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소아 정신과 교수이자 의사로서, 지나영은 20년 가까이 수많은 아이와 부모를 보아왔다.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가족의 삶을 바라보면서 결국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부모와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아이'야말로 육아의 최종 목적지이며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본질에 초점을 맞춘 육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열심히 아이를 키우지만 정말 중요한 교육은 잊고 있는 부모들을 위해, 범람하는 육아 아카이브 속에서 중심과 핵심만 골라내었고, 그 결과물을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에 집대성했다.
이 책은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본질육아법'을 소개한다. 왜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도 불안한지, 왜 잘못된 방향인 줄 알면서도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는지, 왜 공든 육아가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지, 대한민국 부모들의 육아 고충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명쾌한 해법과 쉬운 실천법을 담았다. '나의 보석 같은 딸, 나의 별 같은 아들'을 위한 지나영 교수의 본질육아 로드맵으로 부모는 홀가분해지고, 아이는 더 단단해지는 신선한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책을 출간하셨다고 하시는데요. 이 책은 어떤 책인지 그리고 이 책을 쓰신 교수님은 어떤 사람인지 한번 짧게 설명 부탁드려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는 육아 문화, 자녀 교육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 쓴 책입니다. 한국 사회는 부모들이 정말 이렇게 힘들게 용을 써서 아이들을 기르고 부모 자신이 굉장히 희생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런데 부모가 육아에 힘과 애씀, 시간, 경제적인 자원을 투자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행복도는 높지 않아요. 그리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가 않아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자녀를 기른다는 육아의 본질에는 소홀하고 그 온갖 애씀을 사실 본질이 아닌 부분에 너무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육아 서적이 있고, 부모 교육 서적이 있고, 전문가도, 관련 프로그램도 굉장히 많아요.
이러한 좋은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의 짐을 덜어주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도리어 계속해서 부모님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말하죠. 저는 그 짐을 덜어주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치이고 아이도 치이고 부모님의 그 젊은 20년도 그냥 회오리바람에 쓸리듯 없어지는 이 상황 속에서, 우리가 본질로 돌아감으로써 무거운 짐은 벗고 육아의 본질을 제대로 해서 애는 더 잘 키우고 부모님의 삶도 20년 동안 성장할 수 있으면 합니다. 책의 부제처럼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부모,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에요.
현실 육아에 지친 한국의 부모들에게 새로운 자녀 교육 문화를 소개하고 계시네요. 마치 개척자처럼요. 교수님께서는 왜 소아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하셨고, 왜 이런 활동을 하시게 되었는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정신과를 항상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국에 와서 정신과를 공부했죠.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었거든요. 정신과는 일반 정신과를 먼저 공부한 후에 분과를 해서 더 자세하게 배울 수 있어요. 일반 정신과를 수련하면서 소아 정신과를 가게 되었어요. 정신과 병동에는 심각한 우울증, 자살 충동 등을 겪는 중년층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보다가 이제 로테이션해야 되니까 별 관심 없이 소아 정신과로 갔어요. 갔는데 겨우 13살, 14살 이런 애들이 있는 거예요. 이 어린 아이들이 "세상이 부질없다", "내가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나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나는 그냥 없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어린 아이들이 이런 질환을 앓는다는 것을 보고, 나이 든 사람에게 어느 순간 이런 질환이 딱 생기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소아 정신과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럼 도대체 왜 부모들의 그런 실제 현실 육아는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요?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어요. 우선 하나는 자꾸 뭘 해야 한다고 하는 것. 부모도 자기의 삶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거기에다 자꾸 무언가를 더 하라는 거예요. 부모는 치료자도 해야 하고, 선생님도 해야 하고, 영어도 가르치고, 수학도, 언어도, 감정도 가르쳐야 해요. 이 모든 걸 다 하면 조금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부모도 한 사람으로서 자기의 삶이 있잖아요. 자기 삶도 중요해요. 한창인 30~40대 부모에게 자꾸 짐을 더해주고 있어요. 아이를 기른다는 건 기쁨과 신남, 설렘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또 다른 하나는 부모 잘못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에요. 아이가 잘 안되면 부모의 잘못이 되는 거죠. 부모가 잘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부모 마음이 어떻겠어요? 이런 사회에서 누가 부모 하려고 손들겠어요. 부모에게 짐을 지우는 거예요. 저는 육아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사랑, 부모의 사랑 다음에는 삶의 근본을 가르쳐주는 것. 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에서 강조하는 것이 결국 이러한 가치 교육과 마음 자세 교육이에요.
그럼 우리 사회의 육아 문화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아이가 삶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도와주세요. 누군가 대신 개척해주고 있는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어쩌다 보니 우리의 현실이 되었어요. 근데 이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돼요. 지금의 이런 현실을 그대로 아이한테 물려줄 수 없잖아요. 불안할 수 있어요. 그래도 그저 사랑한다고 표현해주세요. 어렵지 않아요. 우리는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을 입시 교육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거를 조금만 바꿔보세요. 대학교에 들어갈 때는 아이가 20살이에요. 부모가 온 힘을 다해서 20살까지 아이를 키우는 게 결과의 전부가 아니에요. 입시 교육 목적의 육아는 백세시대에 아이의 남은 80년 인생을 보장해주지 않아요.
