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자연식 전문가, 요가 지도자인 문숙이 에세이 『위대한 일은 없다』 를 펴냈다. 40여 년 전, 배우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나 요가와 명상에 빠져들어 터득한 삶의 진리를 풀어낸 책이다. 함께 출간된 그림엽서책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 에는 그가 자아를 따돌리기 위한 수련의 일종으로 그린 그림들이 담겼다.
두 책의 출간을 기념해 지난 11월 26일 홍대 레드빅스페이스에서 ‘문숙과의 대화’ 북토크가 열렸다. 문숙은 1년여 간 산티출판사 사무실에 출근해 글을 썼다고 한다. 늘 커다란 양푼 도시락에 샐러드를 가득 담아 분홍보자기에 싸 와 직원들과 나누어 먹었다는 대목에서 그의 소박하고 건강한 생활의 일면이 엿보였다. 문숙은 “내가 특별한 사람, 위대한 사람이라는 기대를 내려놓으면 모든 일이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이번 북토크는 사전에 관객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샨티출판사 박정은 대표가 대신 전하고, 문숙이 이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북토크 중간에는 깜짝 손님으로 서혜정 성우가 무대에 올라 책 속의 글 ‘그때 나는 누구인가?’를 낭독하며 관객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행복을 우선 선택하세요
박정은 :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포털에 문숙 선생님 이름을 검색했더니 최근에 찍은 힙합 패션 브랜드 광고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마침 이 책의 첫 번째 꼭지가 ‘와이 낫(Why not)?’입니다. 40년 만에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와이 낫?(왜 안 돼?)’이라는 마음으로 제안에 응했다고 하셨는데, 이 광고도 그런 마음으로 찍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Why not’에 대한 철학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문숙 : 저는 평생 그런 옷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 그저 ‘촬영진이 생각하는 게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키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건 하나도 없어요. 내가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누군데, 왕년에 어땠는데’와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 일이 힘들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합니다. 이렇게 ‘나는 모른다’를 전제로 일을 대하면 무엇이든 재밌어져요. ‘내가, 나는’이라는 것만 빠지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라는 존재는 정말 별 거 아니에요. 지구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데, 각도가 요만큼만 비뚤어져도 지구는 저 멀리 날아가 사라집니다. 그렇다 해도 우주에는 아무 일도 안 생겨요. 우리는 그 껍데기에 붙은 먼지일 뿐인데 내가 뭐 그렇게 위대한가요.(웃음) 그것만 알아도 무슨 일이든 가능해집니다. 아침에 눈 뜨는 게 고맙죠. “오늘도 눈 떴다. 와~!” “한 시간 지났는데 또 살아있네? 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에요.
박정은 : 저도 일하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되는지 결정되잖아요. 예를 들어 책을 만들면서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고, 더 나아가 슬퍼지면 ‘나는 이런 책을 만드는 슬픈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행복을 먼저 선택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와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힘들기도 해요.
문숙 : 많은 사람이 밖의 어떤 상황 때문에 내가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이만큼 벌면, 이 사람만 없어지면, 이것만 극복하면 행복해질 거라고요. 이는 전부 사실이 아닙니다. 행복은 내 마음에서 결정됩니다. 만약 바깥 상황에 의해 내가 행복해진다면 저는 누군가가 하는 말 한 마디에 하루 종일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갈 거예요. 내 목숨이 그 사람들에게 달려있단 이야기가 되죠. 이 귀한 목숨, 오늘 아침에도 일어났는데 오늘 하루가 행복할지 아닌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행복을 우선 선택하고, 바깥 상황은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됩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으니까, 또 생명을 받았으니까 행복을 우선 선택하세요. 그것보다 귀한 건 없습니다. 그래야 바깥 상황이 어떻든 자유로울 수 있는 영향력이 생깁니다.
박정은 : 한 관객분이 이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40대이고,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인데, 책을 읽으며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고 싶지만 현실에 찌들어 우울한 마음이 들고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시네요.
문숙 : 방금 “찌들었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그 찌든 현실이 사실 없을 수도 있어요. 억만 겁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현상계에 나타난 어마어마한 물체예요. 별이나 마찬가지죠. 찌든 별 보셨어요?(웃음) 빛나는 별만 있습니다. 여러분도 빛나는 별이죠. 그런데 사실 사는 게 그래요. 내 삶이 찌들었다고 느끼는 건, 나의 생각이 당장 해야 하는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냥 생각일 뿐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아이 챙기고, 학교 데려다주고, 회사에 가고 그 순간순간이 이루어질 뿐입니다. ‘회사 가서 뭐 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데’ 이걸 한꺼번에 떠올리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만약 인생이 쉬우면 아마 쉽다고 불평하게 될 겁니다. 제가 하와이의 ‘마우이’라는 섬에 살았는데, 그곳에 이주하는 모두가 천국을 상상하고 섬에 도착해요. 하지만 마우이의 자살률과 이혼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습니다. 분주하게 먹고 살아야 할 땐 몰랐는데, 삶이 무료해지니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여러분, 상황 때문에 내가 구질구질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일은 우리를 빛나게 하죠.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과 이야기해보세요. 인간애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말 아름답고요. 어려운 것을 고맙고 행복하게 생각하는 것도 선택이고, 찌든 것도 선택입니다. 찌들지 마세요.
