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 키스, 만족스러운 현상 유지
압축되어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막힌 혈을 관통하기에 충분하고, 노련한 감각과 손놀림으로 다소 떨어지는 신선도를 능숙하게 대체한다.
글ㆍ사진 이즘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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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히트 싱글 「Tighten up」을 시작으로, 경량의 무도 록 와 부드러운 사이키델릭의 소용돌이 까지. 블랙 키스의 주요 행보에는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의 손길이 있었다. 밴드가 직관적인 음선과 능란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형체를 구상하면, 그 거친 표면을 대중적인 감각으로 다듬는 데인저 마우스의 연마 과정이 평단의 호평과 앨범의 상업적 흥행을 동시에 일군 것이다.

 

그런 의 주목할 점은 바로 핵심 멤버인 데인저 마우스의 부재다. 그간 3인 체제로 탄탄히 쌓아 올린 체계의 해체는 밴드에게 새로운 시도보다 정체성 유지에 집중하도록 무언의 압박을 남겼고, 결국 앨범은 주특기인 블루지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초창기의 날 선 사운드를 덜어내고 의 팝적인 면모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성장과 변화의 의지보다는 과거로의 회귀를 선포하는 셈이지만, 달라진 환경 속 침착하고 교연한 홀로서기이기도 하다.

 

5년의 공백에도 솔로 앨범과 프로듀싱 등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을 이어온 블랙 키스는 죽지 않은 발군의 감각을 뽐낸다. 강렬한 기타 소리의 「Shine a little light」가 전원을 올리고, 묵직하게 퍼져 나가는 전류는 리드미컬한 「Eagle bird」가 잡아 이어 나간다. 「Lo/Hi」는 농후한 받아침이자 상황 정리다. 기타와 드럼 위로 쌓인 먼지가 튀어 오르며 스파크가 솟구치는 광경이다. 뚜렷한 리프와 보컬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Every little thing」과 「Get yourself together」 또한 정석적이지만 투박한 매력을 드러낸다.

 

다만 전작에서도 말이 많았던 이들의 레퍼런스 논란은 여전하다. 「Walk across the water」는 티 렉스(T.Rex)의 「The Slider」와 진행 방식에 있어 흡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Sit around and miss you」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 삽입된 스틸러스 윌(Stealers Wheel)의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와 상당수 닮아 있다. 심지어 야심 차게 내놓은 싱글 컷 「Go」마저도 그들의 곡 「Lonely boy」의 조금 순화된 버전으로 보인다.

 

다시 채택한 기존의 방식과 전성기를 답습하는 결과물은 아무래도 밴드의 이정표보단 살아 있다는 생존 신호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뻐근해진 손목에서 압축되어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위협적이진 않아도 막힌 혈을 관통하기에 충분하고, 노련한 감각과 손놀림으로 다소 떨어지는 신선도를 능숙하게 대체한다. 비록 예전처럼 새로운 시대를 세우지는 못했지만, 정통 밴드로서 구축해낸 만족스러운 현상 유지다.


 

 

The Black Keys - Let's RockThe Black Keys 노래 | Warner Music / Easy Eye Sound
5년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블루스 록 듀오 The Black Keys의 2019년 신작. 록 듀오 The Black Keys의 의도는 앨범 제목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단단하고 빛나는 록, 저항할 수 없는 블루스의 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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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랙 키스 #Let’s Rock #El Camino #Turn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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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