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이 바라보는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우주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90일 밤의 우주』 8인의 저자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우주의 일부분이며 소름 돋을 정도로 절묘한 우주의 원리에 의지해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알게 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현재까지 인류가 밝혀낸 것, 앞으로 더 밝혀야 할 것들을 소개하고, 우리로 하여금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기 위함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에는 신비한 우주 지식은 물론이고, 우주와 밀접한 연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최신 소식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열정과 애환도 곳곳에 담겨 있다. 별, 은하, 태양계, 우주 탐사, 외계 행성, 시간 여행, 고천문학 등 천문학자들이 소개하는 현실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히스토리는 광활한 우주의 작은 점, 지구에서 찰나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준다.
90가지의 우주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책에서 각자 어떤 주제를 다루셨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김상혁 : 천문학의 한 분야인 고천문학을 연구하고 있어요. 역사 속에 나오는 다양한 천문활동을 소개하고 있는데, 현존하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천문유물들, 문헌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낸 우리나라의 천문학 전통을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했어요.
김명진 : 저는 태양계 인싸 소행성을 관측해서 소행성의 모양을 유추하고 소행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고 있지요. 최근에는 지구 위협 소행성을 찾아내는 망원경을 만들고 있답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태양계 천문학에 관한 내용과 관측 천문학자로서 제가 경험한 경이로운 밤하늘을 소개하는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홍성욱 : 저는 우리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고, 시간에 따라 전체적인 크기와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천문학 연구도 하고 있고요. 이번 책에서는 주로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론적인 주제나 외계 행성, 외계인과 같은 주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신지혜 :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가상의 우주 공간을 만들어서 실제로는 수행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을 하지요. 책에서는 은하, 성단, 중력, 우주 팽창, 시뮬레이션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고요. 우주를 대상으로 연구하며 느꼈던 신비로움, 경외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해임 : 문학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천문학을 더 좋아하는 홍보인입니다. 저자 중 유일하게 천문학자가 아니지만, 천문학자가 있는 현장에서 매일 우주에 대한 경이로운 소식을 듣고 말하고 읽고 씁니다. 저는 이 책에서 직접 두 눈으로 본 천문 현상과 과학기술 현장 속 천문학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습니다.
노경민 : 저는 천체역학을 전공했습니다. 얼마 전에 유행한 'Ed Sheeran'의 'Celestial'라는 노래 있죠. 천체역학은 영어로 'Celestial Mechanics(하늘의 역학)'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알기 위한 연구하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갈지를 정확히 아는 것은 마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인공위성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이 책에서는 천체역학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인 인공위성의 궤도에 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정태현 : 우리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전파망원경으로 바라본 밤하늘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천체인 블랙홀과 인류가 가장 멀리 보낸 탐사선인 보이저호에서 나오는 전파 신호를 검출한 이야기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블랙홀 관측에서 와이파이(WiFi)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우경 : 저는 지구와 가까운 우주를 연구하는 우주과학자입니다. GPS를 비롯한 인공위성 자료로 지구 대기를 연구하다 보니, 결국 인공위성에 싣는 카메라까지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제 연구 분야인 우주 날씨, 지구 전리권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 인공위성, 발사체 등 최신 우주 개발 소식을 담았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천문우주 연구 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천문우주 전문가 8명이 뭉쳐서 집필하셨다고요? 8명이 책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정해임 : 우주와 관련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잖아요. 그것들을 같이 글로 써보면 재밌겠다 싶어 2년 전에 회사 안에 '글쓰기행성'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각 연구분야별로 책과 사색을 즐기는 타입의 멤버들이 모였지요. 좋은 칼럼이나 시 등을 나눠 읽고, 또 직접 쓴 써온 글을 합평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다들 연구하기만도 바쁜 연령대의 열정적인 천문학자들이라, 점심시간에 모여 김밥 한 줄씩 먹으면서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우주에 대해, 우주가 이끌어준 삶에 대해 많은 수다를 떨었는데요. 그 수다들이 활자가 되고 이렇게 영롱한 책으로 엮이게 되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자들과의 인연, 이 책과의 인연 그리고 독자분들과의 인연이 참 신기하고 소중하게 다가와요.
