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공간 특집] 한 마을에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 - 프로젝트 후암
후암동이라는 마을에는 집 말고 머물 수 있는 곳이 많다. 프로젝트 후암을 운영하는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의 여섯 명은 마을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ㆍ사진 정다운, 문일완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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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이라는 마을에는 집 말고 머물 수 있는 곳이 많다. 프로젝트 후암을 운영하는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의 여섯 명은 마을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암가록, 후암주방, 후암서재, 후암거실, 후암별채는 프로젝트 후암의 일부다. ‘공유 주방’이라는 낯선 개념의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로고에 하트를 새겨 넣은 공유 오피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던 때였다. “공유 공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후암동에 들어온 건 아니에요. 도시 재생 사업과도 다르고요. 저희를 끌어들인 건 후암동이라는 하나의 마을이었어요. 오래됐지만 낙후되지 않았고 여러 겹의 레이어가 존재하는 곳. 우리가 좋아하게 된 이 마을을 기반으로 일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공간은 도구인 거죠. 저희에겐 아주 즐거운 실험이에요.”   



프로젝트 후암의 운영자는 여섯 명의 건축가로 구성된 도시공감협동조합 건축사사무소(이하 도시공감)다. 이준형 소장을 비롯해 같은 대학원에서 건축가가 마을이나 지역 단위에서 해야 할 일을 함께 공부했다. 프로젝트 후암에 필요한 생각과 운영을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보다 더 살 만한 마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 공동의 이상이 생산하는 에너지가 이들의 동력이다. “멋진 카페가 열 개 있는 마을과 여덟 개의 카페와 두 개의 기능이 다른 공간, 더욱이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마을은 ‘다양성’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다양성이란 선택지가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선택지가 많은 삶은 풍요롭죠.” 노트북을 이고 지고 카페를 호핑하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빛이 적게 들어오는 서재에 틀어박히고 싶은 날도 있다. 전자는 이미 구축돼 있으므로 그들은 후자의 주체가 돼보기로 했다. 그것도 하나의 마을에서.

이상의 또 다른 축에는 ‘1인 가구 생활’이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청년의 집은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원룸은 영역에 구분을 두기가 어렵잖아요. 고작 부엌과 침실 사이에 문 하나가 있을 뿐인데 분리형 원룸은 훨씬 비싸죠. 그러다 투룸, 혹은 거실과 방이 분리된 구조로 이동하면 생활 패턴이 굉장히 달라져요. 친구들을 초대하고, 목욕 시간이 길어지고, 함께 모여서 영화를 보게 되죠. 이 경험을 집에서 할 수 없다면 밖에서 하는 건 어떨까? 그러면 각자의 작은 집은 본래의 기능인 휴식에 더욱 충실하게 꾸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집 밖으로 나온 공유 공간’, 프로젝트 후암이 시작됐다.



마을 아카이빙 공간인 후암가록을 제외하고 프로젝트 후암의 첫 번째 공간은 후암주방이다. 마을의 오래된 집을 개조한 10평 주방에는 여럿이 둘러앉을 수 있는 식탁이 딸려 있다. 손님 대접 기분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도구도 단정하게 구비돼 있다. 후암주방의 문을 열고 나와 새나라어린이공원 방향으로 3분 정도 걸으면 후암거실이 나온다. 거실을 구상할 때, 도시공감 건축가들은 이곳이 누울 수도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집 안에서 거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잠과 감상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사적인 극장이니까. “그래서 소파에 많은 면적을 할애했죠. 두 사람까지는 온전히 누울 수 있어요. 소재를 고르는 데 애를 먹었어요. 주스를 흘리면 큰일 나는 소파가 편할 리 없잖아요. 보기 좋고 오염에 강한 소재를 겨우 찾아냈죠.” 유료인 만큼 5.1채널 스피커와 4K 빔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널찍한 소파와 이 두 가지 장치, 젊고 성실한 건축가들이 후암동 주민의 마음으로 배치한 미학적 요소들 덕택에 부잣집 홈시어터 룸이 부럽지 않다. 소파에 앉자 N서울타워가 끝에 걸린 후암동 골목이 보인다.

본격적인 독서 공간인 후암서재는 두 공간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개점 연도와는 무관한 순서로 늘어선 미용실, 식당, 카페, 혹은 공원, 까치발을 하면 앞뜰을 구경할 수 있는 누군가의 집을 지나면서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딴짓에 몰두할 경우, 10분 후에는 후암서재의 간판을 볼 수 있다. 후암서재는 한두 시간 대여는 아예 불가능하다. 혼자서, 혹은 4명 이하 여럿이 낮, 혹은 밤 시간을 통째로 빌리는 형태로만 운영된다. 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도서관을 완전히 점거하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서재는 책 읽는 공간임에도 조명이 밝지 않아요. 이용하는 분들이 오래된 도서관에 온 기분을 느끼길 바라서죠.” 나무로 만든 책상은 묵직하고 벽에는 책이 빼곡하다. 어떤 책은 후암동 주민이 가져다주었다. “저희도 놀랐어요. 이 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이 종종 주시는데, 평소 덤덤하게 지내던 사이거든요.” 



올봄에 문 연 후암별채를 끝으로 프로젝트 후암 이름으로 공간을 짓는 일은 그만할 계획이다. “후암별채의 기능은 욕실이에요. 이제 집 밖에 있어도 쓸모 있는 공간은 다 한 게 아닐까 싶어요. 한 가지 남은 게 있다면 거점 공간일 텐데, 그곳에는 다른 이름을 붙여주려고요.” 말하자면 이런 순간을 꿈꾸고 있다. 기념일을 맞아 후암주방을 예약한 한 청년이 거점 공간에서 체크인을 하다가 후암동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가게를 알게 된다든가, 후암서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한 커플이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해방촌이나 후암동에 있는 독립서점에 들러 산 책을 읽으며 남은 오후를 보내는. 후암동 주민이 되고 나니 마을의 작은 변화에도 호기심이 발동한다. “앞일은 알 수 없지만 다른 마을로 이사 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기서 좀 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요.”



후암거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1가길 47 3층

시설 4K 지원 빔 프로젝터, 5.1채널 스피커, 노트북, 블루레이 플레이어, 소형 냉장고

이용 정보 매일 9시~13시, 14시~18시, 19시~24시 중 선택하여 이용. 각 시간대별 대관료는 

3만 원, 6만 원, 7만 원(평일 2인 기준으로 초과 시 1인 7000원 추가). 최대 수용 인원은 10명.


후암서재

위치 서울시 용산구 두텁바위로1길 69-1

시설 필터 커피 도구와 원두, 캡슐 커피 머신과 캡슐, 정수기, 제빙기, 블루투스 스피커, wifi

이용 정보 매일 10시~18시, 19시~2시 중 선택하여 이용. 이용료는 각 1만8000원, 대관료는 6만 원(4인 기준). 개인은 최대 3인, 대관은 최대 10인까지 수용 가능.


후암별채

위치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35길 39, 1층(후암주방 뒤)

시설 스타일러, 정수기, 소형 냉장고, 어메니티(샴푸/컨디셔너/보디워시/폼 클렌저), 1인 체어

이용 정보 평일 7만6000원, 주말 8만6000원(7시간 기준). 1인만 이용 가능(미취학 아동 동반 가능). 


후암주방

위치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35길 39

시설 조리 도구, 냉장고, 정수기, 냉난방기, 블루투스 스피커, wifi

이용 정보 평일 8000원/Hour, 

주말 1만1000원/Hour(모두 최소 3시간 이용, 2인 기준, 초과 시 1인 7000원 추가). 최대 수용 인원은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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