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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모든 지나간 역사는 흑역사다 (G. 김혜경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00회) 『아무튼,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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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위(胃)로 가는 것들은 위로가 된다”고 말하는, 『아무튼, 술집』을 쓰신 김혜경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1.08.12)


다만 마음껏 마셔도 계속해서 다음에 마실 술을 찾아내는 마스터처럼, 있는 힘껏 좋아해도 계속해서 그 마음을 받아줄 세계가 있다는 걸 알려준 모티처럼,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결심할 뿐이다. 앞을 가로막는 장벽이 있다면 돌파하진 못해도 발걸음을 되돌리진 말자. 다만 방향을 살짝 바꾸어 벽을 옆으로 끼고서라도 계속해서 걸어보자! 그렇게 걷다가 돌이켜보면, 막다른 길인 줄로만 알았던 지점은 그저 모퉁이에 불과할 것이라고 믿어보자.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혜경 작가님의 『아무튼, 술집』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앞을 가로막는 장벽이 나타나 다음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선택할 수 있겠죠. 앞으로 나아가기를 그만두거나, 그 장벽의 끝이 나올 때까지 장벽을 따라 걸어보거나. 김혜경 작가님은 장벽을 끼고 걷는 사람, 어쨌든 계속 걸어가보는 사람, 나를 가로막는 사소한 걱정을 그저 모퉁이 삼아버리는 사람이에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김혜경 작가님을 모시고 ‘집보다 술집’이라고 외치는 작가님의 술집 사랑과 술집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어보겠습니다.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시면서 들어도, 좋겠네요! 



<인터뷰 – 김혜경 편>

오은: 첫 책 『시시콜콜 시詩알콜』을 출간했을 때는 공동 저자가 있었잖아요. 그때의 기분과 단독 저서를 냈을 때의 기분이 다를 것 같아요.

김혜경: 그 책은 저와 팟캐스트를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같이 살고 있는 법적 동거인과 함께 했는데요. 그때 한 번 이별을 겪을 뻔 했고요.(웃음) 둘이 함께해서 좋았지만 그래도 책은 확실히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어요. 이번에 낸 책이 단독 저서여서 그런지 그때보다는 지금이 좀 더 첫 책을 낸 느낌이에요. 

오은: 이전 책을 아예 과거에서 지워버렸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웃음)는 얘긴가요?

김혜경: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모든 지나간 역사는 흑역사다!(웃음) 

오은: 『아무튼, 술집』이 나온 뒤에 응원도 많았을 것 같고, 피드백도 많았을 것 같아요. 특별히 힘이 되었던 것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김혜경: 에고서치를 하던 중에 가장 눈에 많이 띄었던 문장이 ‘저와 함께 술집에 가고 싶다’는 글이었어요. 그런 후기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역시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량이 넓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요.(웃음) 글을 쓴 저를 보듬어주고 싶어 하는 독자 분들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오은: 작가님이 진행하고 계신 팟캐스트 <시시알콜>에서 제가 최다 출연자 중 한 명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가 됐어요.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하신 소감이 듣고 싶네요.

김혜경: 역시 대기업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녹음실 환경이 너무 좋은데요? 이런 곳에서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구나, 싶네요.(웃음)

오은: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직장인, 팟캐스터, 집도, 서점도, 길바닥도, 편의점도, 모두 술집으로 바꾸는 사람. 말썽을 피우거나, 뭘 사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었던, 할 수 있는 것은 어른스럽게 괜찮은 척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애어른’이었다. 초등학생 김혜경의 비밀 취미는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 등록하기였다. 무려 ‘영웅’까지 내공을 쌓았다. 특성화고등학교 영상연출과에 진학해 영화를 찍으며 10대를 보냈고, 20대가 된 김혜경은 집이 아닌 술집에서 아주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술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는데 놀랍도록 다양한 술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맥주 한 잔도 제대로 마시기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꽃놀이하러 밖에 나갈 때 피맥하려고 밖에 나가는 사람. 음주를 할 때면 미래의 행복을 조금씩 더 ‘땡겨 쓰는’ 기분이라고 말하는 사람. 기분이 안 좋을 때 술을 마시는 건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의 결혼식에서 "함께 이 사랑을 소중하게 지켜 나가며 백년헤롱 만년헤롱 즐겁게 살 것을 굳게 다짐하는 바입니다"라는 다짐을 씩씩하게 낭독한 사람. 좋아하는 술집은 낮은 조도로 분위기를 만든 곳, 그리고 만취해도 부담이 적은 노포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먼 나라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잊고 싶지 않은 순간에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는다.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긍정의 기운을 얻는, 쉽게 감동받고, 자주 평온해지고, 후회도 잘 하지 않는 김혜경. 지금은 좋아하는 술집이 많은 동네에서 덩치 큰 사람과, 많이 까맣고 조금 하얀 순종 믹스견 ‘똘멩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른스럽게 괜찮은 척하는 어린이였어요.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도 등록했고요. 뭔가 삶을 내가 좀 알고 있다는 치기가 있었던 걸까요? 

