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디지몬, 렛츠 고! 렛츠 고!
디지몬은 떠나보냈지만, 저는 제가 만든 세계로의 새로운 모험을 이제 시작했어요! 같이 떠나주세요. 앞으로도 계속요! 『아무튼, 디지몬』이 제 세계로 들어오는 ‘천선란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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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이라는 단어와 ‘천선란’이라는 이름의 조합! 천선란 작가의 팬이라면 사실 익숙할지도 모를 이 조합의 신선함에 홀린 듯 이끌린 독자도 있을 것이다. 90년대생의 어린 시절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는 사실 천선란 작가를 SF의 세계로 이끈 첫 번째 SF 작품이다. 천선란 작가가 처음으로 출간하는 단독 에세이인 이 책은 지금의 천선란 작가와 그 세계관의 기초를 다진 ‘디지몬’이라는 세계를 말함으로써 천선란이라는 한 개인이 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가 어린 시절에 건네는 작별 인사의 순간을 담고 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설가 천선란을 이미 만난 독자도 있겠지만, 『아무튼, 디지몬』으로 에세이스트 천선란을 처음 만날 독자님들께 작가님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SF를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 천선란입니다. 『무너진 다리』로 데뷔했고,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천 개의 파랑』을 출간했습니다. 우주를 좋아하고 언제든 외계인을 만나면 친절하게 굴겠다고 다짐하며 삽니다.


작가님의 첫 에세이를 ‘디지몬’으로 시작하셨어요. 출간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에세이 출간은 정말 오래도록 고민했어요. 에세이 쓰는 것을 유독 어려워했는데, ‘내 삶의 어떤 부분을 꺼내야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에세이라는 것이 꼭 내 삶을 토대로 무언가를 알아내고 깨달아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인의 에세이를 읽고 그저 누군가가 나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위로받는 저를 보면서, 그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쓰겠다고 결심하고 주제를 정하는 동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몰라요. 달리기, 자전거, 산책 등등 다양하게 생각해봤지만 끝내 ‘디지몬’을 선택한 건 저의 출발점인 동시에 이제는 스스로 닫은 세계라는 확고한 지점 때문인 것 같아요. 소설 북토크에서 디지몬을 많이 언급하기도 했어서인지, 언젠가 제가 디지몬 이야기를 진득하게 하길 원하는 독자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되었고, 후회는 하나도 없어요.


90년대생이라면 <디지몬 어드벤처> 오프닝 OST가 흘러나올 때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디지몬 친구들!” 하고 누가 메기면 “렛츠 고! 렛츠 고!”를 받아줘야 하잖아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디지몬 어드벤처> 사운드 트랙은 무슨 곡일지 궁금합니다.

한국 <디지몬 어드벤처>의 오프닝 곡도 좋아하지만 엔딩 곡 <안녕, 디지몬>을 제일 좋아해요. “설레이는 이 마음은 뭘까”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당시 잠들기 전에 온갖 상상을 했던 어린 시절의 저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 같아요. 가사도, 멜로디도 좋고요!


디지몬을 생각하면 괜히 아련해지고 또 벅차오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디지몬’의 한 장면을 소개해주세요.

모두가 공감하실 텐데, 일단 첫 번째는 파닥몬이 앤젤몬으로 진화하는 장면이에요. 리키를 구하고 싶어서 우는 파닥몬을 보면 따라 울지 않을 수 없을걸요?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그때 알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의미로 기억 남는 장면은 아구몬이 태일이의 잘못된 욕심으로 스컬 그레이몬으로 잘못 진화하는 거요. 해골만 있는 공룡 형태인데, 디자인도 충격이었고 못된 마음 때문에 아구몬이 잘못 진화된 게 너무 슬펐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디지몬』의 출간까지의 전체 과정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하나 알려주세요.

좀… 울었다는 것? 쓰면서 내내 신나기만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역시나 그 어느 때보다 쓰기 힘들더라고요.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저를 온전히 마주 보는 경험이었어요. 감정을 너무 많이 넣지 않으려고 일부러 신나는 노래를 듣기도 했는데, 그 감정이 쌓여서인지 마지막 챕터를 쓸 즈음에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방도가 없어 주륵주륵 흘리며 썼어요. 이런. 교정은 독일에서 봤는데, ‘이 나라 사람들에게도 디지몬의 추억이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 독일로 수출하게…’ 하는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대만에서는 디지몬을 잘 모르더라고요.


이번 에세이에는 소설 독자가 알기 어려웠을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선뜻 꺼내 보여주기로 한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께 『아무튼, 디지몬』은 어떤 의미인가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는 언제나 제 소설에서, 독자와의 만남에서 제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그래서 더 숨길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아니, 숨긴다는 표현보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제가 거쳐 온 감정은 분명 저만 겪은 게 아닐 테니까요.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고 단 한 줄에 위로받으며 힘을 얻은 경험이 있는 이상 저도, 제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개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삶이죠.


『아무튼, 디지몬』 독자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디지몬은 떠나보냈지만, 저는 제가 만든 세계로의 새로운 모험을 이제 시작했어요! 같이 떠나주세요. 앞으로도 계속요! 『아무튼, 디지몬』이 제 세계로 들어오는 ‘천선란 길잡이’가 되길 바라며.



*천선란

작가. SF를 가장 사랑하여 대체로 SF를 쓴다. 지구를 여행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이 여행기를 잘 모아 외계인에게 지구를 소개하고 싶어 한다. 『무너진 다리』로 데뷔했고, 『천 개의 파랑』으로 많은 독자를 만났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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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ehddnr025

2024.06.04

저도 디지몬 세대인데요, 저 모자, 카피, 진화할 때 빛의 길.. 표지의 모든 요소가 왤케 저를 뭉클하게 만들까요. 회사에서 괜히 갑자기 눈물이 고이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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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