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 만든 사랑이라는 집착의 성 -연극 <미저리>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으며 오싹함과 개운함을 동시에 느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연극이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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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공연사진_김상중 2(제공.그룹에이트).jpg

 

 

여름과 잘 어울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  『미저리』  를 연극으로 만날 수 있다.  『미저리』  는 1991년 국내에 영화로 개봉하면서 알려졌다. 영화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 ‘미저리’라는 말 자체가 ‘한 사람에게 과도한 사랑과 집착을 보이는 사람’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소설이 출간된 후 국내에서 연극으로 상연된 것은 작년이 처음이며, 올해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난다. 소설  『미저리』  를 읽으며 오싹함과 개운함을 동시에 느꼈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미저리] 공연사진_김상중, 길해연 1(제공.그룹에이트).jpg

 

 

사랑과 집착의 한 끗 차이


연극의 주요 등장인물은 유명 소설가인 폴 셸던과 그의 넘버원 펜을 자처하는 애니 윌크스, 실종된 폴을 찾는 보안관이다.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물 ‘미저리’가 있다. 미저리는 폴을 유명 작가로 만든 소설 미저리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애니가 자신과 동일시하는 인물이다.


폴과 애니는 사고 현장에서 만났다. 자동차 사고가 난 폴을 발견한 애니는 두 다리가 부서진 폴을 짊어지고 자신의 집으로 와 침대에 눕혔다. 긴 잠에서 깨어난 폴과 관객이 처음 보는 장면은 침대에 누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다친 폴의 모습이다. 눈을 뜬 폴은 자신을 구해준 애니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생명의 은인이 자신의 넘버원 펜이라고 외치니 절묘한 인연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애니는 사고 당한 폴을 우연히 구했다고 하지만, 폴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폴이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 묵는 장소, 폴이 호텔 밖으로 나간 시간, 폴이 사고 당한 곳 등 마치 계속 폴을 지켜본 듯한 인상을 받는다.

 

 

[미저리] 공연사진_김상중, 길해연 5(제공.그룹에이트).jpg

 

 

잘못된 사랑의 종말을 보여주다


폴을 병원에 데려다주지 못한 이유로 날씨 핑계를 대며 상냥한 태도를 유지하던 애니가 완전히 바뀐 건 폴의 새로운 소설 때문이었다. 폴의 가방에 있던 원고에 쓰인 상스러운 말들이 애니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상상 속 인물인 폴은 절대 상스러운 말을 쓰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어야만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미저리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니의 사랑은 환상 속에서 존재하며, 실존 인물인 폴이 환상을 깨는 행동을 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폴은 늘 애니에게 실망만 준다. 폴은 환상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저리] 공연사진_김상중, 길해연 2(제공.그룹에이트).jpg


 

휠체어에 앉을 수 있게 된 폴이 탈출을 시도할 때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폴의 움직임에 따라 애니의 집 복도와 현관이 관객에게도 보이기 시작한다. 회전 무대는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고, 긴박한 순간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예측할 수 없는 애니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연극의 주요한 볼거리다. 애니는 폴을 믿지 못하면서도 기대한다. 폴은 살기 위해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애니는 그런 폴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린다.

 

 

[미저리] 공연사진_김상중, 길해연 4(제공.그룹에이트).jpg


 

그러나 폴이 탈출을 시도하고 집을 빠져나가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거대한 도끼를 들고 폴의 다리를 바라본다. 순진하고 쑥스러움 많은 애니와 오싹한 행동을 거침없이 해버리는 애니 등 한 인물의 감정 변화가 극과 극을 오간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배우들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배우 김상중, 안재욱 배우가 폴 역할을 맡고, 길해연, 김성령 배우가 애니 역할을 맡았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연극  <미저리>  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 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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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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