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의 주축이 되어오던 MZ세대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다음 세대인 '알파세대'는 2010~2024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며, 기저귀를 차고 있을 때부터 유튜브를 시청하고 AI챗봇과 친구처럼 성장한 세대이다. 아직은 고작 초등학생에 불과하지만 '알파세대'는 IT기술 소비자로서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며, 소셜 미디어의 주축이 되어 마케팅을 폭발시키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연결과 확장에 있어서 이보다 더 능할 수 없으나 그들만의 커뮤니티 철학을 흡수하고 소통법을 익히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대이기도 하다. 매우 어린 나이에 그 어떤 세대들도 갖지 못한 소셜 영향력과 소비력을 모두 갖춘 '알파세대'. 우리는 그들의 언어와 생활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제 '알파세대'와 빠르게 소통하는 기업과 브랜드만이 지속성을 갖고 미래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다.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가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Z세대 이후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될 '알파세대'라는 키워드가 궁금하던 차에 노가영 작가님이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를 출간하셨습니다. 작가님이 특별히 알파세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팬데믹 때였어요. 아이를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학교는 확진자 순증 그래프에 따라서 줌 수업과 등교를 번갈아 하더라고요. 팬데믹 첫해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시행착오를 겪었잖아요. 시간은 흐르는데 아이는 학교에 못 가고 그러던 즈음 대안학교, 국제학교, 홈스쿨링까지 생각하며 갈팡질팡했었어요.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곤 하잖아요. 생각해보니 알파세대는 203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고 2040년대에 경제 활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교육받고 살아온 방식대로 키우는 게 맞는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 이 아이들은 2030~2040년 다양한 AI 융합 서비스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완전히 새로운 인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알파세대를 오랜 기간 관찰하고 특징을 분석했는데 디지털온리, 스크린에이저, AI, 메타버스, 버츄얼 등 제 전문 분야인 IT미디어 영역들과 시너지가 난 거죠. 물론, 제가 알파세대 부모인 점도 이 책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를 집필하는 데 많은 책임감을 갖게 했습니다.
2010년 이후부터 2024년까지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알파세대'라고 할 때 식당에서 한 번쯤 본 적 있는 높은 아기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베이비들이 떠오를 것 같아요. 이들에게 IT기술과 스마트 디바이스는 어떤 의미일까요?
알파세대의 시작인 2010년은 애플과 삼성이 태블릿을 출시하며 보급을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해부터 태어난 알파세대는 세 살 즈음부터 터치스크린만으로 지구의 끝까지 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말 그대로 '스크린에이저'라는 별칭처럼요. 물론, 책에서 충분히 설명되었듯 청소년기부터 IT기기를 사용한 밀레니얼 세대 부모 밑에서 성장한 탓도 있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IT와 소셜미디어로 지구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아이들은 팬데믹 3년 동안 믿기 힘들 만큼 발전한 IT기술과 시대적 대응력을 보면서 '기술'의 뜻을 원론적으로 이해하지 못해도 그 진화는 몸으로 느껴온 세대잖아요. 제가 책에서 뉴스는 믿지 않지만 오히려 기술의 진화는 믿는 아이들이란 표현을 쓴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러면 기술 주도형 소비자라는 말도 우리가 보는 시선일 뿐, 알파세대에게 기술은 생활 그 자체이자 일상인 거죠.
책 내용 중에 '한국 사람은 포르투갈을 응원하면 왜 안 돼?'라는 알파세대 아이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관련하여 알파세대의 특징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책에서는 이를 '국경 없는 메타버스'라는 대목에서 설명했는데요. 알파세대는 사물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한 아이들이잖아요. 유튜브와 틱톡은 스타 크리에이터를 바로 내 옆의 친구처럼 느끼게 하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게 됩니다. K팝이든 CF 음악이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연주해주는 '준커리안'도 나와 늘 연결되어 있는 내 커뮤니티 안의 친구인 거죠.
또, 팬데믹 때 알파세대의 메타버스 사용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로블록스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에서는 진짜 인간이 보이지 않잖아요. 블랙 페이스에 구찌 스타일의 추리닝을 입고 뛰어오는 아바타의 주인이 한국인인지 캐나다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거든요. 알파세대에게 디지털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국가이며 메타버스는 그냥 단일 공동체입니다. 국가와 나이, 성별의 구분이 기성세대에 비해 흐릿하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즉, 알파세대가 월드컵에서 포루투갈을 응원하는 것은 국가적 소속감이 부족한 어린 나이에 보이는 잠깐의 행태가 아니라, 태어난 순간부터 국경이나 국가적 경계가 흐릿한 디지털 세상, 더 나아가 메타버스에서 노는 알파세대에게는 일정 부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이보다는 특정 메타버스의 공간에서 적용되는 커뮤니티를 기준으로 구분되지 않을까요?
이소룡 마라탕에서 마라탕을 먹고 아마스빈에서 버블티를 마시고 인생네컷을 찍으며 하루 2만 원 정도는 가뿐히 쓸 수밖에 없는 요즘 초등학생. 그러니까 지금 알파세대와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에 차이가 있다면 뭘까요?
