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종영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뜨거운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대본집이 출간되었다. 스트리밍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종혁, 이승규 배우의 캐스팅 소식과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연시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그 시초에는 바로 대본집이 있었다. BL 웹드라마의 한계를 벗어나 명품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대본집』 속으로 들어가보자.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언젠가는 껴안아야 할 시절에 보내는 편지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군요.
웰메이드 BL 드라마로 OTT 1위까지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드라마를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었나요?
친한 언니이자 선생님이기도 한 같은 학교 출신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공교롭게도 퇴사하는 날에요. 제작사에서 BL 웹드라마를 기획한다는데 혹시 쓸 수 있을 것 같냐고 하더라고요. BL 드라마는 본 작품이 거의 없는 상태였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일단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밤을 새서 시놉시스 몇 개를 썼어요. 학교 다닐 때 시나 소설은 써봤는데, 극본은 써본 적이 없어서 혼자 이리저리 찾아서 어떻게든 채웠습니다. 그걸 들고 기획 PD님들과 만나 여러 번 디벨롭 과정을 거쳤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심쿵 로맨스와 더불어 디테일한 감정 묘사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쓰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거듭했던 장면은 4부 엔딩입니다. 기태가 처음으로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는 장면이 잘 표현되어야, 관계의 기울어짐이 제대로 역전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점이 어긋난 짝사랑이 처음 정확하게 상대를 향하는 순간이라 조금 더 극적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배우분들이 대본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서 시사 때 놀라기도 했습니다.
명대사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작가님께서 뽑으시는 명대사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내가 몰랐던 시절의 너를 사랑해"를 꼽고 싶어요. 몰라도 감히, 모르면서도 기꺼이 사랑한다는 말이 사실 얼마나 오만해요? 하지만 몰랐던 시절까지, 모르는 모습까지 사랑하겠노라 결심하는 그 마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애틋하고요.
드라마를 쓰실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드라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학 시절 소설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이야기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꼭 그 말씀이 떠오릅니다. 인물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을 안겼으면, 꼭 한 번은 그 인물에게 다정하라고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요. 인물을 그릴 때마다, 인물을 이야기 안에서 움직이게 할 때마다 그 말씀을 꼭 잊지 않으려고 애써요. 인물이 너무 괴로워하면 그 인물의 마음이 되어 산책을 하고요, 맛있는 걸 먹습니다. 기분을 좀 좋게 해주고 싶어서요. 인물에게 다정하게 굴기, 어떤 이야기를 쓰더라도 그 태도는 잃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제 스스로를 드라마 작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딱히 없어서 두 번째 질문에는 어떤 답변을 드리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를 썼는데 여전히, 특히 드라마 작가가 되는 법은 잘 모르겠습니다. 드라마를 쓴 6개월 정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다른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다만 일에 치여 글에 대한 생각을 할 시간이 거의 없는 날에도, 30분이라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해둡니다. '이 두서없고, 기약 없는 끄적임이 언젠가 나를 살릴 거야. 그리고 지금의 나를 살릴 거야' 하는 마음으로요. 글을 쓰고 있지만, 쓰지 않고 있는 그 애매한 상태를 잘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기회가 오지 않아도, 지금 당장 읽고, 보고, 쓰지 않으면 못 견디겠으니 우리 모두 이 길을 걷고 있는 거 아닐까요. 오래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작가도 되고, 독자도 되고, 어떻게든 이야기 안에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같이 오래오래 견뎌보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에 힘입어 '플레이어' 팬덤까지 생겼는데요! 여전히 시즌2를 기다리는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정말 믿기지 않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을 완성시켜주신 건 이 드라마를 사랑해주시고, 꼼꼼하게 봐주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어떤 말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즌 2는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전달받은 바가 아직 없고,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정말 만약에 시즌 2가 나올 수 있다면, 같은 배우분들, 감독님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마음만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작가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직장인으로서 작가님의 작가 생활이 궁금합니다.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대본을 집필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가능한 밀도의 작업이 아니었어요. 마감도 타이트했고요. 다만 리딩을 하고,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재입사를 한 상황이었어서 반차를 내고 참석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나 휴일에 시간을 내어 글을 씁니다. 마감 없이 글을 쓰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마감을 만들고 낭독회를 하는 모임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과 글쓰기를 병행하면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이라 제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이 너무 달아서, 글쓰기에 아주 간절해진다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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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그린티
20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