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준 “잠들기 전에는 반죽음이라고 생각했지만”
방향성을 정한 후부터는 구르고 다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자는 마음 하나만으로 썼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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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버틸 힘도 없으면서 하루를 또 버텨내는 당신에게,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가는 당신에게 필요한 책.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은 곱씹을수록 마음 속에 온기로 스며드는 문장으로 가득한 책이다. 놀라울 만큼 정확한 공감과 세밀한 위로를 전하는 이 책의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들을 풀어내었는지 ‘김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섯 번째 책을 쓰시기까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집필하셨나요?

다섯 번째,라고 말하니까 어딘가 비장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네요. 양으로 봤을 때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저는 이 일을 산을 오르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게 글 쓰는 일은 광활한 사막을 줄곧 헤매는 과정이에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한참을 방황했고 때로는 마실 물이 없어 목이 타들어 가기도 했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꼭 물어요. 계속 글 쓸 거냐고요. 그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없어요.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도 하기 전에 이미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거든요. 이번 책도 마찬가지였어요. 방향성을 정한 후부터는 구르고 다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더라도 끝까지 해내자는 마음 하나만으로 썼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부제이자 표지 하단에 박혀있는 ‘이 또한 반삶이었다’, 정말 강렬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반죽음이라는 말은 자주 쓰는데 반삶이라는 말은 하지 않잖아요. 국어사전에도 반삶이라는 말은 없어요. 그 점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반삶’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삶을 좀 더 긍정해보고 싶었어요. 물이 반 밖에 안남았다는 말보다는 반이나 남았다는 긍정이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고 있으니까요. 

이 책의 주제와 깊은 연관이 있네요. 그런 의미에서 모두의 마음에 꼭 필요한 문장을 책 속에서 하나 꼽으라면 ‘어쩔 수 없다. 그저 내가 가진 우산이 좀 작았을 뿐이니까.’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모두에게 잘 할 수 없다는 걸 부쩍 느꼈던 것 같아요. 모두에게 친절할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더라고요. 원래는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의하는 척이라도 했죠.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그런 기질이 싹 사라졌어요. 의도적으로 없앤거죠. 제가 가진 삼단 우산 하나 가지고 모두가 비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길 한 것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우산을 씌워주지 못한 사람들은 절 욕하고 미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자책하기보다는 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했어요. 게다가 잘하나 못하나 어차피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딜가나 꼭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책을 읽다보면 나의 마음을 이렇게 정확하게 포착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놀라워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말씀하신 노하우가 지름길이라면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데 있어서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 ‘관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끊임없이 관찰 하다보면 못 보던 것을 ‘포착’할 수 있어요. 표현은 그 다음이에요. 자신의 감정을 주의깊게 느껴보거나 타인의 기분에 대해서 섬세하게 감각해보는 것도 관찰이라 할 수 있죠. 다만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요. 그런 다음에서야 문장을 쓸 수 있을텐데 본인이 느낀 그대로 표현하기가 여간 쉽지가 않잖아요. 생각을 말로 쓴다는 게…. 그러한 과정을 연금술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리나 납, 주석 따위의 비금속을 금으로 연성하려는 시도처럼 매번 거의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그 불가능한 시도를 면면히 해나가는 게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이기도 하고, 그런 노력 끝에 정말 우연히 윤이나는 무언갈 만들어내기도 해요. 노하우 비스무리한 걸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매우 즐긴다는 것? 

이번 책의 파트3 제목이 눈길을 끌어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망망대해'. 하지만 그 망망대해 속에서도 꼭 이해해 보고 싶은 것이 글이 되잖아요. 작가님은 무엇을 가장 이해할 수 없었고, 무엇을 가장 이해하고 싶으셨나요?

저는 그 두 가지가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이해하고 싶으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그 중에서도 바로 제 자신이…. 저는 저를 수십년이 동안 데리고 살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너무 많아요. 왜 그렇게 걱정만 하며 살았었는지, 왜 그때 자존심만 세우다가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지, 화내야 할 때는 어째서 마냥 웃기만 했는지. 그 다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타인이겠죠. 하물며 함께 사는 가족도 이해하기가 힘든데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에 대해서는 오죽할까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정확히 그 지점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설명할 수 있거든요. 내가 나를, 내가 타인을 사랑하려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이해’라는 노력을 부단히 해나가야만 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에서 작가님의 최애글을 하나 소개해 주세요.

어떤 넘어짐은 또 어떤 이어짐이어서 우린 영락없이 걸을 수 있지 

하나만 꼽는다면 이 문장이에요. 넘어지고 다쳐도 결국은 그 넘어짐이 어디론가 이어질 거라고 늘 말하고 싶었거든요.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영락없이 걷는 것으로 우리 삶은 조금 더 명량해지지 않을까요? 



여전히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가고 있는 많은 독자 분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저는 언어를 통해서 삶을 긍정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오직 언어를 통해서만 위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떄로는 음악의 선율이, 어떤 날은 낯선 사람과의 포옹이나 누군가 베어 문 오이 끝의 이빨자국도 위안이 될 수 있어요. 활자를 통한 테라피가 삶을 긍정하는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으니까 일상의 다양한 순간들에서 삶을 자주 달래주었으면 좋겠어요. Si vales bene. 당신이 잘 계신다면,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이에 덧붙여 Valeo.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뜻이에요. 한번 이어붙여 보겠습니다. Si vales bene,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저도 잘 있습니다. 어떤 삶이건 곧은 길을 따라 빛으로 빛으로 향하길 바라요.




*김준

글을 쓰는 순간 정밀해지는 기분을 애정하는 사람. 짧지 않은 시간을 타지에서 보냈고 2016년 귀국한 후로 다섯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지친 삶 곳곳에서 가능성을 포착하고, 글과 강연을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해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래 혼자였던 마음이 마음에게』, 『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한참을 울어도 몸무게는 그대로』 등이 있다.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김준 저
부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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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