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인생에 찾아온 이별의 쓴맛은 지독했다. 디즈니 <하이 스쿨 뮤지컬>의 주인공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전 남자친구 조슈아 바셋의 환승 이별을 저격한 'Drivers license'로 단숨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하이틴 스타들의 삼각관계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최적의 소재였고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의 애절함은 10대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단 한 곡으로 올해 가장 핫한 신인으로 거듭난 그는 본격적으로 이별 경험담을 쏟아내며 뮤지션으로서의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Drivers license'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별이 음악의 소재가 되어주었다면 음악적 특징은 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로부터 받은 영향에서 비롯된다. '1 Step forward, 3 steps back'은 우상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New year's day'를 샘플링 했고 이별의 경험을 녹여낸 송라이팅 방식까지 그와 닮았다. 중2병 같은 가사를 분노의 샤우팅으로 담은 펑크 록 'Brutal'에는 에이브릴 라빈의 반항심이, 'Favorite crime'과 'Happier'의 호소력 짙은 보컬에는 로드의 깊은 감성이 묻어난다. 색깔이 강한 뮤지션들의 익숙한 향취가 결합해 음악에 다채로운 맛을 더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유치하지만 솔직하고, 어설프지만 당돌하다. 이것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매력이다. 실제 연애사를 전면에 내세운 그의 노랫말은 감정 표현에 망설임이 없는 MZ세대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어른들의 관심 밖이던 십 대들의 이야기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고 오는데 성공한다. 특정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고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을 풀어내는 작법 역시 해당 세대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정의한 십대들의 솔직한 표현법은 이들을 풋내기로만 보던 어른들의 음악 세계에 새콤한 반전을 선사한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첫 등장으로 빌리 아일리시를 잇는 2000년대생 팝스타로서 강렬한 눈도장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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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