박정은 : 또 다른 질문이에요. 책에서 어떤 순간에도 행복을 먼저 선택한 뒤, 꿈을 따라서 춤추듯 노래하듯 삶의 순간들을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고 하신 말씀을 보았습니다. 책 내내 현재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순간에 충실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중 ‘꿈을 따라서’라는 구절이 나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꿈은 어떤 의미인가요? 미래를 꿈꾸면서 현재를 잘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문숙 : 마우이에 뜨는 무지개를 보며 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우이에는 무지개가 정말 많습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볼 수 있는데, 저 멀리서는 선명하게 보이는 무지개가 통과하는 순간 없어져요. 그리고 앞에 또 다른 무지개가 나타나죠. 꿈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만지면 없어집니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또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꿈을 지향하고 추종하지는 않지만 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꿈을 꿉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고, 그에 집중하죠. 사실 꿈이 너무 크고 많으면 힘들어요. 위대한 일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순간에 소홀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설거지 하나를 하더라도 아주 예쁘게, 노래 부르며 깨끗이 닦는 사람을 보면 엄청난 일을 할 사람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죠. 큰 꿈을 꾸는 것보다 순간순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얼마나 즐겁게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 꿈은 방향을 잡아줄 뿐이죠.
무엇을 먹느냐가 나의 하루를 결정한다
박정은 : 스물한 살 무렵,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 한다는 컨셉에 ‘헉’하고 숨이 멎을 뻔했다고 쓰셨잖아요. 저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걸 컨셉이라고 생각하신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요즘은 그 황당한 컨셉을 어떻게 소화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실제로 먹는 충동과 어떻게 화해했냐는 질문이 있었거든요.
문숙 : 먹는 충동과는 화해하지 못했어요. 화해할 수 있으면 충동이 아니잖아요. 책에도 썼지만, 저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식물이든 동물이든 어떤 생명을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아차린 뒤로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슬펐고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남의 생명을, 그것도 엄청난 쾌락을 느끼며 먹잖아요.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떡하지? 안 먹을 수도 없고. 이게 지구에서 살아남는 조건이라니.’ 하지만 그러고도 한동안 계속 먹었어요. 끊어보려고 2주간 풀만 먹었는데 더 먹고 싶은 거예요. 어린 시절에는 그런 과정을 오래 겪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의식적인 깨달음이 와서 닿자 몸이 서서히 반응하더라고요. 요가와 명상에 깊어지면서 조금씩 몸이 변하기 시작했고, 어느 지점에 도달하니 ‘이제 안 먹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제게 어느 선까지 먹지 않느냐고 물어요. 저는 일단 눈을 뜨고 의식 있게 나를 쳐다보는 생명은 안 먹습니다. 그러나 만약 티베트를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고산지역에서 야채만 먹겠다고 엉엉 울진 않습니다. 그곳 사람들이 정성껏 내놓은 음식을 물리치진 못할 거예요. 음식은 마음을 교환하는 것이고, 의식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적어도 제가 만들어 먹는 음식은 눈이 달려서 나를 쳐다보는 생명이 아닌 것들을 중심으로 먹습니다.
박정은 : 연결되는 이야기인데요. 식이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좋은 음식을 해먹는 게 너무 어렵고 자꾸 안 좋은 식습관으로 돌아가는 게 걱정이라면서 질문을 해주셨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대해야 할까요?
