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부모와 예술교사들에게 예술교육에 대한 영감을 준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예술의 힘』 의 저자이자 도전적인 예술교육가인 김태희 소장이 개정된 누리과정과 창의적 예술교육의 길을 반영한 『아이중심ㆍ놀이중심의 예술수업』 을 새롭게 출간했다. 이 책은 창의적인 예술수업이 교안과 자료, 경험 속에 있는 것이 아닌, 교사의 상상력과 내적인 힘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아이 스스로의 배움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안내한다.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 예술교육 컨설턴트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고, 어린이공연 극본과 동화, 예술과 관련한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또 정부와 지자체, 교육기관 등에서 예술교육 정책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컨설팅하면서 교사와 예술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도 하고 있어요. 많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아이들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집밥처럼 누리는 세상을 위해 제가 가진 관심과 재능 안에서 즐겁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아이중심ㆍ놀이중심의 예술수업』 은 ‘교사’와 ‘예술가’ 모두를 위한 책이라 것이 인상적이면서도 낯설게 느껴져요. 타깃과 콘셉트를 이렇게 잡은 이유가 있나요?
어린 아이들은 텍스트만 가지고 절대 가르칠 수 없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예술이 아닌 수, 언어, 과학, 예절, 운동과 같은 영역에서도 동요, 율동, 미술 등 예술이 정규교육과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어요. 또 학부모들이 창의성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문화센터를 비롯해 방문교육까지 유아예술은 엄청난 사교육시장도 형성하고 있지요. 그런데 교재와 자료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정작 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창의적인 예술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쉽고 명쾌한 가이드에 대해 목말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저는 예술을 전공한 예술교육가지만 데이케어(day care)를 하는 유아예술 놀이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온 몸으로 보육현장을 겪어보았어요. 또 많은 유치원과 학교교사, 예술가들을 만나다보니 유아교사들은 예술가들이 가진 전문성과 창의성에 대한 고민이 있고, 반면 예술가들은 교-사들이 가진 유아동에 대한 이해와 상호작용, 교수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학교전공으로 보자면 사범대학과 예술대학은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것 같지만 <아이중심?놀이중심의 예술수업>은 아이들을 만나는 이들의 고민이 바로 ‘보다 창의적인 예술수업’에 있다는 것에 주목한 책입니다. 그 고민과 특징들을 함께 모아 현장을 지지하고 도와준다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올해부터 7년 만에 누리과정이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개정되면서 이 책이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개정된 누리과정에서 이 책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2013년부터 시작된 누리과정은 만3~5세의 유아들을 위한 교육과정입니다. 보다 가시적인 유아교육 효과를 위해 국가차원의 교육가이드가 지원되었지만 그러다보니 수업에서 교사의 자율권이 크게 줄고, 계획안이나 결과물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생겼어요. 그래서 7년 만에 개정된 누리과정은 가장 창의적 시기인 유아들의 특징을 반영하면서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융합적이고 유아주도적인 양질의 교육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아이 스스로 배우는 힘을 믿는 ‘유아중심’, 그리고 자발성과 유희, 긍정적 정서를 동반하는 ‘놀이중심’입니다.
이는 사실 전혀 새로운 이론이나 교육트렌드가 아니랍니다. 페스탈로치, 프뢰벨, 몬테소리 등 수많은 아동학자들이 200여년 전부터 주장하면서 검증해온 것이고, 뿐만 아니라 유아에게 있어 정답이 없는 교육인 ‘예술’이 지향하는 지점과도 그 방향이 일치합니다. 유아교육, 예술교육에서 만큼은 교사가 모두 계획해서 이끌고 가는 교사중심의 교육이나 압박을 받고 결과를 내야하는 노동과 같은 교육을 거둬내자는 것이지요.
