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자칫하면 나조차 될 수 없다.” 책 속의 이 문장을 읽으면서 철렁했다. 두려워졌다. 그 자칫하는 사람이 지금의 나는 아닐까. 『내가 되는 꿈』은 내내 그렇게 ‘내가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거의 자신을, 관계들을 돌아보는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나 자신에게로 옮겨온다. 그와 함께 나 또한 열 살의, 열일곱의, 스물의 나와 다시 만나며 ‘나’에게 한발 더 간다.
주인공이 떠올리는 지난 일들은 아프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 속 다정한 가족의 모습은 ‘가족의 표준’을 제시하지만 현실의 엄마 아빠는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고, 학교에서도 담임에게서 이상적인 스승의 모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른인 그들도 자신을 잃은 걸까. 현실에 매몰되어 누구도 되지 못한 것일까. 지금은 어떤가. 주인공은 그때의 그들만큼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일도 연애도 가족과의 관계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그를 깨우는 것은 십대의 자신이 쓴 편지다.
어른들은 말하지 않거나 실수로 잘못 말하고 일부러 다르게 말한다. 아이는 말 너머의 마음을, 진심을 읽는다. 그렇다면 어른과 아이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는 것에 대단한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그저 일곱 살, 열다섯 살, 스물세 살, 서른여섯과 마흔여덟 살, 쉰아홉 살, 기타 등등의 나와 함께하며 그들의 존재를 통해 힘을 얻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내가 되는 것일 테다. 이런 ‘나’의 이야기를, 할 수만 있다면 십대의 나에게도 전하고 싶다. 무수히 많은 나와 나누어 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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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