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발견하는 기쁨과 단단해지는 마음, 김지언의 심리 에세이
실체 없는 두려움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숨 한 번 쉬면서 물어봐요. 이 두려움에 실체가 있나? 그다지 없다 싶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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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둥지를 떠나야 하는 시기가 있다. 혼자 하자니 외롭고, 떨어지자니 무섭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면, 변화하고 싶다면,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책의 첫 글 ‘기분 좋음의 함정’에서 “기분이 대단히 좋은 상태가 따로 있을 거라는 판타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을 읽고 그렇구나, 싶었어요. 평상시에 일부러 기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뜬금없는 소리 같지만, 기분 좋음의 함정을 설명할 때 우리나라와 동남아의 여름을 비교하는 것만큼 확 닿는 비유가 없는 거 같아요. 동남아는 우리나라보다 더 덥고 습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 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어디든 에어컨이 나오는데 문을 열고 나오면 상대적으로 그 차이 때문에 훨씬 덥고 괴롭게 느껴지잖아요. 조금만 더워져도 견딜 수가 없죠. 동남아의 작은 마을에 여행을 가보면 종일 더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날씨 때문에 우리만큼 괴로워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거든요. 완벽한 상태를 당연한 기대치로 두지 않는다면 지금도 꽤 괜찮은 상태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거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과거에 얽매여 있기도 하고, 미래만 바라보며 살기도 해요. 저도 미래에 기대는 편인데, 책에서 “대단한 일을 해내는 어떤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고 하셨는데요.

대단한 일을 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가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그때가 참 빛나는 시기였구나, 하고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청소도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까 포기하게 되거든요. 생각보다 일이 엄청 많아요. 걸레받이 위에 먼지도 걷어내야 하고, 창틀도 닦아야 하고. 청소만 해도 하루아침에 안 되는데 원하는 일이 어떤 대단한 한 방으로 단번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건 환상이죠.

‘자연의 성장곡선’이라는 글에서 “날기 위해 떨어지는 건데 떨어질 때는 절대 날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쓰셨어요. 작가님은 명상 브랜드 ‘왈이네’를 운영하면서 그 동안 여러 시도를 한만큼 실패도 경험하셨을 거라 생각돼요. 시도와 실패는 익숙해질 수 있는 건가요?

늘 두려워요. 안전지대를 벗어난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 같아요. 막상 행동으로 옮기면서는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싶고, 어제로 돌아가 결정을 번복하고 싶어지기도 해요. 동기를 잊어버려요. 그런데 시작했던 이유로 돌아가 보면 다 나 잘살자고, 성장하자고 하는 일들이더라고요. 바보 같은 사이클의 반복입니다. 실체 없는 두려움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올라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숨 한 번 쉬면서 물어봐요. 이 두려움에 실체가 있나? 그다지 없다 싶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해요. 물론 잘 안 될 때도 있어요.



책에서 가장 상징적인 글이 ‘못 하겠어요’가 아닌가 싶어요.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는다’는 글도 그렇고요. 글을 읽고 나면 ‘못 하겠어요’가 포기나 좌절이 아니라 오히려 ‘자! 제대로 다시 시작해보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한다’는 상상은 강력한 현실 직시의 도구 같아요. 현실 직시를 미루면 결국에는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하는 일, 지금 맺고 있는 관계의 끝은 까맣게 잊고 있던 일과 관계의 가치를 다시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던 목표나 생각을 내려놓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원래 두려운 생각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망가려는 습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두려운 생각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가면 미룰 때보다 모든 방면에서 나아지더라고요. 신기하게 오히려 힘이 생겨요. 그제야 다른 방법도 있잖아 하고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하고요.

『날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에서 느껴지는 치열함은 직접 경험하고 깨달은 걸 적고 있기 때문일 거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끄는 건 생각이 아니라 경험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경험을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경험하지 않은 통찰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거죠. 경험을 써보자, 하고 막상 과거를 돌아보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이야깃거리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조사에서 우리나라만 물질적 풍요를 1위로 꼽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요. 뭔가 크게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에는 단순히 돈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우리는 밥 먹고 사는 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재미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싶어요. 재미있게 살려면 돈만 필요한 게 아니라 문화적인 자원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심리적인 자원도 필요하고요. 그런 게 일상에서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는 마음의 힘을 키우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일상을 풍요롭게 사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기쁨을 뒤로 미루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

『마음도 운동이 필요해』에 이어 두 번째 책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글쓰기가 어떤 경험이 되었나요.

책을 쓰면서 저 자신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어요. 저와의 관계가 개선된 거죠. 제 이야기를 제가 다시 들어주고, 느껴보고, 경험을 글로 정리하면서 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편인데 에세이집을 낸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굉장히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또 한번 (체감상) 죽을 뻔하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죽지는 않았으니까 날아올랐다고 생각하려고요!



*김지언

‘왈이네’라는 명상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음도 운동이 필요해』라는 책을 썼다. 자유로운 영은과 용감한 슈나우저 자네와 함께 살고 있다. 언젠가 땅을 사서 심리 분야 창업가들이 걱정 없이 살 집과 한껏 늘어질 수 있는 마당을 지원하는 것이 꿈이다.
SNS : https://instagram.com/amazon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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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