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로망이 현실이 되다
단순히 회사에 가기 싫은 건지. 나의 작은 가게가 하고 싶은 건지 먼저 자문해보자. 장사는 어렵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무엇보다 꼬박꼬박, 좋으나 싫으나 월급이 매달 들어오던 때와는 사뭇 다를 거니까.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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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카페, 밥집들이 넘쳐난다. 그곳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나도 이런 작은 가게나 하면서 살고 싶다.’ 직장생활 10년, 결혼 후 경단녀로 재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남편의 벌이로도 생활할 수는 있었지만 내 커리어를 키워가는 걸 인생의 낙으로 삼았던 그녀는 견딜 수 없었고, 결국 질렀다. 막연히 ‘작은 가게나 해볼까?’ 했던 것에서 실제로 작은 가게의 주인이 되었다.


장은혜 저자도 ‘장사는 처음이라’ 모든 과정은 넘기 힘든 산이었고,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부산 전포동 골목길에 작은 식당을 오픈한다. 오픈 한 달 만에 ‘모루식당’은 줄 서는 가게로 입소문을 타게 됐고,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대체 이 작은 가게가 잘 되는 이유는 뭘까? 답은 이 책에 있다. 이 책은 모루식당을 오픈하며 했던 고민과 과정, 감정들을 담은 기록이다. 예비 사장님들이 경험이 없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꼼꼼히 담아냈다. 부동산 계약부터 인테리어, 메뉴 구성, 가게 콘셉트 구상, 물류 확보 등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놓았다. 창업이 멀게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책을 통해 미리 대리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덜컥 계약하기 전에 모루식당 장사장이 겪은 창업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고 내가 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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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먹는 인싸 맛집, 모루식당의 또 다른 수식어다. 부산의 골목에서 1호점을 열더니 어느새 서울, 대구, 통영까지 섭렵하며 최근 모루 9호 제주점까지 오픈했다. 일본식 카레 전문점 ‘모루식당’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시작은 ‘우발적’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경단녀로 1년을 지내고 있었는데, 늘 내가 벌어 내가 쓰는 생활에 익숙하다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만 살아야 하니 알게 모르게 눈치가 보이는 거다. 그러던 중 친구와 나선 전포동 카페거리에서 나눈 대화가 시발점이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맘 속에 ‘내 작은 가게’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그 꿈이 단숨에 이뤄진 거다. 시작이 어렵지 시작하면 실행력이 있는 편이다. 마음 먹은 즉시 가게를 구하고 메뉴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오래, 잘할 자신이 있는 게 뭘까 고민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것 같다. 나는 원체 카레 매니아였고, 나만의 레시피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진짜 일본식 카레는 내 최애 메뉴다. 당시 국내 카레전문점의 카레는 한 가지 종류에 토핑을 바꿔 선보이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진짜 일본식 카레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가게 콘셉트도 일본 작은 골목에서 볼 법한 작은 가게였으니까 찰떡이었다.


공업사와 철물점 등이 즐비했던 부산의 전포동 골목, 몇 년 전부터 소규모 카페와 식당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전국 트렌디세터들의 순례지가 됐다. (주거지가 부산이 아니었는데) 부산에서 첫 가게를 오픈 하게 된 이유는?


결혼 전으로 거슬러 간다. 오랜 직장생활에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질 찰나 캠핑을 알게 되었다. 캠핑에 빠져 여성 캠핑 매니아 모임에 가입하게 되었고, 각 지역에서 캠핑이 좋아서 찾아온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우연찮게도 부산이나 경남권 친구들과 깊게 친해졌다. 이 친구들과 본격적으로 크루를 만들어 캠핑 활동을 하고자 부산으로 주거지도, 직장도 옮기는 과감한 선택을 자행했다. 그러다 부산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창원에 터를 잡았다(부산과 창원의 거리는 강남과 분당의 거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원래 카페를 좋아해 찾아 다니는 게 취미였는데 당시 전포동 거리에 적지만 몇몇 카페가 오픈해 자주 찾았다. 그곳이 익숙해지니 자연스럽게 여기서 가게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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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듬뿍, 가득 담다. 는 뜻의 일본어 모루는 이곳의 이름이자 손님들에게 많이, 듬뿍 담아주고 싶다는 주인의 바람이라고 한다. 모루식당에서 이 메뉴는 꼭 먹어보세요 추천하는 메뉴가 있다면?


모루식당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이시라면 아무래도 모루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새우크림카레>를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카레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무리 없이 드실 수 있는 맛이다. 휘핑크림이 아닌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해 특유의 진한 카레향이 덜하고, 고소한 맛이 나 가게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전국 모루식당에서 이 새우크림카레는 기본 메뉴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면 <반반카레>를 추천한다. 하나의 접시에 새우크림카레 반, 다른 한 가지 카레 반 이렇게 담아 한 번에 두 가지 카레를 맛볼 수 있게 했다. 다른 한 가지 카레는 매일 달라지는, 각 가게만의 특제 카레가 선택된다. 개인적으로는 새우크림카레와 소고기토마토카레의 조합을 가장 좋아한다. 새콤달콤한 소고기토마토카레를 새우크림카레와 살짝 섞어 먹으면 기가 막힌다.


