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작의 덕질을 촉발한 코니 윌리스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이 평이한 질문에 대한 최재천 편집장의 답변은 세 글자였다. “유머죠.”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가 소개하고 있는 코니 윌리스의 프로필은 이렇다. “1945년 12월 31일~. 미국의 SF·판타지 작가. 교사로 일하며 작품을 기고하다 1982년 단편 「화재감시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세계에서 손에 꼽는 인기 있는 SF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휴고상을 11회, 네뷸러상을 7회, 로커스상을 12회 받았다. 2009년 SF·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2011년 제28대 그랜드마스터에 선정되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아작은 2015년 12월 『화재감시원』을 낸 이후 코니 윌리스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출간해왔다. 그중 현재로서는 최신 장편인 『크로스토크』는 미국과 동시에, 크리스마스 단편집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와 『고양이 발 살인사건』은 미국 출간 다음 해에 펴냈다.
코니 윌리스는 아작의 시작과 함께한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왜 코니 윌리스였는지요?
아작을 함께 기획한 김창규 작가, 최세진 번역가와 셋이 첫 3종을 정하기로 하고 닥치는 대로 SF를 읽던 시기였습니다. 몇 달에 걸쳐 각자 한 명씩 작가를 선정했는데 김창규 작가가 차이나 미에빌을, 최세진 작가가 코리 닥터로를, 제가 코니 윌리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때 읽은 작품 중에서 코니 윌리스가 제일 재미있었거든요. SF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소설적 재미가 충만했죠. 마침 미국에서 코니 윌리스의 SF 문학상 수상 중단편을 모두 모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이 출간됐고, 딱 한 권을 내야 한다면 코니 윌리스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많은 책을 내게 될 줄은 전혀 모르고요.
바야흐로 한국에도 SF 물결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SF의 도도한 역사가 낳은 무수한 작가 중 코니 윌리스만의 독보적인 매력은 무엇일까요?
『여왕마저도』와 『화재감시원』으로 나누어 낸 『코니 윌리스 걸작선』 서문에서 코니 윌리스가 이런 말을 했어요. “예전에 코니 윌리스가 실은 두 명이라서 한 명은 ‘웃기는 이야기’를 쓰고, 다른 한 명은 ‘슬픈 이야기’를 쓴다는 음모론이 인터넷에 돌았던 적이 있다.” 코니 윌리스는 희극과 비극에 모두 능해요. 게다가 추리도 잘 쓰고, 무서운 이야기도 놀랍도록 잘 씁니다. 그리고 유머를 빼먹는 법이 없죠. 자기를 비하하지 않고, 남을 혐오하지 않고, 오직 상황만으로 이렇게 웃길 수 있는 작가는 정말로 드물어요.
혹시 코니 윌리스를 만난 적이 있나요?
아니요. 몇 차례 초청했는데 “나이 많은 할머니라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게 무섭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어요. 건강하시니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코니 윌리스 팬클럽 수 늘리기로 진입해보죠. 지금까지 출간한 코니 윌리스 작품 가운데 가장 아끼는, 혹은 필독을 권하는 한 권은 무엇인가요?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시리즈의 단편 「화재감시원」이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첫 번째 장편 『둠즈데이북』이 휴고상과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개는 말할 것도 없고』가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최종편인 『블랙아웃』과 『올클리어』가 휴고상과 네뷸러상과 로커스상을 모두 받았어요. SF 역사를 통틀어 이 정도 작품은 매우, 아주 매우 드뭅니다. 이 시리즈는 압도적인 자료 조사로도 많이 회자됐습니다. 어느 평론가는 이런 글을 남겼죠. “독자들은 아마 코니 윌리스가 타임머신을 이용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매혹적인 작품들이에요.
특히 『둠즈데이북』은 코로나 시대에 읽기에 더할 나위 없죠.
맞아요.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으로 날아간 젊은 여성의 분투와 신종 폐렴이 들불처럼 번지는 근미래 영국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니까요. 끝내 그 고난을 극복하는 모습도요.
잠재적 코니 윌리스 덕후들에게 읽는 순서를 제안하신다면요?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내의 시간 순으로 읽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둠즈데이북』, 『화재감시원』,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블랙아웃』, 『올클리어』가 되겠네요. 클래식하게 발표 시기 순으로 읽어도 좋고요. 시리즈는 부담스럽지만 맛은 보고 싶다면 역시 「화재감시원」,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희극을 좋아한다면 『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 제안하고 싶은 ‘코니 윌리스 독서법’이 있을까요? 요즘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중단편 전집을 만들고 있는데, 하인라인의 중단편을 읽으면 코니 윌리스나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 앤 레키의 『사소한 정의』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더군요. 한발 더 나아가 앤 레키를 읽으면 그의 영향을 받은 문목하 작가의 『유령해마』를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요. 그것이 저희를 비롯한 많은 SF 출판 레이블이 최신 SF와 함께 고전 작품들을 재간하거나 복간, 발굴하는 이유입니다.
아작은 계속 코니 윌리스를 내고 있고, 70대 중반인 코니 윌리스는 계속 쓰고 있습니다. 조만간 코니 윌리스의 신작을 만날 수 있을까요?
새 작품 소식이 있으면 연락이 올 텐데 아쉽게도 아직은 신간 소식이 없네요. 그간 5~6년 주기로 장편을 발표해왔으니, 곧 소식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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