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네이버 ‘책읽아웃 팬카페’를 가끔 들어가요. 어느 순간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여전히 매일 새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프랑소와 엄 : 가보면 그냥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는 분도 있고, ‘그냥’님 팬클럽도 있고, 가끔 운영자 ‘꼼’님께서 이벤트도 하시죠. 저 댓글 많이 달아서 아이스크림 기프티콘도 받았어요.(웃음)
캘리 : 새로 오셨다는 분들도 꾸준히 있잖아요. 너무 반가워요.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가끔 ‘어떤,책임’ 주제도 제안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 : 이번 ‘어떤,책임’ 주제는 ‘좋은 태도가 엿보이는 책’입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도리스 레싱 저 / 김승욱 역 | 비채
솔직함과 배려, 애정이 모두 담긴 책입니다. 무려 도리스 레싱의, 무려 고양이에 대한 책이죠. 멋있는 여성 작가를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저희 청취자 분들의 취향 저격 책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1967년 1989년 그리고 2000년에 발표한 고양이에 대한 산문을 모은 산문집이고요. 어떤 한 고양이, 한 시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현재의 고양이가 과거의 고양이가 된 시절까지 타임라인을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아주 매력 있었어요. 덕분에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도나 이해도가 점점 깊어지는 것도 함께 볼 수가 있죠. 처음에는 작가의 시선이 엄청 애정 넘치진 않아요. 그보다 저 고양이는 왜 저럴까, 으이그 나쁜 고양이, 하는 등의 시선도 많거든요. 그러다가 264쪽 정도로 가면 이렇게 말합니다.(웃음)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중략)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 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세 글이 다른 시기에 쓰였지만 책에서는 각 챕터의 숫자를 이어가요. 첫 번째 글이 챕터 12에서 끝났는데 두 번째 글을 챕터 13으로 시작하는 식이죠. 저는 그 점도 참 좋았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생명체를 깊이 관찰하고 그래서 이해하고, 마침내는 서로 대화하기까지 하는 과정이 펼쳐지고요. 그 과정이 정말 감명 깊어요. 무엇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산문이라 서사가 아주 짱짱해요.(웃음) 고양이들이 기 싸움 하는 장면은 엄청 스펙터클하고요. 고양이가 작가 자신에게 극적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장면이나 키우던 고양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등은 저는 그대로 소설로 읽었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이현화 저 | 유유
언젠가 이 책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관계에 대한 고민을 주기적으로 하는데요. 일을 하면서 상대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고, 하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어요. 은유 작가님의 『출판하는 마음』에 나오는 ‘상대방과 마음의 속도, 의욕의 강도를 맞추지 않는 일방적인 열심의 태도가 외려 독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문장이에요. 더불어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은 출판사 대표이면서 마케팅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1인 출판사 대표의 마음을 많이 읽게 했어요. 제목만 들으면 출판사 차릴 일 없는데, 출판일 안 하고 있는데, 하면서 굳이 읽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요. 책에 관심이 있는 분,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읽어도 좋을 책이에요. 출판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나의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굳이 안 보시는 분이라도 ‘미리보기’를 이용해 책의 서문이라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서문이 정말로 좋았거든요. 꼭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 있는데요. 한 문단을 읽어드릴 테니까 어떤 문장인지 맞춰보세요.
작은 출판사 혜화1117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어 간다. 이 책이 나올 무렵이면 3년 차에 접어든다. 시작할 때는 한 달에 200만 원 버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성껏 책을 만들며 소박하게 살 수 있을 테고, 그럼 만족할 것 같았다. 지금은 어떨까. 생각이 달라졌다. 돈을 더 벌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출판은 나 혼자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저자들은 출판사 대표의 소박한 삶을 위해 책을 내는 게 아니다. 나는 더 널리, 더 많이 책을 알리고 팔아야 할 책임이 있다.
색연필로 딱 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데요. ‘저자들은 출판사 대표의 소박한 삶을 위해 책을 내는 게 아니다’였어요. 제가 뼈 때리는 말 엄청 좋아합니다.(웃음) 이 책은 재미있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나 따뜻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더 이분이 만든 책에 대해 신뢰하게 됐어요. 이분 갖고 있는 책과 저자에 대한 태도, 출판에 대한 태도가 정말 좋았거든요. 너무 큰 욕심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 이 태도가 담겨 있는데요. 저는 마냥 욕심과 야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책들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도의 삶을 살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김숙진, 김은주 외 23명 | 이성과감성
좋은 태도를 생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것. 이것이 변화의 씨앗이라는 점에서 좋은 태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의심이 없었다면 페미니즘은 탄생할 수 없었어요. 남성이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여성은 그렇지 않았던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페미니즘이 태동할 수 없었겠죠. 생태주의도 마찬가지예요. 개발로 지구가 오염되고, 생태가 파괴되는 것이 곧 인간들에게 피해가 되니까 그제야 환경을 돌봐야 된다고 말하던 찰나 생태주의는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생태적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단 말이에요. 저는 그래서 사고를 흔들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가지고 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책 제목이 조금 어렵죠. 마치 이 책을 읽으면 21세기 사상의 조류를 파악하게 될 것 같은(웃음) 느낌인데요. 제가 사회학을 전공했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전공 공부를 하던, 학자의 이론에 감명 받고 그 학자의 다른 책까지 찾아 읽던 그 시기가 떠올랐어요. 당연히 아주 잘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스무 명 이상의 학자를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어서 참으로 친절한 책이기도 해요. 어느 학자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누구를 비판했는지, 왜 이런 태도를 견지하게 됐는지 등이 나와 있거든요. 이들의 국내 번역서가 있다면 함께 설명해주고 있어서 후속독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도 좋았어요.
목차를 보면 '인간만이 사회를 구성하는가?', '지구에서 어떻게 삶의 지속을 추구할 것인가?', '올드 미디어는 어떻게 뉴 미디어와 연결되는가?', '비인간 생물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페미니스트 과학자는 낙태를 어떻게 다루는가?',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함께 사유하는가?', '지구 온난화는 자연의 문제인가?', '디지털 기기는 어떻게 지구를 황폐화하는가?'처럼 커다란 질문이지만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답을 내놓은 학자들의 글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책은 지금까지는 너무 당연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것들을 흔들어주고요. 어떤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떤 것인지, 거기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는지 관심 있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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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