김혜경: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 때가 사실은 제일 어른스럽지 않았던 거 같아요. 잘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때부터 쭉 그랬으니까요. 고등학교 때까지도 저는 진짜 이 정도면 어른이지,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고요. 집에 어른이 안 계시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제가 어른의 역할을 해야 된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은: 다양한 술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맥주 한잔도 제대로 마셔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책을 읽어보니 그 시기가 입사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요?

김혜경: 네, 그때부터 술에 쓸 수 있는 돈이 조금 커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역시 무엇이든 그 세계는 정말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술도 그냥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 됐어요. 

오은: 그 당시 가장 좋아했던 술은 어떤 건가요?

김혜경: 가장 좋아했던 술은, 남이 사주는 술이죠.(웃음) 

오은: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할 텐데요. 먼저 작가님께서 『아무튼, 술집』이 어떤 책인지 직접 소개해주세요. 

김혜경: 집이 그냥 사는 곳이었다면 술집은 저를 살게 하는 곳이었고요. 20대의 제가 마음껏 취하고 비틀거렸던, 기억들을 글로 쓴 책입니다. 

오은: <시시알콜>에서 이런 말씀 하셨습니다. “술 하면 거론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작가님도 아시겠지만 『아무튼, 술』이라는 걸출한 책이 나왔기 때문에 이 책을 쓸 때 위축되거나 부담이 됐을 것도 같거든요. 어땠나요? 

김혜경: 『아무튼, 술』도 너무 훌륭한 책이지만요. 술에 대한, 그리고 안주에 대한 훌륭한 책들이 시중에 아주 많기 때문에 사실 하나하나 비교하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았어요. 다만 저는 술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술에 대한 사랑을 이상하게 증명 받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술이랑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웃음) 

오은: 저는 이 책의 도입부가 실로 매력적이었어요. 도입부를 읽은 사람들은 이 책이 어디로 갈지 감히 짐작조차 못하겠구나, 할 정도로 좋았거든요. 보통은 술에서 집으로 가잖아요. 『아무튼, 술집』이라고 하면, 내가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술집에 다녔고, 그 술집에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한번 풀어보겠다,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책이었을 수 있는데요. 그런 제목의 책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셨어요. 술이 시작이 아니라 집이 시작이었던 이유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김혜경: 술집에 대해서라면 많은 분들이 하실 말씀이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무튼, 술집』을 써야만 했던 이유를 스스로도 많이 고민해서 나온 글이 프롤로그였어요. 대체 왜 내가 여기에 이렇게까지 진심을 다하고, 왜 이렇게까지 술집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나 고민을 하면서 기원으로 올라가다 보니 나온 내용인 거죠. 이 모든 그 바깥의 것들, 사람들이 바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그 시작점이었던 것 같은 거예요. 그 얘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오은: 안주를 맛있어서 좋아하지 이해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듯 시도 마찬가지라고 하신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시의 매력이 뭘까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시의 매력도 있을까요? 

김혜경: 제가 생각하는 시는 안주로 치면 굉장히 농축된 맛의 안주 같아요. 그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영업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혜경: 쿠스미 마사유키의 『낮의 목욕탕과 술』 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뭔가를 아주 호쾌하게 좋아하는 느낌이 있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맥주 마시는 것을 설명하는 부분인데요. “황금빛 액체가 목을 치달려 내려간다. 이미 길은 닦였다.”(웃음) 이런 것도 있어요. “꼰대 아저씨 주제에 목욕탕에서 다시 태어나 신제품으로 변신한 내가 전면적으로 맥주를 맞이한다.” 이런 호쾌한 느낌이 있어서 한 번쯤 내가 어떤 것에 갖고 있던 애정이 흐릿해진다 싶을 때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은 것인데 이렇게 기꺼이 사랑할 수 있구나, 라는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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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집
아무튼, 술집
김혜경 저
제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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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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