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일잘러’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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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직장 다닐 때 일 잘하시던 부장님이 있었어요. 저는 아직도 ‘일잘러’ 하면 그분이 떠올라요.


캘리: 일 잘하는 상사, 약간 유니콘 같은 존재 아닌가요?(웃음) 저는 오히려 동료나 후배한테 배운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동료가 일하는 것을 보고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프랑소와 엄: 후배가 늘 ‘일잘러’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더라고요. 충분히 잘하는 친구인데 말이에요. 종종 책도 추천해주고, 선물도 했었는데요. 두 분한테도 어떤 책이 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듣고 싶어서 주제를 정해봤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이 광고는 망했어요』 
 톰 피시번 저 / 이은아 역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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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마케터의 삶’이라고 되어 있어서 봤더니 어떤 회사, 어떤 직군에 있든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있는 책이었어요. 가령 회사에는 결제 시스템이 있잖아요. 단계를 거치다 보면 일이 늦게 처리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사태는 이미 잠잠해지거나 유행이 지난 경우도 발생하고요. 어떤 결정은 속전속결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죠. 또 사람들이 회의 하는 장면이 있어요. 요즘 어떤 SNS가 핫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결정권자는 SNS를 안 하는 사람인 거예요. 결국 결론은 나지 않는 탁상곤론의 현장을 보여주기도 해요. 저자 톰 피시번이 20년 동안 마케팅 직군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카툰을 그려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엄청났대요. 그렇게 마케팅에서 출발해 지금은 ‘마케투니스트’가 된 거예요. 심지어 역자도 마케터 출신이에요. 때문에 업계 용어 번역도 뾰족하게 하신 면이 있어서 읽을 때 거리낌이 없었어요.


한 컷, 한 컷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많아요. ‘시안을 비평하는 여덟 가지 나쁜 유형’이라는 만화가 있는데요. “이거 그냥 다 한꺼번에 합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는 유형도 있고요. “우리의 목적이랑 안 맞는데요? 무슨 목적인지는 당신이 알아내야죠”라고 관심법을 요구하는 유형도 있어요. “’타임뉴로만’체로 바꿔요”라고 하는 말할 수 없이 깐깐한 유형도 있거든요. 잠깐 특정 폰트를 고집하는 제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웃음) 반성도 하면서 읽게 됐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해드릴게요. 어떤 상사가 매출 그래프와 삭발 직원 그래프를 가지고 와요. 언뜻 상관 관계가 있어 보이는 그래프죠. 이걸 보고 “데이터를 통해 상관 관계가 뚜렷하게 파악됩니다. 모두 면도기 가져오세요.”라고 말해요.(웃음) 우연의 일치인데 데이터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잘못 상관 관계를 파악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는 거죠. 이 페이지가 보여주는 게 참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일잘러’라면 이런 경우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상명하복이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사람이잖아요.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상사가 틀렸을 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일잘러’가 모이면 회사는 어떻게든 성공할 거고요. 그런 꿈의 직장을 상상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일하는 여자들』 
 4인용 테이블 저 | bookbyPUBLY(북바이퍼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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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집이고요. 기자, 작가, 극작가, 영화 감독,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쓴 '4인용 테이블'은 장경진, 윤이나, 황효진, 정명희 네 명의 프로젝트 팀인데요. 유료 콘텐츠 매체인 <퍼블리>에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같은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이렇게 책으로까지 연결된 거예요. 이미 이 네 분이 '일잘러'의 면모를 다분히 보여주는 것 같죠. 기사를 찾아보니 네 명이 같은 동네에서 살던 친한 사이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해버린 거더라고요. 저는 ‘일잘러’의 가장 특징적인 면은 이런 실행력인 것 같은데요. 너무 망설이면 일을 못하게 돼요.


첫 번째 인터뷰이가 백은하 배우전문기자예요. 이 분의 실행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씨네21>에서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다가 <매거진t>를 창간해 편집장으로 일하고, <텐아시아> 편집장으로 일한 후 프리랜서로 전향했잖아요. 이후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미디어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 이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물으니 이분은 '절실한 생존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자산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판이 없다면 밭을 갈아서라도 판을 열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거죠. 특히 인상적인 말이 "내가 내 인생의 사장님"이라는 말이었는데요. 지금은 명함이 나를 말해주지 않잖아요. 그보다는 직장인 역시 프리랜서처럼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야 하는 때죠. 개인이 일잘러로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직장이나 타이틀보다 중요한 때이기 때문에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표지 그림이 여성의 뒷모습이죠. 브라를 푸는 순간 같기도 하고, 차는 순간 같기도 한데요. 이에 대한 편집자 주가 인상적입니다. "브라를 차고 풀 때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 성장과 이어진다. 그 사적이고 공적인 순간을 여자와, 일하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사회 안에서, 개인적인 상황 안에서 여성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내 일을 잘하며 살려고 노력하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라 정말 좋았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리부트』
 제리 콜로나 저 / 이수인, 엄윤미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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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는 다시 세운다는 의미인데요. 저자 제리 콜로나의 리더십 코칭 기업 이름이기도 해요. 제리 콜로나는 스타트업 CEO를 상대로 코칭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고요. 심리 치료도 꾸준히 받고, 오래 공부하신 분이어서 색다른 접근이 돋보인 책이었어요. 제가 처음 꽂힌 부분은 첫 번째 저자의 한 마디였어요. 흔히 누구에게 책을 바친다고 적잖아요. 이 부분에 제리 콜로나는 “샘, 에마, 마이클에게. 언제나 사랑 받고 있다고, 안전하다고, 소속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기를. 이 책은 너희들을 위한 책이란다.”라고 썼어요. 굉장히 특별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자신과 오랫동안 공부한 박사님께 “당신이 옳았습니다. 제 안에 이미 가지고 있었어요.”라고 썼는데요. 저는 이 말이 독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읽혔거든요. 게다가 이런 표현을 하는 저자가 쓴 책이라 더 신뢰가 갔습니다.


회복력이라는 것 정말 중요하잖아요. 어떤 일을 겪은 후 얼마나 금방 회복할 수 있느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요. 책에서 계속 하는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현재 상태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들을 조직원, 팀원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밑줄 쳤던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두려움에 맞서는 능력,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 사이에 균형을 잡는 능력, 극단적으로 솔직해지는 능력, 내면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며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능력을 의미한다. 어른다운 냉철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발견하고 밖으로 끄집어내야 이런 능력들을 키우고 성장시킬 수 있다.

 

책에서는 나에 대한, 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타인에게 ‘극단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말해요.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안 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책에서는 솔직히 이야기를 하는 게 상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내 스스로에게도 과거를 회복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특히 책의 후반부에 언젠가 내가 일을 잘 못 한다고 느낄 때 내 내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 한 마디가 제게는 크게 남았어요. 이 책을 젊은 분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할 때나 조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을 때 읽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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