대구의 북해도식 스프카레, 천안의 도쿄식 키마카레, 서울의 나폴리탄카레, 구미의 북해도 비에이식 오므카레, 울산의 기타큐슈 모지코식 야끼카레, 진주의 나고야식 미소가츠카레, 통영의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바닷마을카레, 제주의 흑돼지 쇼가야끼카레도 그 지역의 모루식당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꼭 권해드리고 싶다. 사실 모루식당 카레는 다 맛있다. (웃음)


모루식당만의 카레 차별화가 있다면?


처음 식당을 열 때 의구심이 들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국내에 있던 일본식 카레집에 가면 대개 하나의 카레에 튀김, 소시지, 채소 등 토핑을 바꿔가는 식으로 카레의 메뉴만 수 십 가지인 곳이 많았다. 하지만 일본에 가면 재료마다 만드는 방법도, 그래서 카레마다 맛도 향도 전부 다르다. 모루식당에서는 이를 보완했다. 기본 5가지의 카레에 특선카레 8가지, 고정 메뉴인 새우크림카레까지 총 14가지의 카레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기가 좋은 시금치카레의 경우는 신선한 시금치를 데쳐 곱게 갈아 만드는데, 시금치의 초록색 그 특유의 색이 드러나 자칫 놀라는 분들도 계신다. 한데 마늘과 생크림이 들어간 시금치카레를 한 번 맛본 분들은 일부러 시금치카레가 되는 날을 맞춰 식당을 방문하는 일이 많을 정도로 중독성 있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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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목가게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모루식당만의 독특한 컨셉과 분위기가 있다. 어디서 소품 등을 구입하는지 궁금하다.


처음 식당이 위치한 골목과 다락방이 있는 작은 식당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어느 작은 골목을 떠 올리며 나의 작은 가게도 일본의 어느 작은 식당 같은 분위기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우리 식당에 방문하시는 손님들이 식당문을 여는 순간부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잠시라도 일본여행 중 식당을 방문한 착각이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되도록 큰 주방집기와 큰 테이블 등을 제외하고는 아주 작은 소품들 까지도 모두 일본에서 구매를 해 왔다. 이는 다른 지역의 모루식당도 마찬가지인데, 대부분 분기별로 열리는 일본의 빈티지 마켓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부산에서 가까운 후쿠오카에서 단골 샵에서 구매를 하곤 하는데 아주 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빈티지 마켓이나 일본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하나씩 모아 두는 편이다.

 

한번쯤은 ‘작은 가게나 해볼까?’라고 생각해 봤을, 작은 가게를 창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꼭 알아야 할 것,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월요병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회사에 가기 싫은 건지. 나의 작은 가게가 하고 싶은 건지 먼저 자문해보자. 장사는 어렵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고 무엇보다 꼬박꼬박, 좋으나 싫으나 월급이 매달 들어오던 때와는 사뭇 다를 거니까.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고되다. 그럼에도 맛있게 잘먹고 간다는 손님의 말 한마디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최고의 피로회복제가 된다. 매일 지치지 않아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나의 일을 매 순간 즐길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모루식당 외 파운드케이크 전문점 ‘모루과자점’, 유부초밥 전문점 ‘호키츠네’를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업 구상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주로 여행을 다니며 소스를 얻는 경우가 많다. 호키츠네의 경우 일본 여행 중 우연히 먹었던 난칸아게 유부초밥(돌돌 마는 유부초밥)의 맛에 흠뻑 반한 것이 시작이었다. 내가 알던 삼각형의 유부초밥이 아닌, 쫄깃쫄깃한 난칸아게 유부초밥(일본 구마모토현의 난칸초에서 즐겨먹던 유부초밥을 그렇게 부른다.)을 제대로 재현해보고 싶었다. ‘모루과자점’의 파운드케이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먹는 미국이나 유럽식의 수분기 없는 파운드케이크와 달리 꾸덕한 일본의 파운드케이크의 매력에 반했고, 국내에 소개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요즘은 바쁜 탓에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좀 쉬고 싶다. 올해 마흔이 되었고, 나의 제2막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가게 사장으로의 인생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기회로 책도 내게 되었다. 당분간은 모든 일에서 살짝 손을 떼고 내 시바견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장난감가게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조금 여유 있게 일을 즐기며 쉬고 싶다. 남편이 몇 년간 해외에 나가있는데, 내년이면 해외 근무가 끝난다. 그래서 내년엔 함께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앞으로의 모루 장은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참이다.

 

 

* 장은혜


무심코 ‘가게나 해볼까?’ 했던 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모루식당의 장사장으로 불리며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다. 갈고 닦은 후천적 감각과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궈낸 오감을 바탕으로 현재 공간디렉터로도 활약 중이다. 전국에 그녀의 감각으로 탄생한 브랜드만 벌써 3개. 일본식 카레 전문점 <모루식당>, 파운드케이크 전문점 <모루과자점>, 유부초밥 전문점 <호키츠네>까지 모두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넘쳐나는 아이디어로 계속해서 재미난 공간을 구상 중에 있다.


 


 

 

작은 가게의 주인이 되었습니다장은혜 저 | 비타북스(VITABOOKS)
예비 사장님들이 경험이 없어서 놓치기 쉬운 것들을 꼼꼼히 담아냈다. 부동산 계약부터 인테리어, 메뉴 구성, 가게 콘셉트 구상, 물류 확보 등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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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