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침대가 최선의 도피처인 사람들에게”
한참을 울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절망적이기는 하지만, 나의 슬픔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세상이 오히려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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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어도 몸무게는 그대로』 는 따뜻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자신의 감정을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김준 작가의 네 번째 산문집이다. 저자는 나를 둘러싼 슬픔의 감각에 대해 말하면서 진실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현재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한 삶만이 내가 나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내가 과거의 나였으며 오늘의 나였다가 내일의 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울어도 변하는 건 없지만 실컷 울고 난 다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씩씩하게 다시 오늘을 살 것이므로.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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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에 ‘다만 오늘도 펜으로 무엇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 자유라고 믿습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그 행복이란 것은 결국 자유롭다고 느낄 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자유의 모습이 있겠지만 저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 되도록이면 ‘언어를 통해 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이 제게 자유를 줄 수 있을지 몰라서 방황하던 시절이 길었는데 끝내 찾은 게 글쓰기거든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만큼 오래 붙들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이제는 글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어요.

 

책의 제목이 참 특이한 것 같아요. 제목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 책은 제목을 먼저 정하고 글을 썼어요. 보통은 작업 말미에 여러 제목들 중 하나를 추려 책 제목으로 선정했는데, 이번에는 우연히 떠오른 문장에 사로잡혀서 이 제목으로 꼭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열의가 있었어요. ‘한참을 운다’에서 제가 의도한 바는, 아주 슬픈 사건 때문에 한참 울게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일상에는 미세한 슬픔이 항상 함께 있고 어쩌면 속으로 매일 조금씩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슬픔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생의 한 부분으로 인식한 거죠.

 

‘몸무게는 그대로’로 아무리 슬퍼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참을 울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척 절망적인 한편 나의 슬픔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세상이 오히려 위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뭘 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몸무게’라는 단어에서 획득할 수 있는 심상이 마음에 들었어요.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잖아요. (웃음)

 

이번 책을 관통하는 문장을 골라본다면요?


인트로 부분에 있는 ‘내 세계는 아직 그렇게 명랑하지 못해요.’라는 문장입니다. 제 안에는 여러 개의 상자가 겹겹이 쌓여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내 세계는 아직 그렇게 명랑하지 못해요.’라고 적힌 첫 번째 상자를 열면 우울과 근심이, 두 번째 상자를 열면 슬픔과 절망이 들어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계속해서 상자를 열다 보면 가장 안쪽에 ‘그저 명랑해지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아직 명랑하지 못한 세계를 가진 사람이 끝끝내 명랑해지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그 모순적인 지점에서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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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작가가 글쓰는 랩톱과 노트

 

 

 ‘Framework’라는 장이 따로 있던데요. 작가 노트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제가 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글 쓸 때의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작업 노트에 있던 걸 그대로 가져와서 실었기 때문에 ‘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수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Framework’를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자 제 생각의 뿌리이기 때문이에요.

 

 ‘Framework’에서 주목해 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서점에 나와 있는 많은 책들이 위로와 공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위로와 공감에 회의적인 편이에요. 독자들에게 그저 예쁜 말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Framework’를 통해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되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도록 가뿐한 언어로 옮겨야겠다는 목적이 있었어요. ‘Framework’에서 제가 솔직하게 표현한 날 것들을 제대로 직시하며 읽어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번 책은 목차의 제목도 참 독특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이 있나요?


제1장 ‘침대가 최선의 도피처인 나날들’입니다. 유학 시절, 그중에서도 가장 힘겨웠을 때 노트에 써두었던 문장인데요. 당시 제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현실을 마주하는 것조차 괴로운 날에는 낮에도 암막 커튼을 쳐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잠들려고 애썼어요. 말 그대로 침대가 최선의 도피처였던 거죠. 저의 한 시절을 대표하는 문장이라 더 애틋하고 특별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어하고 혼자만의 색깔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자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유로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세상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틀렸다고 야단치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도 당신은 절대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틀린 것은 더욱 아니고, 사람들에게 홀대받을 존재는 더더욱 아니라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 누구도 당신의 존재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판단할 자격은 없어요. 세상에 아름다운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존재는 모두 아름다워요. 본인이 그렇게 여기고 있는지가 문제인 거죠. 결국은 선택의 문제인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쪽을 택했으면 좋겠어요.

 

 

 

* 김준

 

1992년 가을에 태어났다. 모스크바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책을 만들기 시작해서 『마음이 마음에게』, 『견뎌야 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오래 혼자였던 마음이 마음에게』, 『우리를 아끼기로 합니다』, 『한참을 울어도 몸무게는 그대로』를 썼다. 많은 것들이 과거로 흘러갔지만, 지금 이 순간도 부단히 과거로 넘어가고 있지만 글 쓰는 일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한참을 울어도 몸무게는 그대로김준 저 | 카멜북스
나를 둘러싼 슬픔의 감각에 대해 말하면서 진실된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느라 현재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한 삶만이 내가 나다울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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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