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매미는 어디로 갔을까
『매미』
숀 탠 글그림 | 풀빛
매미는 인간들 사이에서 멸시를 받으며 일했다. 17년을 헌신하고 회사를 떠났지만 아무도 위로하거나 축하해주지 않았다. 매미가 나 같고, 내가 매미 같은 순간에 『매미』 의 반전이 펼쳐진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무채색의 외피를 입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눈물이 찔끔 나올지도 모른다. 저자는 “모든 예술은 보는 이가 질문을 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책을 덮으며 자연스럽게 떠오른 질문이 있다면, 지금 일을 잠시 멈추고 나를 찾아보자. (신은지 MD)
오감을 깨우는 여름 그림책
『비 오니까 참 좋다』
오나리 유코 글, 하타 코우시로우 그림 | 나는별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어떤 그림책은 이야기보다 그림이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기 때문. 『비 오니까 참 좋다』 는 빗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그린 그림책이다. 단순한 줄거리와 달리 그림은 매우 과감하고 역동적이다. 웅덩이에 뛰어드는 아이의 발, 몸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빗방울 그림에 "토독, 토다다다", "핑포핑포 핑포로롱" 같은 빗소리 말맛이 더해져, 읽다 보면 비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하다. 어른에게는 비를 맞으며 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게 하고, 아이에게는 비 소식에 짜증 대신 설렘을 느끼도록 해줄 2018 일본 모에 그림책방 대상 수상작. (이정연 MD)
어느 날 납작한 토끼를 만난다면
『납작한 토끼』
바두르 오스카르손 글/권루시안 역 | 진선아이
개와 쥐가 길을 걷다 납작한 토끼를 만난다. 납작한 토끼는 그야말로 납작한 모습으로, ‘만난다’보다는 차라리 ‘본다’는 표현이 더 적당한 모습으로 그렇게 도로 위에 있다. 고민을 거듭하다 토끼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한 개와 쥐는 그러고도 한참을 토끼에 대해 생각한다. 어떻게 옮기지? 어디가 좋을까? 우리의 결정을 토끼가 좋아할까? 죽음 없이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시종 차분하고 사색적이다. 글과 그림은 물론 여백까지도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질문을 한다. 마주앉아 긴 대화를 나누게 되는 책이다. (박형욱 MD)
사랑했던 이야기를 다시 만나는 일
『걸 클래식 컬렉션 세트』
루이자 메이 올콧,루시 모드 몽고메리,요한나 슈피리 저/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원저 | 윌북
삼성출판사 초등세계문학 시리즈 중 가장 사랑했던 『작은 아씨들』. 책끝에 초콜릿을 묻혀가며 낡을 때까지 읽었지만, 다시 만나니 새롭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마치 양'이라고 불리면서 긴 치마를 입고 과꽃처럼 칙칙하게 살아야 한다니 딱 질색이야. 여자답게 살라고 하니까 미치겠어." 조 마치가 이렇게 말했다니. 오래된 친구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구나 싶었다. 동생을 '사랑둥이'라고 부르는 등 젊은 번역가들의 통통 튀는 언어가 눈에 띈다. 아름다운 커버 디자인에 앤과 세라, 하이디까지. 소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반가운 고전 세트. (김주리 MD)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홍화정 저 │휴머니스트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상처도 입고 고민도 얻는다. 남들은 다행히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는 부끄러운 일도 생긴다. 가족과 친구들의 품 속에서 위안받길 꿈꾸지만 때로는 더 큰 생채기를 남기기도. 그런 날 조용히 ‘자기만의 방’에 돌아와 덩그러니 누워 있으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일상에서 얻는 상처를, 고민을, 부끄러움을, 깊고 얕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되돌아 보는 모습이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위안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여리고도 단단한 생각들. (김성광 MD)
여전히 사랑스러운, 소녀들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
최현미, 노신회 공저 | 혜화1117
어린 시절의 나는 이야기 속 소녀들을 꿈꾸었고,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곧잘 상상했다. 앨리스, 인어공주, 웬디, 그리고 헤르미온느까지. 지금은 상상도 전에 현실을 자각하지만. 그래서 추억 속 소녀들이 책에서 나올 때마다 그 시절의 나도, 동심도 소환된다. 특별한 건, 그녀들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당시에는 몰랐던 틀에 갇혀버린 그녀들의 한계와 안타까움도 함께 있다는 것. 인어공주가 그 모습 그대로 왕자에게 갔어야 했는데, 웬디가 네버랜드의 엄마가 될 필욘 없었는데와 같은. 엄마와 딸, 두 여성 저자가 각자의 시선을 담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을 여전히 사랑하게 될 책. (이나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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