최근 성공적으로 발사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 지금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우주에 관심이 많습니다.
노경민 : 얼마 전 누리호의 발사 장면은 정말 '우주 시대'라는 말을 실감나게 합니다. 예전엔 우주가 미지의 세계로의 탐사였는데, 이젠 우리의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 우주 시대가 마냥 우주로 향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서 지금 힘들어하는 지구를 되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다룬 지구에 대한 모션 캡쳐는 바로 지구를 더 살피고 돌보기 위한 노력이라 할 있습니다.
이우경 : 화성으로 가는 티켓을 받는다면 가시겠습니까? 편도일지라도요? 얼마 전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서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의 첫 비행을 공개했죠. 아쉽게도 단 분리가 되지 않아 공중에서 사라졌지만, 화성으로 가는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같아 비행 자체를 본 것만으로 두근거렸습니다. 실패했는데 왜 두근거리냐고요? 이 책을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90일 밤의 우주』에는 특별히 고천문학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고요. 여기저기서 호평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조금 생소한 분야인데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김상혁 : 과거의 천문 현상 자료를 대상으로 천문 기록을 수집, 검증하여 현대 천문학에 활용하는 고천문학은 시간의 역사 속에 던져진 천문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장영실이 개발했던 두 가지 형태의 자동 물시계가 복원되어 오늘날 과학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해외로 반출되었던 소중한 천문유산이 하나둘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90일 밤의 우주』는 세계적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천문학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우주' 하면 밤하늘, 별, 달, 최근에는 가수 윤하의 노래로 더 많이 알려진 사건의 지평선, 즉 블랙홀 등을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 깊게 들여다보고 연구하시는 분들에게 우주는 저희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은데요.
김명진 : 처음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은하수를 직접 눈으로 보고 난 이후 들었던 황홀감과 경이로움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천문학과에 진학해보니 별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 별의 내부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별들의 색깔은 왜 다른지에 대해 공부하더라고요. '아, 이게 진짜 과학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죠.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선택한 소행성을 지상에서 열심히 관측해서 회전속도와 형상을 구해서 논문으로 발표하고 JAXA에 그 정보를 제공했었는데, 실제로 하야부사 2호 탐사선이 그 소행성에 도착해보니 정말로 그 속도로 돌고 있고, 그 모양대로 생겨서 참 뿌듯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JAXA에서 받은 감사패는 자랑스럽게 제 연구실에 두었답니다.
정태현 : 전 세계 300여 명의 연구자들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관측하기 위해 지구 크기만 한 '사건의(Event) 지평선(Horizon) 망원경(Telescope)'을 만들었고,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 정상의 JCMT 망원경에서 관측에 참여했어요. 그때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지에 처음으로 올라갔었는데, 우주와 제가 매우 가까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광활한 우주를 탐구하기 위해 이런 곳에 최첨단 망원경을 만들어 관측하는 과학자들의 집념과 인류가 축적한 과학기술의 위대함을 느꼈어요. 우주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SF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우주의 역사나 시간 여행 등을 다룬 「코스모스」 챕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실제로 실험을 할 수도, 직접 가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연구하시는지 상상이 안 됩니다.
신지혜 :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림자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해요. 다가 갈 수도, 만질 수도, 우리가 만족할 만큼 잘 볼 수도 없지요. 제약이 크긴 하지만, 그래도 인류는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천문학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우주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수집하고자 늘 고군분투하지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가상의 실험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관측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우주에 대한 지식 체계는 조금씩 견고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자들의 협업을 비롯하여, 학제간 협력은 필수이지요.
홍성욱 : 과학 이론에서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우주에서 실제로 관측된 건 얼마 안 되는 현상도 많아요. 블랙홀이나 중력파도 수십 년 전부터 연구되었지만, 직접 관측된 건 불과 몇 년 전이죠. 이런 현상은 마치 예술가가 세상에 이미 있는 물감이나 각종 재료를 이용해 기상천외한 예술 작품을 만들듯, 이론 과학자가 이미 잘 알려진 과학이론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면서 알려지게 됩니다.
