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저희 <책읽아웃>이 200회를 맞았네요. 우리 멤버들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우리 광부님들 정말 감사드려요. 200회를 돌아보면서 오늘 주제를 정했어요. ‘이 작가라면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입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김유원 저 | 한겨레출판
처음에 책 표지를 보고서 당연히 ‘볼펜’의 시간인 줄 알았어요. 뭔가를 쓰는 이야기에 왜 야구공이 있을까 싶었는데요.(웃음) 볼펜이 아니고 불펜입니다. 불펜은 야구에서 시합 중에 구원 투수가 경기에 나가기 전 준비 운동을 하는 곳인데요. 투우 경기에서 소들이 대기하는 곳이라는 어원을 따라 노동자들의 공간으로 은유되기도 한다고 해요. 이 소설은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데요. 정용준 소설가님의 추천평이 이 소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글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한때는 MVP였지만 지금은 불펜의 시간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삶이 성공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을 정점이라고 믿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찌 보면 우리 모두 불펜의 시간을 살고 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요. 첫 번째 주인공은 ‘혁오’라는 친구입니다. 혁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프로의 입단한 유망 한 야구 선수인데요. 입단 후 뜻하지 않은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선발 선수로 출전하지 못하고 중간 계투로 살아가게 됩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준삼’ 이라는 친구인데 혁오와 중학교 동창입니다. 준삼은 실력이 엄청 뛰어난 친구는 아니어서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야구를 그만두고, 증권회사에 취직을 해요. 준삼은 예외적으로 살 자신도 없고, 독보적으로 살 자신도 없어서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자신을 맞추면서 괴로워하는 그런 인간형이에요. 세 번째 주인공은 ‘기현’입니다. 초등학교 야구 선수였지만 여자 야구부가 없다는 이유로 선수를 포기하고 스포츠 신문 기자가 됩니다. 특종 욕심이 있는 친구라 야구계 승부 조작을 파헤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혁오를 인터뷰하게 되죠. 그래서 혁오의 트라우마를 알게 되는 사람이에요.
올림픽 기간에 읽어서 더욱 남다른 인상과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스포츠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안에서 비정규직 문제라든지 다양한 사회 이슈를 톡톡 건드리는 것도 좋았고요. 제게는 소설에 등장하는 세 인물 모두 어떤 면에서 평범한 인물로 읽혔거든요. 물론 혁오는 뛰어나고 특별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자신을 지키고 이 선수 생활을 끝까지 하고 싶어서 견딜 수 있는 자신의 방법을 선택한 거고요. 따라서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는 면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불펜의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고요. 김유원 작가님의 다음 소설이 무척 기대돼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배윤슬 저 | 궁리출판
제목이 아주 정직하죠. 책을 읽으면 이 제목만큼이나 정직한 저자의 태도가 읽혀요. 그 부분에 반해서 이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 노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다가 2년 만에 퇴사를 한 거죠. 사실 사회복지사가 된 데에도 저자 분의 철학이 있거든요. 타인의 삶에 너무 영향력이 크거나 그 타인의 삶에 깊이 관여해야 되는 일은 안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선택한 거였어요. 의사, 교사, 공무원, 변호사 등의 직업을 생각해보면 너무 영향력이 큰 직업들이잖아요. 게다가 그 영향력이 나쁜 영향력일 가능성도 너무 많아요. 저자 분은 이런 고민을 일찍부터 해왔으니 퇴사 후에도 고민이 많았던 거죠. 그러다 선택된 게 도배사였던 거예요. 그렇게 2019년 10월부터 도배사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던 사람이 도배를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죠. “네가 왜 도배를 해?”, “너 도배 아직도 해?” 같은 말을 들었고요. 저자 분은 내가 선택한 일이고, 앞으로도 이 도배사 일을 잘하고 싶기 때문에 주변의 어떤 공격들을 그냥 뒤로 흘려버리는 담대한 태도를 보이거든요. 그 태도가 정말 멋있었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고 하고요. 설이나 추석 그리고 노동절을 빼고는 휴일은 따로 없고 일요일만 쉬는 생활을 2년 동안 하고 계신 건데요. 그래서 쉬는 시간이 되게 중요해진 거죠. 그래서 밀도 있게 휴식하는 법에 대해서도 엄청 고민을 하세요. 시간을 정확하게 보내려는 노력도 너무 멋있어요. 이렇듯 저자 분의 멋진 태도가 듬뿍 담겨 있는 책이에요.
편견과 선입견에서 누구도 완전하게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또한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합적인 특성으로 이루어진 한 사람을 단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나는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호캉스를 즐기기도 하며 반지 모으는 것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이고 후식으로 아메리카노와 조각 케이크를 즐겨 먹곤 한다. 생각이 많을 때는 글을 쓰며 머리를 식히고 현장 곳곳에 사진을 찍어 SNS 계정에 올리는 것은 또 다른 취미이다. 노가다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은 나의 한 가지 모습일 뿐이지 내 전부가 아니다.
저자 분이 아마 계속 글을 쓰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자신만의 삶의 관점이나 경험한 일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세상에 내놓는 일도 꾸준히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이슬아, 남궁인 저 | 문학동네
제목이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다』잖아요. 이는 이슬아 작가님의 편지에서 나왔습니다. 첫 번째 편지인데요. 먼저 이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그건 그렇고 우리 사이에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최근 카톡으로 보여주신 원고 있잖아요.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봉 그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 말입니다. 그 글 물론 웃겼습니다. 웃기려고 작정하고 쓴 글 같았고요. 하지만 엄청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ㅋㅋㅋ와 ㅎㅎㅎ를 남발하며 답장했지만 그건 글이 웃겨서라기보다는 선생님이 첨부한 과거 레게머리 시절 사진이 웃겨서였죠. 글만 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날 정도였고 그간 써 오신 명작에 비해 가볍고 유치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이런 카톡을 보내셨어요. ‘이슬아처럼 쓰자, 하고 쓴 거예요.’ 저는 그때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2000년대 초 드라마 대사 같은 것을 외쳤죠. ‘나다운 게 뭔데!’
이 책은 세계적인 탁구 공격 선수와 탁구 수비 선수가 맞붙었을 때 벌어지는 풍경이 아닐까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그런 진풍경이 책 속에서 계속 연출되더라고요. 이슬아 작가님은 꾸짖고 물으면서 남궁인 작가님에게 공을 넘기고요. 남궁인 작가님은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 하고 머리를 싸매다가 어떻게든 다시 그 공을 넘기는 과정이 반복되는데요. 이 패턴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보면서 작가님들이 정말 글을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어요. 서간문이라고 하면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창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글과 상대의 글이 비교되는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두 작가님 역시 정말 최선을 다해서 편지를 쓴 것 같은데요. 편지 하나 하나가 모두 명문이고요. 발상 자체가 독특해서 감탄만 하게 되면서 정말 역시는 역시, 라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탁구공이 오가면서 생기는 모종의 긴장감, 바로 이 긴장감이야말로 저는 서간문으로 이루어진 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자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보는데요. 그 점에서 이 책은 너무 잘 완성된 책이고요. 두 작가님의 역량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이슬아와 남궁인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이 서간집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또 <책읽아웃> 출연자이시기도 한 이연실 편집자님께서 만드는 책, 쓰는 책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