예술가이자 예술교육자로서 20년 가까이 다양한 예술교육 현장경험을 갖고 계신데, 그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우리 예술교육에 대해 어떤 안타까움이나 바람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우리의 예술교육은 기술적인데만 치중한 기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년간 피아노학원을 다니고 집집마다 피아노가 있지만 정작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한 명 없고, 피아노 앨범하나 사지 않고, 피아노 연주회에도 가지 않으며, 무엇보다 피아노로 그날의 기분이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하지 못해요. 그러니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 피아노 학원을 끊고, 피아노를 팔고, 성인이 되면 아예 피아노와 관계없는 삶을 살게 되지요. 감상과 창작과 기술, 이 세 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어우러지는 예술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자라면서 피아노를 계속 전공할 아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감상하거나 취미로 연주하는 향유자가 될 텐데, 그런 생애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예술교육에 대한 고려나 배려가 부족해요. 특히 삶 자체가 예술이고 놀이이고 확장이고 해체이며 융합인 유아들에게는 더더욱 틀이 없는 예술경험이 제공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고요. 이번 개정 누리과정이 공적인 영역에서의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 많은 유아교사와 예술교육자들이 이 같은 노력을 함께 하고 있으니 분명히 멋진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최근 교육의 변화 흐름에 맞춰 유아동과 함께 하는 예술교사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예술적 전문성이나 교수법 등을 생각하겠지만 아이중심, 놀이중심의 교육철학 속에서 예술교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용기’, 이 두 가지라 이야기하고 싶어요. 기존의 많은 유아교육서들은 교안과 사례를 제공하고 있는데, 저는 이 책을 통해 교사 스스로 수백 개의 교안과 사례를 만들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열어주고 싶었거든요. 그 것은 바로 ‘아이와 같은 상상력’ 속에 있답니다. 더불어 ‘용기’도 교사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아이의 주도성을 지지하고 놀이와 같이 변형되고 확장하는 수업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 ‘용기’는 바로 내가 늘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아이들이 하는 것에 더 큰 배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랍니다. 사실 우리 교사들도 권위적이고 가르치려는 교사를 통해 주입식 교육을 받은 경험이 대부분이라 그에 대한 위로와 함께 새로운 교육에 대한 마인드셋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예술수업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교육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가질 수 있는 불안과 용기 등 내적성장에 관한 부분도 중요하게 다루었답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위내시경을 하던 날, 마취 전 제 입에 피스를 물리는데 ‘숨 쉬세요’하는 순간 갑자기 숨 쉬는 것이 아주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졌답니다. 그동안 숨을 어떻게 쉬었는지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을 자연 상태로 두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마치 숨을 쉬듯 하루종인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극놀이를 하는 최고의 예술가, 그 자체랍니다. 지금부터 ‘예술 하세요, 놀이하세요!’라는 말은 아마 아이들에게 아주 어색하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니 아이 내면에 있는 예술의 힘과 스스로 배우는 힘이 본능이라는 것을 믿어주어야 해요. 그리고 우리 또한 그렇게 하루 종일 예술을 즐기고 예술을 가지고 놀 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지요. 아이와 우리가 삶 속에서 예술가대 예술가로, 인격적인 만남을 할 수 있게 말입니다.
* 김태희
바라예술성장연구소 소장. 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로서 저술과 강연, 연구와 자문. 예술 기획 등을 해왔으며, 지난 20여 년간의 예술교육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전국의 문화재단, 교육청 등에서 예술교육 자문과 강연을 진행중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예술로서 열망과 위로를 얻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아동 권리와 생활취향예술 옹호를 위해 도전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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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중심ㆍ놀이중심의 예술수업김태희 저 | 착한책가게
창의적인 예술수업을 위한 요소로 아이 내면의 힘을 믿고 끌어내는 ‘아이중심’ 교육, 아이 스스로 배우는 방법으로서의 ‘놀이중심’ 교육, 그리고 아이의 본능이자 예술의 특성인 ‘창의와 융합’ 교육, 세 가지를 꼽는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