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은 현재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근대학교의 종말을 선언한다. 하루가 다르게 무섭도록 변해가는 디지털 시대에 오직 학교만은 시간이 정지한 채, 근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온갖 지식을 넘나드는 최첨단 인류인 밀레니얼 세대, 포노 사피엔스는 지금 근대학교에서 부적응 중이다. 국가에서 검증한 ‘인쇄-지식’ 주입에 기반을 둔, 국가를 위한 노동자 양성을 위한 근대교육은 이미 그 생명력을 다했다. 최첨단 인류,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5년째 교육정책 기획을 맡아온 교육부 공무원인 저자가 포노 사피엔스를 위한 새로운 학교를 제안한다.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책은 교사와 학부모를 염두에 두고 썼다. 직접 학생을 접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지금 우리 학교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우리 학생들은 어떤 특성과 지향성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아야 올바로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교는 근대 산업국가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목적에 적합하도록, 즉 추격 국가에 적합하게 설계되고 운영되었으며,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 학생을 수용해야 했던 시대에 맞게 고안된 체제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추격국가를 벗어나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되었거나 선도국가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고, 전혀 다른 인류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를 지나 지금 Z세대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국가 시대, 베이비부머 시대에 적합한 학교는 이제 종말을 맞이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다루는 핵심 대상인 지식이 근대산업사회에 이르러 ‘필사-지식’에서 ‘인쇄-지식’으로 변화했다면, 현대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인쇄-지식’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으로 전환되었다. 추격국가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에 맞게 ‘인쇄-지식’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던 학교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상황과 밀레니얼 세대에 맞게끔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의 활용에 적합한 학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담당하는 새로운 학교를 ‘포노사피엔스 학교’라고 명명했다.
‘인쇄-지식’과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의 차이는 무엇이고 이 차이가 교육과 학습에서 왜 중요한가?
인류는 ‘필사-지식’의 시대와 ‘인쇄-지식’의 시대를 거쳐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의 시대에 도달했다. 기존의 ‘인쇄-지식’이 덩어리져 있다면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은 모듈화되어 있고, 기존의 지식이 객관적인 구조를 따라 순차적으로, 선형으로 배워야 하는 지식이라면,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은 학습자의 욕망을 중심으로 순서 없이 다차원적으로 배울 수 있고, 그렇게 배워야 효과적인 지식이다. 기존의 지식은 앞으로 써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배우는 지식이라면,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은 실제 실천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지식이고, 그렇게 배울 때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는 ‘인쇄-지식’에 기반한 근대학교 체제 속에서 ‘필사-지식’ 시대의 학습방식, 즉 경전암기식 방식으로 교육시키고 배우고 있다. ‘인쇄-지식’에 적합한 교육과 학습방식은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의 교육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외우는 ‘필사-지식’ 시대의 경전암기식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하지만, 우리는 ‘필사-지식’의 시대에 경전을 암기하듯이 교과서를 외우게 하고 그 속에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둬 놓고 있다. 우리의 교육방식은 한두 세기 뒤처져 있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의 시대에 맞는 교육은 우리가 새롭게 창조하고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 교육과 학습의 중심은 경전(‘필사-지식’시대)에서 도서관(‘인쇄-지식’시대)을 거쳐 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시대)로 바뀌어 왔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 시대의 교육과 학습의 필수요소인 인프라 면에서 최고이고,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데 그 어느 나라 학생들보다 뛰어나다.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 학습 방식의 핵심은 세상의 어느 도서관보다도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스마트기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학습법이다.
포노 사피엔스들의 교육과 학습의 특징은 무엇인가?
네트워크와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는 포노 사피엔스들의 학습법은 다음과 같은 6가지로 특징지어진다.
1) 포노 사피엔스는 두개의 뇌로 사고한다. 외뇌인 스마트폰은 검색 가능한 지식을 담아두는 장치이며 들고 다니는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사고하고 느끼고 욕망하고 창조하는 데는 생물학적인 뇌를 활용한다.
2) 포노 사피엔스는 서론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필요하면 온갖 것들을 하이퍼링크로 불러와 활용하면서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옛날처럼 책의 목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
3) 포노 사피엔스의 학습은 입체적이며 사방팔방으로 확산하고 중심으로 모으 는 과정을 반복한다. 중심에서 4차원 공간으로, 수많은 지식들의 네트워크를 자신의 초점으로 자유자재로 유영하면서 학습한다.
