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에게도 생리대는 빌려준다’는 여자들만의 생리 공감
더 이상 숨기지 말자. 인류의 절반은 생리를 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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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혜 저자

‘적군에게도 생리대는 빌려준다’는 여자들만의 생리 공감이 담긴  『생리 중이야은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부터 완경기에 이른 중노년까지 모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든 ‘생리 바이블’이자 ‘생리 백과사전’이다. 생리 문외한인 남성들이 여성들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기도 하다. 생리가 모든 여성의 삶의 한 축임을 보여주는 『생리 중이야』는 검정 봉투에서 탈출한 적나라한 생리 이야기와 그에 관한 인식을 젊은 시선과 올곧은 목소리로 전달하며, 생리와 관련한 ‘공감 만화’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는 책이다.



생리는 인류의 절반이 하지만 그 누구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이죠. 같은 여성에게조차 민망해하며 “나 그날인데, 생리대 좀 빌려줄 수 있어?”라고 남들 몰래 속삭일 정도로요. 이렇게 터부시되던 생리를 주제로 삼아 만화를 그리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작은 정말 단순해요! 평소처럼 생리통이 심해서 화장실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서 벽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날, 생리로 누워 있는 지금 내 모습 그리고 내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리통이 좀 줄어들자마자 앉아서 펜을 들었죠. 그것이 『생리 중이야의 첫 에피소드입니다.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만화를 그리고 책으로 내시기까지의 과정에서 여러 해프닝이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유쾌한 에피소드와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씩 꼽아주신다면요?

‘생리 중이야’ 인스타그램 계정(@imonmyperiod_)을 운영하면서 항상 흐뭇해하는 일이 있어요. 종종 연인분들이 댓글을 달면서 서로를 태그하시곤 하거든요. 보통 여자분들은 “자기, 나도 이렇게 아파ㅠㅠ”라고 달고 남자분들은 “여보도 이래? 내가 더 잘할게.” 이렇게 댓글을 남기시는데,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오늘도 또 한 커플의 사랑에 불을 지폈구나‘ 하면서 혼자 흐뭇하게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곤 해요. 하하. 그리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아직까진 딱히 없네요! 생긴다면 바로 그려서 올려야겠어요.

생리를 의인화한 ‘홍이’라는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굉장히 얄밉지만 어떤 면에서는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요. 생리를 캐릭터화시킨다는 독특한 발상이 어떻게 떠오르셨는지와 ‘홍이’가 지금의 ‘홍이’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여성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항상 생리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할 때, 혹은 오지 말아야 할 때 누구보다 짓궂고 얄밉게 찾아오거든요. 찝찝한 느낌에 속옷을 확인했을 때 생리혈이 묻어있는 모습이 꼭 생리가 얄밉게 “안녕?”하고 인사하는 거 같다는 상상을 했었어요. 이게 ‘홍이’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매달 찾아와서 우리를 괴롭히고 귀찮게 하는 생리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너무 미운 캐릭터로 비추어지지 않았으면 했기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형태와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홍이’가 탄생한 거죠.


박보람 저자

생리를 ‘그날’ ‘마법’ 등으로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생리대를 담아주는 검은 봉투까지, 생리에 관련된 것들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아무래도 사회가 생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겠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생리 중이야』 머리말에 이런 글을 적었어요.

‘그저 종이컵을 들고 걸어가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듯이 생리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한 시선을 바랄 뿐이다.’ 

생리를 한다고 해서 “나 생리야! 지금 생리하고 있어!”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봐요. 다만 생리는 말 그대로 여성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누군가가 들고 있는 생리대를 보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나와 우리의 시선과 태도가 가장 간단하지만 영향력 있고 또 필요한 행동이 아닐까요.

4부에서 소개해주신 것처럼 생리 용품의 종류가 다양해져 여성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습니다. 작가님께서 추천하는 생리 용품은 무엇인가요? 

저는 몇 달 전부터 탐폰에 빠졌습니다! 생리컵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후로 다시 일회용 생리대로 돌아왔는데 ‘생리 중이야’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탐폰을 처음 접하게 됐어요. 써 보니 생리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뽀송함이 있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생리대보다 교체 주기가 길어서 외출 시에 편리함이 배가 되고요. 생리컵에 도전하시기 전에 한 번쯤은 사용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입는 오버나이트는 몇 년 전부터 아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생리 양이 유독 많아 잘 때 생리가 새는 일이 잦아서 항상 생리 끝나는 날은 저에게 이불 빨래하는 날이었는데, 입는 오버나이트를 사용한 후로는 생리가 샌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네요.

3부에 생리에 대한 남성 독자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꼭지들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생리를 여성들만 한다고 해서 남성들이 이를 몰라야 할 이유는 없더라고요. 『생리 중이야』가 남성 독자들에게 어떤 책으로 다가왔으면 하시나요?

저희 집에는 누나 둘과 함께 사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저도 생리가 익숙하지 않았으니 남동생에게도 누나들의 생리가 낯설었겠죠. 하지만 생리와 생리통에 힘들어하는 제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동생도 생리에 대해 익숙해지고 배워갔어요. 이제 남동생에게도 생리는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고, 제가 생리대를 깜빡 잊고 화장실에 갔다가 남동생을 부르면 누구보다 무심한 표정으로 생리대를 가져다주기도 한답니다. 남성 독자분들은 이 책을 생소하고 낯설게 그리고 호기심 가득하게 보시겠죠?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제 남동생처럼 생리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인류의 절반이 매달 겪는 일이니까요.

이 책을 읽고 부끄러운 마음에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용기를 내보려 하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인 『생리 중이야』를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실 누구보다 부끄럼이 많고 소극적입니다. 『생리 중이야』를 그리며 처음으로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고 많은 분과 나누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내용이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누가 내 웹툰을 봐줄까?’ 걱정도 했지만 조금 지나 보니 제 만화는 과한 게 아니라 그냥 생리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일상툰이었죠. 그래서 지금도 저는 제 만화를 ‘일상툰’이라고 표현합니다. 독자님들이 『생리 중이야』를 읽고 저처럼 생리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주신다면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완성입니다.



*민은혜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석사 연구원. ‘콘텐츠 커머스 랩’에서 특기인 재치있는 기획력과 순수한 감각을 발휘해 생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박보람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 ‘콘텐츠 커머스 랩’을 운영하며 학생들과 함께 콘텐츠와 디자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리 중이야     
      
생리 중이야
        
민은혜,박보람 공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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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