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뉴미디어팀에서 <채널예스>를 만드는 김예스, 단호박, 프랑소와 엄이 매주 금요일, 주말에 읽으면 좋을 책 3권을 추천합니다.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
로즈 조지 저/하인해 역 | 카라칼
다들 똥에 대해서는 진지해지지 못한다. 똥 소리만 나오면 자지러지게 웃는 조카가 하나 둘씩은 있지 않은가. 하다못해 주말에도 두세 번씩 우리는 이 친구를 대면하게 될 텐데, 분변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다니. 고민하기 전에 물부터 내리고 볼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하수도부터 변기 회사, 재래식 변호, 공중화장실, 하수처리장, 슬럼가 등 세계 곳곳의 위생 현장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난다. 분변은 생각보다 사람들의 삶에 깊숙하게 개입해 있고, 똥에 대해 솔직해지지 않으면 위생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 똥을 고민하는 것에서 나온다. (단호박)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미치코 가쿠타니 저/정희진 해제/김영선 역 | 돌베개
저자에겐 죄송하지만 표지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를 먼저 본 책이다. (아, 역시 김동신 디자이너였다) 몹시 훌륭한 디자인은 독자의 마음을 훔친다. 책의 원제는 『The Death of Truth : Notes on Falsehood in the Age of Trump』. 저자 ‘미치코 가쿠타니’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40년 이상 수많은 논평 기사를 썼지만 신비에 쌓여 있는 <뉴욕타임스>의 독설 서평가의 두 번째 책. ‘어디서든 뉴스를 알리려 애쓰는 저널리스트들을 위해’로 시작되는 이 책의 국내 번역본은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해제로 마침표를 찍는다. 정희진은 “이 책은 당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사유의 정거장”이라고 밝힌다. ‘하루에 평균 5.9가지 거짓말’을 하는 트럼프와 농담인 척하는 편견과 혐오의 언어들을 사용하고 또 전달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인 세상. 우리는 어쩌다 이토록 참혹한 ‘탈진실의 과잉정상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자꾸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책, 2020년 첫 주말을 여는 책으로 썩 어울린다. (프랑소와 엄)
『두 여자 이야기』
송아람 저 | 이숲
“힘든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 삶은 실제로는 그렇게 납작하지 않고 올록볼록에 가깝다”(장류진) 송아람 작가의 그래픽노블 『두 여자 이야기』 를 읽으며 이 표현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이 만화야말로 ‘올록볼록’한 디테일을 살려내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여자 박홍연, 서공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다. 홍연은 급작스러운 임신으로 결혼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혼을 결심하고, 공주는 꿈을 안고 상경했지만 현실에 부딪쳐 대구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가장 닮았기에 더욱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와의 관계, 꿈을 가진 이를 밀어내는 듯한 서울의 삶 등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눈 밝은 독자라면, 결국 우리가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는지 문득 돌아보게 될 것이다. 서울이라는 중심에 밀려 잘 그려지지 않았던 ‘대구’의 디테일을 찾아내는 건 덤이다. (김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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