4) 포노 사피엔스는 객관적인 지식의 구조를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욕망과 관심을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취합하고 활용한다. 자신의 욕망과 관심의 관계와 적실성을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다룬다. 검색 엔진은 포노 사피엔스 학습법을 위한 강력한 도구다.
5) 포노 사피엔스는 지식의 구조를 학습(Know-where)하기보다는 지식과 정보의 목적(for What)을 중심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가성비에 따라 학습한다.
6) 포노 사피엔스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기성세대보다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한 첫 세대가 되었다. 이제 포노 사피엔스는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첫 세대가 되었으며, 이전 세대를 앞선 최초의 후세대가 되었다.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기존의 학습법은 객관적인 지식을 중심으로 교육과 학습이 진행되었다. 지식과 정보가 희소하고 귀했던 시절에는 당연히 지식과 정보가 중심이고 사람이 그것들에 맞춰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의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는 무한정이고 거의 공짜다. 따라서, 포노 사피엔스 학교에서는 교육과 학습활동이 학습자 중심의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당연히 새로운 교육과정과 학습 방식은 디지털 네트워크 플랫폼 위에서 구현될 수 있다.
‘포노 사피엔스 학교’를 위한 핵심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개별화된 학습자의 욕망(관심)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직접 자신의 관심을 실현하면서 학습하는 실천 역량 중심 교육, 디지털 네트워크 플랫폼을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확보 등이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핵심 정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들이 학생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는 권한이 개별 학교에 주어져야 하고, ‘같은 내용을 다른 학생에 비해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배웠는가’를 측정하는 지금의 내신평가나 수능평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평가권, 즉 학생이 무엇을 위해, 어떤 내용을, 얼마나 잘 배웠는지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교사에게 주어져야 한다.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정부의 교육정책을 돌아보았을 때, 아쉬운 점은?
이번 정부는 혁신교육 주류화, 민주시민교육과 선거권 18세 하향 등을 통한 학생-교사 중심의 민주적 학교문화 촉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학교 공간 개선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혁신교육의 질적 고양을 위해 필요한 국가교육과정 혁신(국가교육과정을 폐지하고 학교와 교사-학생 중심 교육과정으로의 전환) 영역은 매우 부진하고, 이로 인해 여전히 국가중심 교육과정의 고수와 전문가 중심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대입 전형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수능 중심 정시 체제로 역행한 점,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같은 개별화된 학생중심 교육을 위한 교육 투자가 부진한 점 등이 이번 정부 교육정책의 아쉬운 점들이다.
책에서 담지 못한 내용이나 다음 책에 대한 구상은?
이 책은 나의 첫 번째 책 『교육을 교육답게』와 서로 쌍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 책이 우리사회 변화와 세대 변화를 중심으로 학생중심 교육과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책 『포노 사피엔스 학교의 탄생』은 ‘인쇄-지식’의 종말과 디지털 네트워크 지식화와 이에 따른 학습방식의 변화에 맞게 학교교육을 새롭게 혁신해야하는 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서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교육 불평등 문제, 즉 출발선만이 아니라 학습과정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 불평등의 해소 문제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이 책에서는 전혀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에는 우리사회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중심 주제로 다루는 책을 쓰고 싶다.
*최승복 1960년대 말에 아들만 여섯 있는 집의 넷째로 태어나,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급팽창과 성장을 지켜보면서 학교를 다녔고, 작은딸은 초·중·고 8개 학교, 큰딸은 7개 학교에 보내면서 한국의 공립학교, 대안학교, 미국의 초-중-고교를 모두 경험했다. 다양한 학교를 경험하면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어떤 곳인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딸들과 함께 성장했다. 1996년부터 교육부 공무원으로 25년째 교육정책 기획 및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0대에는 말총머리, 지금은 짧은 머리에 수염을 길렀다. 입시 열풍에 찌든 우리나라 교육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헤어스타일’ 뿐이라는 사실에 종종 좌절하지만, 다양한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경청하면서 ‘공적 가치가 살아 있는 공동체’에 기여하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로운 ‘선한 교육정책’을 디자인하려고 애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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