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취향이 닮은 작가와 편집자
요가를 경외하는 건 필수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웃는 건 필수입니다?!
글ㆍ사진 김경애(흐름출판사 편집자)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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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요기니가 요가책 편집자가 되었을 때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요가를 시작했다. 첫 요가 수업의 느낌은 지루함. 답답함. 정적임. 리드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몸을 옮기는 게 아니라 고개를 살짝 돌려 남몰래 시계 바늘을 좇았다. 타고난 성미가 급하고 인내의 싹은 모조리 꺾어버린 지 오래라 느긋하고도 고요한 요가의 흐름을 쉽게 탈 수 없었다. 그러나 환불 수수료 뗍니다,라는 요가 데스크 선생님의 말에 의하여 긁어버린 카드의 고지서를 회수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1년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그러니까, 일주일에 세 시간씩, 일 년에 156시간을 매트 위에서 보냈다.

 

주로 내가 가는 시간의 담당 선생님은 카리스마가 넘치시고 복부 호흡으로 말하는 목소리의 음파가 허공을 울려 사람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단언컨대, 난 그 선생님이 경의(아니 경외인가?!)하는 요가와 맞지 않는 학생이었다. 자세를 취하다 틈틈이 졸고, 힘든 자세는 조금도 참지 못하고 픽 쓰러지고, 사바아사나 시간에 가장 경쾌한 미소를 짓는 나는 결코 그 선생님과 결이 맞을 수 없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포착하면 선생님은 자신이 경의하는 요가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냐는 듯 눈꼬리가 올라가고 못마땅함에 얼굴 근육이 실룩였다. 선생님은 나의 눈동자는 포획했지만 나를 목적에 두지 않았듯이 사람들을 향해 집중하세요, 몸을 통해 내 안을 들여다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요가는 나의 업도 아니오, 요가를 경의하는 건 나의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오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니 요가원에 가는 시간이 관성이 되어버렸다. 특별히 규칙적인 취미 생활도 없는지라 그럼 일 년을 더 끊어볼까 해서 긁은 카드가 또 다음 일 년을 매트 위에서 보내게 했다. 뭐 이쯤 되면 내 스스로에게 반항하는 힘도 빠져서 시계 바늘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매트 위에서 머릿속으로 잡생각 굴리기에 빠졌다. 뭐 이를테면 이런 것들. 욷카타아사나를 하며 제목안은 언제까지 내야지, 꼬리뼈를 말아올리며 카피는 어떻게 쓸까, 척추를 늘리며 후가공은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할까. 이렇게 생각을 굴리다가 피콕 자세(그러니까, 가장 힘든 포인트 자세)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레 잡생각이 사라지고 생각과 몸이 일체되는 경지에 이르는데 잠시 이런 순간을 느끼는 것이 요가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래, 이것이 요가의 맛이지, 나도 요기니(Yogini)?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한 시간 중 가장 기다렸던 시간에 도달했다. 바로 사바아사나(누워 숨 고르기) 시간이다. 매트 위에서 팔과 다리를 뻗고 눈을 감으면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저 내일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용기 같은 게 생겼다. 나는 자주 마음이 일렁이고 자주 불안한 사람이어서, 또 걱정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도 한지라 이런 이상한 용기에 힘입어 다음 날 출근을 한 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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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라는 책의 연재를 보게 되었는데 원래 연재 제목은 <오늘도 나마스떼!>였다. 내 안의 신에게 경의를 표현하는 인도식 인사, 나마스떼! 비록 난 성실하고도 열심히 하는 요기니는 아니었지만, 쭈글쭈글 카드값에 끌려 매트 위에 서는 불량한 요기니었지만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의 연재를 보았을 땐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왜 그런 거랄까, 맞아 그거 할 때 힘들지? 맞아 그 자세는 어디에 힘을 줄 때 완성되는 것 같아, 맞아 요가하면 이런 게 달라져. 이런 것들을 친구랑 나누는 느낌이었달까. 어서 이 느낌을 많은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심에 모니터 앞에서 므흣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래서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단숨에 이런 답장이 왔다 “네, 이미 다른 출판사랑 얘기 중이에요.” 아 역시 나보다 발 빠른 편집자들이 이 세상에 많이 살지 ‘이번에도 게을렀네’하며 마음을 접었는데 얼마 후 다시 메일이 왔다. 얘기했던 곳과 하지 않기로 했으니 만나고 싶다는 답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연 삼아 이 책을 만들며 지금 이 순간에 도달했는데 마치 이것이 요가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워서, 우리가 아주 쉽게 하는 말로 인연은 있다, 인생은 순리대로 살아야지,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유연했어서 그래서 그것이 참 신기했다. 뭐 여기, 신기하다라는 특별한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는 일종에 나의 취향도 담겨 있다.

 

그것이 어떤 취향이냐면 사람에 대한 취향이다. 이 책을 그리고 쓴 작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었는데 그녀의 표현에 의하자면 그녀는 크게 감탄하고 자주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지만 또, 그녀의 설명을 안경 삼아 그녀를 보자면 그녀는 자기 자신을 참 잘 알고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또 여기서 나는 구구절절 설명을 붙이는데 자주 감탄하고 자주 분노한다는 것은 세상의 작은 것들을 보고 나만의 의미를 붙여 소중하게 만들고, 분노한 것을 잘 내비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확실한 사람이란 것이다. 그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나도 건강하게 살아야지, 자주 분노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책의 흐름을 타고 그녀가 세상을 느끼는 호흡에 동참하고 있자면, 마치 요가를 끝낸 이후처럼 일렁이는 마음은 잠잠해지고 내일도 잘 살아갈 수 있어 하는 이상한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이번 책은 참 잘 만들었다고 마무리 하려는데 편집자의 미덕은 “책으로만 말해요”이거늘. 왜 이렇게 구구절절 말이 많았나 싶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요가원에 가야겠다. 말은 그만하고 몸소? 실천하는 편집자가 되어야지 싶다.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AM327 저 | 흐름출판
요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쉽게 따라할수록 준비 자세부터 피콕 자세, 쿨다운까지 자세 하나하나를 알려준다. 특별한 운동이 아닌 내 삶으로 들어온 일상의 요가, 침잠하고 떠오르는 하루의 수면 위 에피소드까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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