는 오솔길과 동물이 먹고 마시는 나무 열매와 옹달샘, 그리고 바위와 다른 나무까지 모두 사라졌다는 거예요. 마을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지키는 것들이 모두 사라진 거죠. 온통 밤나무 천지가 됐으니까요. 지금은 밤나무와 나이 많은 사람만 남아있어요. 그렇게 기억을 잃은,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고향이 되고만 거지요. 이처럼 다른 생명과의 공존이 무너지면 결국에 사람도 살 수 없게 돼요.
아픈 엄마를 그리워하는 누리, 보리 남매와 엄마를 잃은 푸푸의 상황이 겹쳐 보이기도 해요. 두 남매와 푸푸의 이야기를 읽고 난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갖기를 바라셨나요?
처음에 푸푸 이야기만 쓰다가 중간에 두 남매의 엄마를 등장시키게 됐어요. 동물이나 사람이나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건 다 똑같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그 사실을 이해한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느끼고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지구가 나 또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터전이라는 걸 이해하길 바랐어요.
책방지기로서, 또 작가로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아이들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놀이가 아닐까요? 그래서 ‘동동 책방’은 책을 파는 곳이라기보다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음식을 해 먹으며 즐겁게 노는 책방이에요. 가끔 인문학 기행도 하지요. 또, 자연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자연 놀이도 해요. 호드기를 만들거나 달팽이를 키우거나 채소를 재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지요. 저는 그저 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전부예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끔 작가로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개똥이네 집」 인터뷰에서 『세 발 고라니 푸푸』를 “사람 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동물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하셨어요. 이전 작품에도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유기견을 그리셨지요. 앞으로는 어떤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제주 삼나무는 한때 바람으로부터 귤나무를 지키는 방풍림 역할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귤나무 스스로 바람에 대한 내성을 가졌다고 해요. 게다가 삼나무는 대부분 너무 늙어서 산소 배출을 거의 하지 않아 환경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해요. 또, 키가 크다 보니 햇빛을 많이 가려서 농사에 피해를 줄 때도 있지요.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삼나무를 베고 있어요. 그런데 비영리단체 ‘리본협회’에서 이 삼나무를 가지고 재생 사업을 한다고 해요. 바로 리본 아트 사업이지요.
지금 쓰고 있는 동화는 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한때 바람으로부터 ‘너는 감귤나무를 지켜라!’라는 사명을 부여받았지만, 끝내 쓸모없어진 삼나무의 이야기를 그려 보고 싶었어요. 저 또한 삼나무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지 궁금했거든요. 동물이 아닌 나무가 주인공인 동화는 어떤 이야기가 될까요? 또, 삼나무가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 쓰는 새 동화를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작가님의 작품과 마주할 독자들(어린이 독자, 책을 사 주는 학부모 독자)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으실까요?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이기심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요. 정말 중요한 건 돈도 아니고, 좋은 직업도 아닌 우리가 계속 살아갈 지구라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지구에서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야 결국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라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어른들이 먼저 잘 살아야겠지요.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숲에서 산책했으면 좋겠어요. 나무와 벌레와 바람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죠. 자연을 이해하는 것만큼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어요. 수학도, 언어도, 과학도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 거니까요.
*신이비 작은 시골 마을 개티에서 태어나 나무와 바위와 옹달샘, 고라니, 오솔길과 더불어 자랐습니다. 제23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고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동화와 소설을 쓰며, 보령 큰오랏 마을에서 ‘동동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편 동화 〈고스트맨〉, 장편 동화 《남궁하늘맑은날에》를 썼습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