문숙 : 우선 ‘좋은 음식’에서 ‘좋은’만 빼도 음식을 하는 게 훨씬 쉬워집니다. 우리는 오가닉 물체예요. 지구로 만들어졌어요. 우리 몸의 4분의 3은 물입니다. 즉 물만 잘 마셔도 건강의 4분의 3이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우선 물을 잘 드세요. 옛날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항아리에 물을 떠다 놓고 하룻밤 재워 먹는 습관이 있으셨어요. 저는 지금도 물을 그렇게 먹습니다. 자기 전에 항상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요. 그럼 밤새 집의 온기가 물을 잠재웁니다. 그 물로 음식을 하고 마시죠. 한 번 해보세요. 물맛이 확연히 다를 거예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생각하려면 일단 우리 몸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린 오가닉 물체죠. 그러니 우리 몸에 넣는 것은 땅이 만든 것이어야 해요. 그런데 느닷없이 이상한 물체들을 몸에 마구 집어넣죠. 그 음식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면서요. 지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는 탈이 납니다. 일단 행복을 선택하는 것처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도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나의 베스트프렌드는 바로 ‘나’
박정은 : 글에 ‘사랑이 아닌 것은 내 안에 들이지 말라’는 표현을 하셨잖아요. 그런데 외부에서 나를 부정적으로 공격하는 것들은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지만,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다스리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오늘 관객 중에도 내가 나를 못나게 보는 감정 때문에 힘들다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문숙 : 여러분, 제가 저희 엄마를 닮아 태어난 건 운명일까요 선택일까요? 그건 주어진 운명이죠. 그러나 오늘 내가 깨어있다면, 오늘 이후 나의 모든 일은 내 선택입니다. 만약 운명이 내 삶을 지배한다면 그것처럼 억울한 게 어디있어요? 그러나 지금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모든 게 내 선택권으로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이 “내 팔자는 원래 이래” “나는 원래 운이 나빠”라면서 그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건 나에게 너무 억울한 일이에요. 그러나 사실 삶은 선택이라는 걸 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부정적인 나를 알아차릴 수 있어요. ‘아 내가 나를 형편없게 생각하는 구나’라고요. ‘나는 별 거 아닌 사람인데 그냥 아무 거나 먹지 뭐.’ ‘나는 해봤자 안 될 텐데 그냥 대충 하지 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걸 알아채고 바로 내가 치고 들어가야 해요. ‘오늘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지금도 숨 쉬고 있네’ 라고요. 더 이상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제가 오늘 아침에 명상을 하는데 창가에 햇빛이 한 줄기 들어오는 거예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 아름다운 장면을 내가 보고 있잖아요. 아주 작은 것에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고마워 해보세요. 남이 얼마나 잘하느냐는 상관없어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도 “잘했어. 안 넘어졌네” 이렇게 순간순간 자기를 예뻐하는 거예요. 저는 진짜로 해요. “아휴 예쁘게 잘 내려왔어” 이러기도 하고, 만약 비가 왔는데 우선을 안 가져왔으면 “오 비 맞고도 잘 가네. 아휴 씩씩해! 빨리 가서 샤워하자~”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줘요. 자기가 자기의 베스트프렌드가 돼야 해요.
박정은 :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게 행복의 출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숙 : 그게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매일 아침에 ‘나의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내가 괜찮을 수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요.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어제 돈을 이만큼 벌었으니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나는 우리 가족의 가장이니까 괜찮은 사람이어야 해’ ‘나는 대기업에 다니니까 괜찮은 사람이야’ 이건 전부 아이덴티티죠. 이게 모두 사라졌을 때, 괜찮을 수 있나요? 그 질문에 괜찮다는 답을 하지 못하면 상황이 나를 조정합니다. 그러나 내가 괜찮으면 어디를 가서 어떻게 서도, 누가 나를 어떻게 취급해도 괜찮아요. 오늘 좀 실수했더라도 혹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좋은 일이 있었어도, 안 좋은 일이 있었어도 나는 아무것도 없을 때의 아무개입니다. 그러면 거의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사회가 부여한 아이덴티티가 내가 되면, 그걸 잃어버리고 난 뒤에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저는 목욕하기 전에 홀딱 벗은 나를 거울에 비춰보면서도 이 질문을 해요. 아무것도 없을 때의 나는 괜찮은가. 나는 누구인가. 그래도 괜찮다면, 나에게는 올라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박정은 : 문숙 선생님께서 책의 한 파트인 ‘내가 너를 구하러 왔단다 마침내’를 쓰면서 눈물 흘리시는 모습을 봤어요. 자신을 구해 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초등학생 문숙을 예순 넘은 문숙이 구하러 가는 내용의 글인데요. 오늘 질문 주신 어떤 분께서도 과거의 고통과 슬픔에서 자유로워지는 법을 꼭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문숙 : 우리는 몇 십 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지금까지도 괴로워하곤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이었을 거예요. 저희 집은 굉장히 가난해서 달동네에 살았습니다. 달동네 중에서도 맨 꼭대기, 온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처절했어요. 끼니를 거르는 건 예삿일이고, 온 식구들이 부정적이고 어두웠습니다. 저는 생각했어요. ‘내가 행복해지려면 여길 빠져나가야 할 것 같은데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을까?’ 매일 같이 바위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랬던 나를 잊고 성장했는데, 명상을 하면서 그 장면을 되살리게 됐어요. 여전히 힘들어하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예순이 되어 한국에 와서 그 장소를 다시 찾았습니다. 지금은 둘레길이 자리한 공원이 되었는데요. 제가 항상 놀면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바위에 찾아가니 아직도 그때의 내가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아이를 부둥켜안고 말했습니다. “내가 너를 구하러 왔단다. 같이 내려가자.” 만약 굉장히 어려운 일이나 슬픈 일을 당하신 분이 계시다면 혼자 그 일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가 보세요. 그곳에 가만히 서보세요. 그럼 그때의 자기 모습이 거기 그대로 있을 거예요. 본인은 그런 자신을 구해올 수 있습니다. 한 번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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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일은 없다문숙 저 | 샨티
호기심 많고 탐구심 강한 어린아이, 과거의 자신을 구원하는 자, 삶의 기류를 타고 나는 자유인, 무조건적 사랑을 품은 여신, 경계에 갇히지 않은 순수한 빛, 기쁨, 자유…… 언제든 만날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말에 격려받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성소영
쓸수록 선명해지는 하루
slowpark33
20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