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사랑, 재료는 전자음 기반의 트렌디한 사운드다. 깔끔하고 확실한 노선을 따라 열두 개의 총천연색 '팝송'을 수놓았다. 3분 언저리를 맴도는 수록곡들은 저마다 확실한 멜로디를 각인. 러닝타임 내내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어려움은 없다. 마음 편히 듣고 흥겹게 취하면 될 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자국인 스웨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10살 무렵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탈랑 2008(Talang 2008)>에 출연해 소울풀한 가창으로 무대를 휘어잡으며 1위로 경연을 끝낸다. 이후 스웨덴에서만 공개한 정규 1집 <1>(2014)을 거쳐 2017년
가창력으로 주목받았으나 본격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보다 '젊은' 사운드로 무장했다. 일렉트로닉 그룹 클린 밴딧과 함께해 국내에 좋은 반응을 일으킨 'Symphony'처럼 목에 힘을 풀고 전자음을 한껏 끌어와 선율을 짰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찰진 선율을 만들고 실력 좋은 가창은 한 편의 요소이자 포인트로 배치. 활기 넘치고 쨍한 색감의 작품을 만든다.
이 음반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코 리듬을 바탕으로 펑키함을 살린 'Poster girl'부터 'Need someone'은 피아노와 베이스의 합이 근사한 울림을 가져온다. 넷플릭스의 영화 <워크 잇(Work It)>(2020)에 쓰이며 주목받은 'Wow'는 굵은 베이스라인과 보이스를 교차하며 만드는 클럽튠이 일품. 이 외에도 미국의 래퍼 영 떡이 목소리를 보탠 'Talk about love'는 부드러운 알앤비의 매력을 짙게 살리는 두 보컬의 만남이 탄탄한 시너지를 낸다.
문제는 이 경량이 딱 그 정도의 중량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적당한 무게감과 적당한 청량감. 그리고 적당한 톤 다운만이 담겼다. '네가 한 짓으로 더 멋져진 나를 봐'라고 외치며 현악기로 멜로디를 치고 나가는 'Look what you've done'을 기점으로 음반은 힘을 푸는데 이 힘 빼기가 전체의 윤곽을 뚜렷하게 꾸려내진 못한다. 열두 개의 오밀조밀한 틴 팝. 기승전결을 살리기 위한 곡의 배치 등 선택한 접근은 감각적이었지만 그 너머의 강렬함이 적다. 너무 깔끔해서 담백해지기만 한 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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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