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어떤 곳이고 미술 전시는 어떤 사람들이 만들까? 전시회에 걸려 있는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지, 전시회는 누가 기획하고 진행하는지,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는 미술관에서 펼쳐 놓지 않는 백스테이지를 관람하듯 미술 작품과 예술을 둘러싼 사람들, 전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일상에 예술을 걸어놓을 수 있는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며 독자에게 '미술 전시 초대장'을 건넨다.
작가님은 문화 예술에 관련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박물관 학예팀부터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에서 기획을 해왔어요. '기획'이란 단어는 범위가 참 넓은데, 제가 하는 기획은 문화와 예술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조직에서 A라는 주제를 준다면 그것과 관련된 맥락, 역사, 동시대성을 리서치하고 구체적인 예술가, 작품, 명제 등을 추출하죠. 이것을 다시 편집하고 재배열해서 결과물(전시, 프로그램, 출판, 상품, 온라인 콘텐츠 등)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보통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큐레이터'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데요, 작가님처럼 문화 예술, 미술 전시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큐레이터가 가지고 있어야 할 소양과 건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저는 명함에 '큐레이터'라는 직책을 새기고 싶어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뮤지엄 학예팀(전시 기획과 교육 개발, 연구를 중점으로 함)에서 근무하다 보니, 직책, 명칭, 명사, 단어에 꼭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 타이틀을 위해 내가 커리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로 '큐레이터'라는 단어에 너무 집착하지 말았으면 해요.
두 번째는 '호기심'입니다. 큐레이터를 비롯하여 예술에 관련된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사건과 철학, 과학 기술 등 배경 지식이 요구될 때가 많아요. 이것을 모두 관람객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담당자가 깊이 파악하고 있을 때는 전시(결과물)의 디테일이 달라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디테일에서 갈리기 때문에 예술에 대해, 세상을 향해 정말 궁금해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림값이 비싼 작품들을 보면 그 이유를 모르겠고,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금은 두렵고요. 그만큼 예술은 비싸고 어렵게 느껴지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향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상에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술관에서, 시각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은 예술계의 다소 폐쇄적인 문화도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두려움을 거두기 위해서 제가 활동하는 것이고,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라는 책도 쓰게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예술 관련 콘텐츠를 계속 보세요. 지겨울 정도로 많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익숙해져요.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편해집니다. 낯설고 자주 보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 느껴졌을 거예요. 평소에는 온라인으로 많이 보고, 주말에는 오프라인으로 즐겨보세요.
미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유튜브 채널, 미술관 도슨트 프로그램 등, 예술 작품에 이해를 돕는 다양한 매체와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독자분들께 예술적 소양을 키울 방법을 소개해주세요.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책 속에 어떤 파트가 예술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지 소개할게요. 먼저 미술관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이소라의 음악 얘기가 나와요. 제게는 이 맥락이 꼭 필요했거든요. 음악을 듣고, 충분히 감정을 느낀다면 어떤 예술이든 좋은 감상자가 될 수 있다고요. 그리고 목차 중 「제3전시실. 익숙한 시선과 새로운 시선」을 추천해요. 왜 현대미술관에 가면 그림 말고, 다른 것(영상, 사진, 설치 등)들이 많은지, 미술관 안의 작품 말고 종이, 글자, 건물, 분위기에 대해 논하거든요. 동시대 미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도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종이, 활자, 분위기, 휴식, 건축 등 책에는 미술 작품과 미술 전시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다 책에 소개되어있지만,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미술관의 요소가 있다면요?
동행인입니다. 어떤 전시는 혼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전시는 꼭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훅 떠오르지 않나요? 혼자 가든지 누구와 가는지에 따라서도 감상과 미술관 경험이 다를 거예요.
문화 예술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는데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만의 매력 또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예술 작품 하나하나에 관한 지식보다 '총체적인 예술적 경험'에 대해 말하는 책이에요. 예술이 내 삶의 한 부분이 되면 재밌어져요. 풍부해지고 아름다워지지요. 1년에 2번, 많으면 4번 정도 미술관에서 유명 작가의 개인전을 보러 다니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겠죠. 그렇게 전시회를 다니는 자아를 하나 추가함으로써 생성되는 완벽한 신세계. 그 세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에서는 미술관 외에 시각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7개 더 소개하고 있어요. 갤러리, 비엔날레, 아트 페어, 대안 공간, 공공 미술 등 생각보다 많죠. 흥미로운 점은 각각의 장소마다 볼 수 있는 예술의 느낌이 서로 전혀 다르다는 거예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아우라가 너무 낯설거나 강렬할 때면 마치 해외 여행을 온 것 같기도 하고요. 비엔날레의 경우 전시를 보려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을 탐방하게 되는데, 내가 알던 광주가 맞나? 부산이 맞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이 책에서 독서 행위를 하나의 참여 예술로 만드는 재미있는 시도를 하셨어요.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개념 미술이 시작되면서 '어떤 아이디어, 의도,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기로 했나?'라는 질문이 중요해졌어요. 결과만큼 초기 아이디어, 과정이 유의미해진 거죠. 이걸 독서에도 적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앞에 '이 책 어딘가에 어느 예술가의 문장이 숨어있습니다. 꽤 엉뚱하고 맥락 없는 흐름일 거예요. 우연히 발견하거나 꼭 찾아보세요.'라는 문장을 적었어요. 독자는 책을 읽으며 이 문장을 찾아보게 될 것이고, 책의 끝자락에 정답을 알려줍니다.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한다는 건 움직임 자체에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그렇기에 '내가 뜬금없는 문장 찾아봐야지!' 염두에 두며 읽는 순간부터 당신의 독서는 참여 예술이 되는 것이지요.
*김진혁 다양한 공간에서 문화 예술 기획을, 현재는 조직 안팎에서 유연하게 일하며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만든다. 여전히 많은 전시를 보고 예술 안에 머무는 중이다. 큐레이터의사생활(@magazine.curator)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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