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는 ‘책’, ‘강연’, ‘기획’, ‘콘텐츠’ 네 가지 키워드로 출판기획에이전시 <책과강연>을 출범해 운영 중인 김태한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책이다. <책과강연>의 부대표이자 출판기획자로서 다양한 예비 저자들의 글을 읽어온 저자는 많은 원고를 거치며 ‘이 원고, 이렇게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꼈고, 그게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원고를 투고하는 예비 저자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응원,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 책으로 이어졌다.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는 투고를 준비 중이거나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예비 저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였다.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는 어떤 책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원고가 투고될까?’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출판업을 시작하고 나서 하나둘 들어오는 투고 원고가 어느새 메일함을 가득 채울 만큼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투고되는 모든 원고에는 예비 저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 써서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못한 원고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출판사 이름을 다르게 적거나, 이 원고를 출간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처럼 말하거나, 다짜고짜 계약금 얼마를 요구하는 것들이요. 또 책만 나오면 출판사가 다 알아서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 초판은 무조건 팔린다며 호언장담하는 분, 자신의 원고가 왜 계약되지 않았는지 따져 묻는 분 등 정말로 다양한 예비 저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원고이지만, 어쩌면 투고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원고를 열어보게 만드는 힘일 것이라는 생각이요.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는 이러한 제 생각과 고민을 바탕으로 기초적이지만 예비 저자라면 꼭 알아야 하는 출판 정보를 모은 책입니다.
출판기획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국어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이전엔 출판업계에서 일한 적도 없는, 출판업계 발을 들인 지 이제 겨우 5년 차인 출판기획자입니다. 경력 많은 선배들 사이에선 아직 신생아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 10년간은 평범한 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돌이켜보니 회사원 시절 제가 했던 일이 ‘기획’이었더라고요. 물건을, 서비스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야 했던 거죠.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기획을 하며 쌓아온 경험과 시간이 자연스레 출판 시장에도 접목되었습니다.
첫 출발은 ‘출판기획에이전시’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찾아오면 그들의 원고(콘텐츠)를 기획하고 문장을 함께 다듬어 출판사로 투고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또한 출판사의 연락과 선택을 간절히 기다리는 예비 저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예비 저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도록 도울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출판기획자라는 생각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불과 5년 차밖에 되지 않았는데, 시기상조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신 만큼, 이 책을 쓰는 동안 고민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의 원고를 집필하고 나서 몇몇 출판사에 투고를 했을 때 제가 받은 반응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원고가 좋다며 칭찬해준 출판사도 있었지만 장문의 욕설 비슷한 답신을 보내온 출판사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요지는 이거였습니다. ‘너는 출판 업계 초짜인데 건방지게 글을 썼다.’ 그래서 제가 정중히 다시 여쭤봤죠. 제 원고를 읽으셨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원고는 열어보지도 않았다. 제목만 보면 안 봐도 비디오다.’였고 그 뒤로는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출판을 오래 한 대선배님들에게는 제가 아직도 신입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저만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예비 저자의 마음과 출판사의 마음 모두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감을 통한 이해가 있었기에 115건이 넘는 원고의 출간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조심스럽고, 고민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책이 글을 쓰는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제 투고 들어온 원고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원고가 있으신가요?
일전에 제목이 매우 자극적인 원고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제목에 이끌려 이메일을 열어보았는데, 첨부파일이 무려 여덟 개가 들어있었습니다. 출간기획서, 목차, 샘플 원고1, 샘플 원고2, 샘플 원고3, 집필 과정 PPT, 글쓰기 명언 모음, 자작시까지… 한눈에 봐도 혼란스러웠습니다. 혹시나 해서 열어본 출간기획서는 총 10장에 이르러 이력서를 방불케 했고, 경력 사항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아파트 동 대표까지 역임했다는 정보까지 적혀있었습니다.
이 원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후에 기획서의 핵심이란 ‘간단’과 ‘정확’이라는 저만의 정의를 설립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장황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듣다 지쳐버리고 만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대한 원고와 관련된 정보를 두괄식으로 간단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출판사의 시선을 사로잡을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투고된 원고를 출간 계약 성사시키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무엇인가요?
출판사가 투고한 원고에 계약 의사를 밝히는 것은 “당신의 콘텐츠(원고)에 투자하겠습니다.”라는 말입니다. 계약을 완료한 원고에는 출판사의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예산이 수반되므로, 출판사는 ‘끌리는 원고를’ 신중히 고르고 또 선택합니다. 끌린다는 말에는 즉 ‘이 원고를 책으로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겠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시장 논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바로 그 점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투고 원고를 출판사가 획득했을 때 잘 팔릴 수 있는 원고라는 것을 어필하죠. 원고의 기획 의도와 높은 시장성, 시의적절함을 어필합니다. 물론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말이죠.
지금껏 많은 예비 저자분들을 만나보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을의 철학』을 쓴 송수진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늘 답답한 마음으로 20대와 30대를 보내던 그녀는 조용히 머물 곳이 필요해 막연하게 찾은 도서관에서 철학을 만났습니다. 책을 통해 철학자들이 겪은 고뇌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어제와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됐고 그것을 글로 써냈습니다. 그녀의 글은 흠잡을 구석 없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제목과 기획안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비정규직으로서 그녀가 겪었을 회한, 분노, 체념과 여성으로 겪었을 차별, 사회적 유리천장 등 그녀의 감정을 설명하는 한 글자 ‘을(乙)’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작가 자신의 삶을 ‘철학’이라는 새로운 매개체와 연결시키고, ‘을’이라는 한 단어로 콘셉트를 멋지게 발전시켜 출간한 이 책은 우리가 가장 아끼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후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한 기획자로부터 『을의 철학』만큼 제목과 콘셉트가 명확한 투고는 드물다고 이야기를 들은 후로 콘셉트와 기획의 중요성을 한층 더 깨닫게 되었죠. 송수진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어 준 분이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를 꼭 읽었으면 하는 분들과 예비 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래전 서점에서 책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 책 한 권쯤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어쩐지 부끄러워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지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보통 사람들의 글을 출간할 수 있게 돕고 때로는 책으로 만들면서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습니다. 나만의 책을 쓰고 싶은 예비 저자분들, 이 책을 읽으며 출간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예비 독자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출판의 길로, 이윽고 저자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지금은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생각과 꿈이라도 잊지 않는 자에게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리라고 믿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원고를 작성하거나 투고할 때 이 책이 작지만 알찬 안내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태한 2017년 ‘책’, ‘강연’, ‘기획’, ‘콘텐츠’ 네 가지 키워드로 출판기획에이전시 <책과강연>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책과강연]의 부대표이자 출판기획자로서 다양한 예비 저자들의 글을 읽어왔다. 많은 원고를 거치며 ‘이 원고, 이렇게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이 책을 쓰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원고를 투고하는 예비 저자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책을 쓰는 동안 예비 저자들의 간절한 마음에 공감하게 됐고,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간절함이 보상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저서로는 기획자의 책 기획 과정을 담은 『기획자의 책 생각』(공저)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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