다 같이 육아와 교육의 새 문화에 동참해서 온 나라를 뒤덮으면 좋겠어요.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고 표현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삶의 근본을 가르쳐줘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80년, 100년을 기대하는 거죠. '이 아이가 어떤 애가 될까?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랑받고 혼자서도 나아갈 수 있는 애가 됐는데 이 아이가 어떤 애가 될까?' 이런 마음을 가지는 진짜 좋은 세상이 저는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속에서 말하는 교육 요법 중에 20초 허그 요법이란 게 나오더라고요. SNS에서 이미 실천하고 계신 부모님들도 많고요. 이건 어떤 요법인가요?
당연히 아이를 사랑하지,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하실 수도 있어요. 사랑은 본능인데, 바로 이 사랑의 메시지에 중요한 게 두 가지 있거든요. 첫 번째는 '조건 없는 사랑'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사랑의 메시지가 조건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어요.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엄마가 이거 세팅하라고 했는데 지금 또 게임하고 있니?" 이런 실랑이를 하다 보면 아이는 사랑받는다는 느낌보다 부모의 말을 들어야 사랑받고 안 하면 사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해줘야 해요. "난 널 사랑해. 너가 내 딸이고 내 아들이라서 너무 좋아. 고마워, 사랑해."
그다음에 중요한 건 절대적인 존재 가치예요. "넌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우리는 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존엄한 절대적인 존재 가치가 있어요. 이거는 누구나 있는 거예요. 능력과 상관없어요. 사람의 가치는 능력으로 판가름할 수 없어요. 월급이 기준도 아니고요.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어디 사느냐. 그 사람 지위가 뭐냐, 그 사람 월급이 얼마냐, 그 사람 차가 뭐냐 이걸로 판단하면 안 돼요. 우리는 절대적인 존엄한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거를 어릴 때부터 가르쳐줘야 돼요.
아이를 밀착해서 20초 동안 허그하는 거예요. 정말 간단해요. 그리고 사랑과 인정의 메시지를 말해주는 거예요. "너희는 별 같고 보석 같은 존재야. 너희 모두 하나하나가 별이고 보석 같은 존재야.", "나는 너를 사랑해.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해." 절대적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해주는 거죠.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이걸 잘 못 들어요, 아이들이. 눈물 나지 않나요? 인정의 말에 이런 말도 좋아요.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거예요. 잘하고 못하고 오늘 실랑이했다 하더라도. "오늘 동생하고 싸우고 그런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잘 참고 견뎌줘서 고마워." 아이가 나름 애쓰고 있다는 걸 인정해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를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모든 부모가 이 새로운 자녀 교육 문화에 타야 되기 때문에, 모든 부모님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특히 꼭 읽으시라고 말하고 싶은 분들은 예비 부모예요. 내가 왜 부모가 되려고 하고 내가 어떤 부모가 되려고 하는지 먼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예비 부모로서 이것부터 제대로 세우고 이제 생각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부모 되기가 홀가분해지거든요. 그다음은 이제 영유아 자녀가 있고, 이제 학교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걱정되는 부모들, 경쟁이 걱정되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아요.
그리고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가 힘든 부모들. 왜 이렇게 힘든지 한번 돌아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는 부모 스스로를 보는 파트가 많아요. 부모 자신을 위하는 부분에서 당연히 도움이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 주시는 부모님들이 위로가 되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힘듦을 지고 있는 부모님들,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 어려움을 해소하고 싶으신 분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를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육아서로서 아이를 위해서 썼지만 결국 부모님도 한때는 자녀였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부모님도 아직 그 시절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책은 결국 자녀였던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서 썼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이 책 안에 있는 우리 아이에게 해주면 좋은 말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게도 해주면 좋겠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더 해야 완벽해지는 줄 알아요. 그런데 이런 말이 있어요. 완벽이란 더 더할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뺄 게 없는 상태다. 뺄 게 없는 상태, 바로 '본질'이죠. 꼭 완벽이란 말로 갈 필요는 없어요. 덜어서 가장 중요한 본질을 잘하면 되는 거예요.
바로 그 육아의 본질만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속에 넣어놨으니까 이제 짐을 좀 덜고 아이를 위해, 그리고 부모 자기 자신을 위해 본질육아 해주세요. 내 삶도 스스로 개척하는 부모. 아이 삶도 스스로 개척하는 아이. 그리고 행복한 부모가 되세요. 죄책감 가지지 말고 행복한 부모가 있어야 행복한 아이가 있습니다. 자기 일 사랑하고 자기 친구들과 시간 보낼 수 있으면 보내고, 죄책감 너무 느끼지 마세요. 육아의 본질과 내가 스스로 개척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아이가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정말 잘하시는 거예요. 다 같이 조금 더 수월하고 편하고 쉽게 행복하게 즐겁게 육아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영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의사 국가고시 상위 3% 성적으로 통과한 수재다. 하버드 의과대학 뇌영상연구소를 거쳐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 정신과 레지던트로서 소아정신과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다. 그 뒤 존스홉킨스와 그 연계 병원인 케네디크리거인스티튜트에 소아정신과 교수진으로 합류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찾아온 불치병 '신경매개저혈압'을 이겨내고 ADHD를 앓으면서도 의사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히 쌓았다. 인생의 고비를 넘기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를 키우는 법에 관한 양육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에서 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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