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 안녕하세요, 사랑의 춤꾼 캘리입니다.(웃음)
불현듯(오은): 제가 ‘어떤’ 캘리라고 소개해드리곤 했는데요. 이제는 어떤 책을 가져오실지 궁금한 게 아니라 어떤 춤을 추실까 궁금해졌어요. 다음 안무가 기대돼요. 저희 ‘책읽아웃 모꼬지’에서 캘리님께 노래하라는 지령이 떨어졌는데 노래 대신 춤을 추겠다면서 춤을 추셨잖아요. 멋있었어요.
프랑소와 엄: 유튜브에서 ‘예스TV’에서 ‘책읽아웃 모꼬지’를 검색하시면 그날 영상을 보실 수 있어요.
(책읽아웃 모꼬지 현장 영상 바로 보기 https://youtu.be/_pm9wssaWys)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프랑소와 엄 님께서 제안하신 주제예요. 바로 예능인 ‘박나래’ 님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저 / 최순희 역 | 시공주니어
올해가 쥐의 해잖아요. 박나래 님이 연예대상을 받은 2019년뿐 아니라 쥐의 해인 2020년에도 변함없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쥐가 등장하는 그림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표지에 있는 귀여운 쥐가 주인공 프레드릭인데요. 프레드릭의 행동이 박나래 씨와 비슷한 점이 있어요. 쥐들이 매일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음식을 모으러 다니거든요. 밤낮없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단 한 마리, 프레드릭만 일을 안 했어요. 쥐들이 물어봐요. “넌 왜 일을 안 하니?”라고요. 그랬더니 프레드릭이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라고 대답해요. 쥐들은 또 풀밭을 내려다보는 프레드릭에게 묻습니다. “지금은 뭐해?”라고 하니까 프레드릭은 “색깔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라고 대답을 하는 거예요. 범상치 않죠. 제가 박나래 씨를 처음 봤을 때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뭔가 다르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같아요.
이제 겨울이 오고 양식이 떨어져가요. 다른 쥐들이 비아냥거리면서 프레드릭에게 물었겠죠. “프레드릭, 네 양식은 어떻게 되었니?”라고 하니까 프레드릭이 커다란 돌 위로 올라가 이렇게 말했어요. “눈을 감아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라고요. 프레드릭을 말을 듣고 햇살을 상상하니까 몸이 왠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힘이 나고 배가 불렀어요.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아주 백미고요. 저는 프레드릭을 보면서 예능인이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모든 창작자 분들이 떠올랐어요. 일정 시간, 거의 매 시간 딴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여기에 붙박인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데를 응시하는 마음. 저는 이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일어나는 일들에 ‘희망이 있는 걸까?’ 하면서 한숨을 내쉬잖아요.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다른 어떤 것, 프레드릭이 말했던 색색의 공간을 떠올린다면 괜찮아져요. 저는 많은 분들이 꾸는 꿈과 바라는 것이 맺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요. 생활이 각박하면 꿈을 잃게 되는데 꿈을 잃는 것만큼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 임경선 저 | 문학동네
최근 주제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박나래 님이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차에서 이동할 때 잠깐씩 읽을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처음 생각했던 책은 복길 작가님의 『아무튼, 예능』 인데요. 이 책은 정말 예능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고요. 위근우 작가님의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도 꼭 읽었으면 해서 고민했죠. 그러다가 내가 박나래 님과 친한 후배였다면 어떤 책을 줄까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골라왔습니다. 사실 지금 베스트셀러기도 하고 전에 요조 작가님의 『아무튼, 떡볶이』 도 소개했는데 또 가져오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요.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분명히 좋아할 거라 자신하면서 가져왔어요.
박나래 님이 최정상을 찍으셨잖아요. 약간 번아웃이 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더 이상 올라갈 고지가 없다는 게 기분 좋으면서도 힘들기도 할 것 같고요. 이 책은 청춘과 중년 사이에 있는 여성들이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지 등의 생각을 할 때 읽으면 좋을 책이에요. 진짜 뻔한 이야기, 식상한 이야기가 없어요. 가령 쓴 소리를 하는 사람도 곁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나 솔직함보다 그 의도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 참 좋았습니다.
이쯤 되면 지금 이 시대엔 아무 생각 없이 언제라도, 아무 말이나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정겹고 기쁘고 소중한 일인지 몰라. 나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뜻하지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해도 상대가 그것에 대해 바로 내게 투정할 수 있고, 나는 저 사람한테는 상처 받아도 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에서 비롯되는 신뢰감은 무척 귀한 거야.(임경선)
이 책은 20대 초년생부터 30-40대, 50대 초반까지 읽어도 좋을 책이고요. 특히 제목이 그렇듯 여성 분들이 많이 읽으실 텐데요. 내밀한 나의 정서에 관심이 많은 남성 분들도 읽으시면 좋을 거라 생각해요.
# 깜짝 전화 연결 : 박나래 저자의 『웰컴 나래바』 를 만든 신정민 싱긋 편집자
캘리가 추천하는 책
『할망은 희망』
정신지 저 | 가르스연구소
책 소개를 먼저 하고 왜 이 책을 가져왔는지 뒤에 말씀드릴게요. 정신지 작가님은 일본에서 지역 연구학 박사 과정을 밟다가 공부를 중단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오셨대요. 박사를 포기하는 과정에서도 상처가 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이별을 해서 거의 1년 동안 누구와도 말을 안 하고 지냈던 거죠. 그러다 제주를 걷기 시작했는데요. 걸으면서 길가에 핀 꽃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니까 지나가던 할머니들이 “뭐 훔치러 왔냐?”면서 말을 건 거예요. 마침 지역 연구학을 공부하던 분이기도 하니까 할머니들과 말을 섞었고 이내 할머니들은 “아이고, 새 한 마리다 다녀가는 것 같다”라고 하시게 됐죠. 그도 그럴 게 작가님이 진짜 귀여워요. 할머니들은 혼자 사시는 분들도 많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이 와서 이것저것 묻고, 반응하니까 “다음에 또 와라” 라며 반기시거든요. 그제야 작가님도 자신의 상처를 이겨낼 수 있었고, 때문에 ‘할망은 희망’이었다고 말을 하는 거죠.
책의 표현에 따르면 ‘한 번 뚜껑을 열면 반드시 울고 나서야 닫히는 기억들’이 할머니들에게는 있었어요. 이곳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대부분이 80대거든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어린 시절을 전쟁통에 보냈고, 해방 후에도 곧 4.3사건을 겪었고, 이어 6.25 전쟁이 터졌고요. 그러면서도 생계를 위해 해녀로 살며 물질을 하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분들인데요. 작가님은 할머니들의 이름을 알려주진 않아요.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경험한 그 분만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누구나 이야기 해야 할 제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작가님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박나래 님이 <나 혼자 산다>에서 대상 받은 다음 날 장도연 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계속 둘이서 보낸 무명시절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걸 보는데 문득 이 책과 연결이 되면서 그 시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어요. 희망을 찾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희망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가지고 온 책입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신연선
읽고 씁니다.
김형선
2020.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