알파세대 아이들이 메타버스 게임을 즐기는 2011년 출시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하는 모래놀이와 비슷하다고 하여 '샌드박스 게임 장르'로 불리거든요. 우리가 흙장난하며 뛰어놀던 장난을 알파세대 아이들도 동일한 감성으로 메타버스에서 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겁니다. 반면, 지금 알파세대 아이들은 동네 친구라는 개념이 약해요. 요일별로 찐친이 달라지고, 그날의 내 찐친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그날 내게 주어진 학원과 학원 사이의 자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를 선택하는 자유를 누리며 오늘의 내 찐친에게 최선을 다하는 식이죠. 이전 세대보다 이사와 전학이 잦고, 코로나 때문에 아파트 놀이터 친구도 없어진 알파세대에게 꾸준하고 영원한 친구는 없는 셈입니다. 친구는 계속 바뀌고 학원별로 친구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오늘 내 옆에서 마라탕을 먹고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친구가 찐친인 셈이죠. 동시에 전 세계가 팬데믹을 거쳐오며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은 적어지고 메타버스가 그 대체 공간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스로를 셀럽이라고 느끼는 알파세대의 자기 중심적인 특징은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는 소신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보다 중요해질 커뮤니티 리더의 역할과도 이어지는데요. 알파세대가 시장의 중심이 될 2030~2040년대에는 어떤 사회적 변화가 있을까요?
개인의 취향이 쪼개어지고 파편화되면서 이미 '취향 커뮤니티의 시대'라는 말을 쓰잖아요. 성별, 연령대의 구분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기호가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평균값을 내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정확하지도 않고 결과적으론 산업의 기존 법칙들이 파괴되어 가는 현상들이 드러나는 거죠.
이 트렌드라면 개인 취향이나 이해 관계 덩어리들인 커뮤니티는 더 넘쳐나게 됩니다. 일부 사회학자들이 가까운 미래, '커뮤니티'라는 단어가 '소사이어티'의 의미를 대체할 것이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이렇게 알파세대는 사회보다 커뮤니티의 힘이 커질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회보다 훨씬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경제 활동을 하게 되겠죠?
숏츠와 틱톡 등 점점 짧아지는 시리즈형 콘텐츠에 익숙한 알파세대는 '더 짧고 더 빠르게'라는 그들만의 문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순간적으로 몰입하고 바로 전환이 가능한 휴먼 멀티모달적인 특징과 관련지어 알파세대를 더 설명해주세요.
알파세대의 몰입력이나 순간의 버전을 만들어버리는 급작스러운 상황 설정은 함께 있다 보면 신기하고 또 바로 빠져나오는 것은 더 놀랍기만 합니다. 이런 특성을 책에서는 실시간 몰입력과 다중 선택지에 강한 아이들로 설명하고 있죠. 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스크린 디바이스와 다중 모드 서비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스크린에이저'잖아요. 푸시와 터치만으로 쉽게 선택하고 그 다음 선택지들도 줄 지어 준비하고 있는 시대에서 그들은 초인적인 탐색과 결정, 리셋 역량을 장착했습니다. 선택도 편하지만 버리는 것은 더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에워싸여 있다는 거죠.
이것은 동시에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이들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방식에서도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요. 현재 유튜브 숏츠에서 가장 활발한 소비가 일어나는 콘텐츠가 '10초 일상'이라는 형식이잖아요. 창작자는 수초 안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니 콘텐츠 초반에 힘을 주게 됩니다. 바로 알파세대가 더 짧은 길이와 더 빠른 재미에 익숙해지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죠.
'더 짧고 더 빠르게', 무조건 서두에 클라이맥스를 두어 '스킵' 당하지 않아야 하는 공급자들의 전략에 늘상 노출되어 있다 보니 알파세대는 순간적으로 몰입하고 바로 전환이 가능한 또 동시에 다양한 채널에서 여러 정보를 흡수하고 사고하는 데 훈련이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와 소통하면서 디지털 서비스를 터치하고 AI에게 말을 걸면서 정보를 흡수하는 등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러 방법을 시도하며 본인의 궁금증을 풀어나갑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알파세대를 이해하고 상처받지 않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휴먼 멀티모달적 특징들과 그 배경을 이해해야겠죠?
마지막으로 미래 트렌드를 좌우할 알파세대가 궁금한 기업과 직장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알파세대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업들에게 세대 교체는 평생의 숙제이자 매우 중요한 전략일 것입니다. 그런데 알파세대의 경우, 매우 어린 나이에 그 어떤 선배 세대들도 가지지 못한 구매력과 소셜 영향력을 모두 가졌고 연결과 확장에 매우 능합니다. 아직은 초등학생이지만 IT 기술 소비자로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며 소셜 미디어의 주축이 되어 마케팅을 폭발시키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소셜 영향력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기적으로도 Z세대가 어느덧 20대 후반에 들어서며 알파세대에 대한 탐구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고요.
반면, 알파세대를 부모님들의 눈으로 보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는 디지털 키즈로만 비춰질 수 있어요. CNN이 이들을 '코로나 세대'라고 명명했지만 덕분에 예기치 못한 시련은 시간이 해결해주고 가족과 지역사회에 함께 노력하면 회복된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즉, 그 어느 세대보다 회복 탄력성이 크고 단단한 아이들이에요. 제가 책 머리말에서 작가 '진고로호'의 그림책 내용을 사례로 들었는데요. 이 특별한 세대에 모두가 애정을 갖고 알파세대의 언어와 서비스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그 시작이 『새로운 인류 알파세대』가 되었으면 합니다.
*노가영 콘텐츠 미디어 산업 전문가, 작가, 알파세대 부모.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에서 산업심리학을 전공하고,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와 CJ CGV에서 콘텐츠 투자·유통으로 미디어 산업에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여 년간 KT, SK텔레콤에서 미디어 전략과 콘텐츠 투자를 하며 IPTV와 OTT 사업 전략 리더로 성장했다. 현재는 디지털 콘텐츠와 글로벌 미디어산업에서 K콘텐츠를 분석하고 이를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강연, 유튜브, TV, 라디오 등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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