『90일 밤의 우주』를 읽으실 예비 독자님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상혁 : 우주의 신비를 사진으로 살펴보거나, 역사에서 천문을 읽고자 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천문학은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지만, 역사 속의 고천문학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우리나라 천문학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김명진 :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반드시 빛을 준다고 하잖아요.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이고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지만 해가 지면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는 별을 잠시라도 바라보는 여유를 찾아보면 좋겠어요.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주변 운동장에서 딱 1분만 밤하늘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당신의 버킷리스트에 은하수 여행이 곧 추가될 겁니다.
홍성욱 : 최근에 갑자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이나 광고에서도 우주에 관해 다루기 시작했는데요, 그만큼 우주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우주에 관심이 생긴 분들께 모쪼록 이 책이 그 관심을 더 깊게 가꾸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지혜 :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궁금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려운 개념, 물리, 수식 등을 포함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끼지요. 저는 이 책을 통해 우주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의 높이를 낮추어 드리고 싶었어요. 모든 것을 정확히 알아야만 우주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정해임 :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우주, 누군가는 그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가야 해요. 저는 천문학자들이 인류를 대신해 그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천문학자들의 연구를 응원하는 마음, 그들의 열정을 소문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펼친 당신도 곧 공감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노경민 : 우주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참 다양한 듯합니다. 누군가에겐 낭만적인 상상의 공간이고, 때로는 신비롭고 경이로움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또 누군가에는 이 우주를 둘러싼 의문과 상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은 문제은행일지도 모르지요. 여러분이 어떤 마음이든 공감하는 마음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태현 : 이 책을 읽으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밤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 우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빠져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채로운 우주로의 여행이 가져다주는 행복한 90일 밤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우경 : 저는 사실 사심이 가득합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 또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 언니, 형, 동생, 친구들이 우주를 좋아하고 응원해줬으면 합니다. 앞으로 만들어나갈 새로운 우주 개발의 역사에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 연구원. 단지 별이 좋아서, 별 보는 재미에 빠져 천문학자가 되었다. 소행성이 저마다 다르게 생긴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으며 현재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찾아내는 망원경을 만들고 있다. *김상혁 1998년 고천문학과 인연을 맺고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과학사와 문화재 공부를 시작했다. 고천문학 및 천문의기 복원·의의를 주로 연구하며, 대중을 위한 고천문학 강연에도 힘쓰고 있다. *노경민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어릴 적 막연히 가졌던 과학자라는 꿈이 이제 생활이 되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최근 달 탐사나 GPS 같은 항법 위성으로 관심받고 있는 우주 측지·인공위성 궤도·위성항법 등이다. *신지혜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그룹 선임 연구원.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을 읽은 뒤로 오레오 쿠키를 먹으며 퀘이사를 관측하는 천문학자를 꿈꾸게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간식을 탐닉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은하를 연구하고 있다. *이우경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Universe에 대한 호기심으로 천문학에 발을 들였지만, 지금은 지구와 가까운 Space를 연구하는 우주 과학자이다. GPS로 대기를 연구하고 우주에서 오로라를 찍는 카메라를 개발 중이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 여러 전파 망원경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만든 가상의 큰 망원경으로 우주의 초미세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사상 최초 EHT 블랙홀 관측에 참여했으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운영하고 있다. *정해임 한국천문연구원 홍보팀장. 문학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문학보다 천문학을 좋아하는 홍보인. 경이로운 우주 소식을 매일 듣고 읽고 말하고 쓴다. 20대에 공저로 어린이 과학책 2권을 출간했으며, 30대에 천문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센터 선임 연구원. 우주론·외계 생명 등을 연구한다. 소싯적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내 머리로 우주의 모든 것을 파헤칠 수 있다고 자만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시키는 게 더 쉽고 재밌다는 걸 알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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