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이다. 4월이면 그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눈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에서 벌어진 그 참혹한 죽음을 문득, 떠올리게 된다. 살다가, 문득. 그렇게 세월이 흘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일을 문득 떠올리고 가끔 추모한다. 그러나 그날 이후, 모든 날 모든 계절이 4월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아이를 바다에서 떠나 보낸 세월호 유가족들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거슬러 바다에 뛰어들어 천천히 잠겨가는 배를 건져 올리고 싶은 그날. 울고 울고 또 울다가 엄마 아빠들의 울음은 노래가 되었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을 이름과 가슴에 새긴 세월호 유가족들의 합창단 ‘416합창단’의 노래와 이야기가 담긴 책과 CD가 세월호 참사 6주기를 앞두고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의 제목으로 출간됐다.
416합창단은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학생의 부모, 그리고 일반 시민단원들이 함께 화음을 이루어 노래하는 합창단이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작은 노래모임에서 시작된 416합창단은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상처받고 소외되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를 불렀다.
별이 된 아이들을 부르는 '세월호 엄마 아빠'의 노래
416합창단은 처음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 싸움이 마무리된 2014년 연말에 뒤돌아보니 우리 가족들과 같은 마음으로 특별법 싸움에 함께해주신 분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행사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노래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유가족 몇 명과 안산 시민 몇 명이 함께 <잊지 않을게>를 불렀던 것이 416합창단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일반시민, 유가족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합창단원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18명, 일반시민은 40여 명이고요. 현재 활동인원은 지휘자, 반주자를 포함하여 50여 명 정도입니다. 지금의 4부 혼성합창이 가능해진 시점은 2015년 5월에 <네버 엔딩 스토리> 0416 뮤직비디오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평화의나무합창단’ 분들이 세월호 500일 추모합창문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한 뒤 416합창단에 함께하면서부터였어요. 그 이후로 다양한 4.16 활동가분들이 한 분, 두 분 참여하면서 단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19년에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7명이 들어왔습니다. 올해 6월에도 공개 모집이 있을 예정이니 416합창단과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지원해주세요.
평일에 지방으로 떠나는 장거리 공연 등 힘든 일정이 많은데도 직장을 다니시는 일반 시민 단원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월차를 내시는 분들도 많아요. 안산에 살지 않는데도 각 도시에서 매주 월요일 안산까지 와서 연습에 참여하는 일반 시민 단원분들은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지요.
5년 동안 270여 회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작년에는 북미 초청도 받으셨고요. 직접 찾아가시기도 요청에 따라 참여하시기도 하셨을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었을까요?
모든 공연이 특별하고 소중하지만 삼성과 맞서 싸운 반올림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의 긴 투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게 된 소식을 접하며 정말 기쁘고 뿌듯했어요. 그리고 세월호의 의인이라고 불리는 생존자 김동수 씨가 제주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합창단원들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찾아가서 단 한 사람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책 속에도 소개되어 있듯이 창현 아버지의 “죽지 말고 함께 살자”(105쪽)는 메시지가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번 책과 음반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첫번째도 두번째도 세월호의 진상규명,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일입니다. 음반 프로듀서 류형선 선생님의 “나는 이 나라가 다 운 것인지, 왜 더 울지 않는지 궁금하다. 울어야 마땅한 일이 이리 넘쳐나는데 이 나라는 왜 울지 않는 것일까? 416합창단의 음악과 책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유이다”(93쪽)라는 말처럼 노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부르는 평범한 노래가 일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김애란, 김훈 작가님이 글을 써주셨습니다. 합창단원분들께서도 글을 읽으셨을 텐데요. 어떤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요?
416합창단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신 김애란, 김훈 작가님 글의 모든 내용이 저희에게도 큰 감동과 울림이 있었어요. 그리고 음반 프로듀서 류형선 선생님이 쓴 글 중에 ‘내가 쓰는 곡이 나를 착하게 할 때가 있다’(87쪽)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나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생각하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저희도 노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이라고, “우리가 너희의 엄마다”라고, 옆에 나란히 서서 함께 부르면서, 떠나간 사람들과 지금 우리의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길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 때가 있습니다. 숙연하고, 의젓하고, 뿌듯한 느낌으로.
이걸,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나를 착하게 할 때가 있다”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다 밝혀낼 거야, 끝까지 다 처벌할 거야, 세상을 바꾸어낼 거야, 약속해 반드시 약속해”라고 다짐할 때 더 착해지는 느낌입니다.
매주 월요일 연습하신다고요. 간식과 밥을 엄청 많이 드신다는 이야기가 재밌었습니다. 풍성한 음식은 전통이 되어버린 건가요? 연습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한 것 같습니다. 연습실 이야기를 좀 해주셔요.
합창단에서 공연 못지않게 연습은 중요한 과정입니다. 특히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되는 416합창단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습 시작 전에 저녁을 먹으면서, 또 중간 쉬는 시간에 간식을 같이 나누어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시간은 참 좋고 소중합니다. 서로 경쟁적으로 간식을 싸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고요, 너무 많아서 나중에 다 나누어 싸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특별히 고마웠던 사람들이 떠올랐을 것 같아요.
별이 된 우리 아이들과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여전히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시는 해외 연대분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만나온 많은 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자가 가장 많은 세상의 유일한 책, 우리 모두가 주인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416합창단이 추구하는 것, 또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시대의 약자들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울어주고 싶습니다. 416합창단의 노래가 세상의 낮은 곳을 찾아가 아픔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지 못한 무대 중에 어떤 무대에 서고 싶나요?
북한의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통일이 되어 만난다면 더 좋겠지만 통일을 향한 길에 손잡고 노래하여 힘이 되고도 싶습니다.
어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 그들에게 사랑과 연대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 곁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 학교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이 “가만 있으라는 국가나 조직, 직상 상사로부터 개인이 얼마나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자유로이 선택할지에 대한 이야기”(169쪽)를 고민하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이 흘린 눈물 한 방울, 높이 쳐든 손 피켓 하나가 곧 나비효과를 내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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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김훈, 김애란 저 | 문학동네
[잊지 않을게] [어느 별이 되었을까] [약속해] 등 416합창단이 직접 녹음한 10곡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합창곡이 CD로 수록되어 있으며, 416합창단원들과 그들이 보낸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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