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약국 안에서 책을 파냐고요?
본업은 ‘약사’ 부캐는 ‘책방주인’으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박훌륭 작가의 말이다. 먹고사는 일 이외의 딴짓 라이프로 재미와 행복을 찾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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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약국 안 책방 : 아직 독립은 못 했습니다만』이 출간됐다. 먹고사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균형을 맞추며 오래오래 재미있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여기 본업이 ‘약사’인 사람이 있다. 그의 일상은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비범하다. 약을 조제하고, 필요한 약을 주문하고, 손님들에게 약을 권하는 사이마다 끼워 넣은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 약사 업무 이외에 그가 하는 일은 책 리뷰 쓰기, 책 주문하기, 책 정리하기, 도서 이벤트 기획하기 등등. 그렇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바로 ‘책방 주인’이다.



처음 오신 분들은 ‘약국 맞아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약국 속 서점 ‘아직 독립 못 한 책방’(이하, 아독방)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재미있게 느껴져서가 아닐까 싶은데요. 약국을 병행한 숍인숍 서점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박훌륭: 제가 하는 일에 힘듦을 느끼고,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어느 날 약국 한 켠에 비어 있는 공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팔리지 않는 약국 화장품을 빼놓은 자리였는데 ‘저 자리에 책을 갖다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이나 지인들이 추천한 소량의 책을 약국에 비치했어요. 한 권씩, 두 권씩 들여놓은 책들이 점점 늘어났고, ‘이럴 바엔 서점을 해 보자’로 발전하게 되었죠. 그저 일터에서 혹은 내 생활에서 약간의 위로와 위안을 얻고자 했던 일이 ‘아독방’이 된 겁니다.

‘책을 좋아하니 서점을 해 보자’라는 용기가 참 멋진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한 서점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서점운영 실전편으로 접어들며 ‘아, 이건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다’ 싶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또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훌륭: 책방을 시작하며 간과한 것은 정말 이렇게 책 재고가 많이 불어날 줄 몰랐다는 겁니다. 판매에 따른 적절한 재고 조절을 할 거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량은 늘어났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대부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작은 책방은 더 심했습니다. 작은 책방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하고 여유 있는 공간 같이 보이지만 신간이 나오는 속도와 잊히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웬만한 책들은 시기를 놓치면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제 책 욕심까지 합쳐져서 재고는 더욱 늘었죠.

이런 재고의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래도 노하우가 생겨서 최대한 속도 조절을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예약제를 통해서 구매할 책의 양을 적절히 맞춘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단골손님들도 많고 서점운영에 대해 소소한 의견을 내는 분들도 있고. 분위기가 참 정겨운데요. 유독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또, 서점 하길 참 잘했다 싶을 때는 언제였는지요.

박훌륭: 서점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때는 서점을 운영해온 모든 기간입니다. 서점 손님들은 다른 업종의 손님들과는 좀 다른 결이 있어서 배려하는 데 익숙하고 조심스러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 그런 손님들을 만나면 늘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빠른 인터넷 환경을 가진 나라에서 오프라인 서점에서, 그것도 작은 오프라인 서점에 와서 책을 사고 또 편리한 온라인 서점을 두고 굳이 여기서 주문하는 모든 손님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약사의 기쁨과 슬픔, 책방 주인의 기쁨과 슬픔을 하나씩 이야기 해주신다면?

박훌륭: 약사의 기쁨이라면 내가 드린 약을 먹고 잘 나았다거나 증상을 듣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권유를 적절하게 했을 때 기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저에게 들어오는 이야기는 잘 없다는 게 슬프다고 할 수 있죠. 대부분 약 가격 비교에만 예민한 편이라 슬픕니다.

책방 주인의 기쁨은 약사와 비슷한데요. 제가 추천하거나 리뷰한 책을 읽고 재밌다거나 잘 읽었다고 하는 피드백이 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추천해 드린 책이 괜찮으면 다음 책 주문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주변에 소개도 해주시죠. 그럴 때 보람이 큽니다. 또, 책은 정가가 같아서 약국처럼 가격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슬픔은 아무리 애써도 손님들이 큰 온라인 서점만큼 편리하게 책을 구매하고 추천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박훌륭 작가님께 아독방이란? 또,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아독방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박훌륭: 아독방은 독립하고 싶지 않은 공간입니다. 이곳의 약국과 함께해야 더욱 독특한 매력이 생기니까요. 아독방 하면 약국과 책방의 조합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있습니다. 약사 이자 서점 주인이 혼자 꾸려간다는 특징도 있지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비중이 크다는 점도 아독방만의 특별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독방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주문을 받는 등 온라인 비중이 크다.)

혼자 운영한다는 것이 분명 한계는 있지만 아독방을 아는 대부분의 분과 재밌게 잘 지내는 게 아독방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껏 그랬듯 친근하고 재미있고, 독특한 서점으로 자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서점 주인’을 꿈꾸게 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인 지점도 놓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책방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박훌륭: 서점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현실에선 그게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순환고리로 진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형 서점처럼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없다는 걸 빠르게 인정하고 본인이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서점을 운영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독립서점은 주인장이 곧 서점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주인장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매력과 개성이 살아나고, 손님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야 질리지 않고 오래 운영할 수도 있고요. 항상 본인을 제일 먼저 생각하고 시작하세요!



약사이자 서점 주인,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먹고사는 일 외에도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이유와 과감히 해낼 수 있는 작가님의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훌륭: 간절하면 하게 된다는 말이 있죠. 저는 이 말이 반만 맞는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너무 간절하면 하게 되긴 하지만 원하는 바까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많이 봤거든요. 풀어서 이야기하면 너무 간절하면 실망도 크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너무 미래를 과하게 설계하지 않고 ‘그냥 시작하는 것’ 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건 삶의 과정일 뿐입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내 몸무게만 무거워집니다. 




*박훌륭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주인장이자 약사.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이벤트를 열어 모두의 기분을 up시키는 취미가 있다. 특별한 이름답게 살아보자는 삶의 방향 아래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특별한 일 없이 보내려 애쓰고 있다.

인스타그램 @a_dok_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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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