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전성 시대. 예비 저자들이 참고할만한 책이 있을까? 북노마드 편집부가 만든 『우리, 독립출판 2』 는 김규림, 김진아, 김현경, 백세희, 서귤, 유재필 등 현재 가장 각광받는 독립출판 작가들과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작가 6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내가 좋아야, 내가 재밌어야” 만들 수 있는 독립출판물. 사람들은 왜 책을 만들고 싶어 하고,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기대할까. 쿨하면서도 소심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만드는 ‘독립출판’의 뒷이야기를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에게 들었다.
3년 전 『우리, 독립출판 1』 이 출간됐다. 그때만해도 독립출판이 이 정도로 붐은 아니었는데, 앞선 책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그런데 2권이 생각보다 늦게 나왔다.
애당초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건 아니다. ‘어쩌다 1권’이 되어버린 『우리, 독립출판 1』 은 2016년 10월에 출간되었는데, 그때 29명(팀)의 ‘활동 중’인 작가들을 모조리 소개해서 다음 시리즈를 생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2년 이상의 기간이 ‘다음’ 작가들의 등장을 기다리는 숙성의 시간이 되었다.
‘북노마드 윤동희 대표와 함께하는 출판 수업’에 참여한 송세영, 신민주, 안민희, 오하림, 이헌희 등 5인이 북노마드 편집부가 되어 기획-작가 연구-인터뷰 진행-편집-사진 촬영 등에 참여한 책이다. 인터뷰의 대상자, 작가 6인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편집 회의와 독립서점 시장조사를 통해 35명의 작가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후 판매 순위, 서점 추천, 언론 노출 등을 근거 삼아 2차로 15명의 작가를 선정하고, 마지막으로 6명의 작가로 압축했다.
작가들에게 건넨 질문이 흥미롭다.
공통 질문 5개와 개별 질문 5개를 준비해 6명의 작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1회 만남을 통해 인물 및 작업실 등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책의 편집-디자인 단계마다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출판과 매체를 둘러싼 급속한 변화 속에서 ‘독립’과 ‘1인’에 주목했다. 자신의 첫 콘텐츠를 독립출판으로 펴낸 계기, 책을 내기 전과 후의 변화, 꾸준히 독립출판 활동을 해나가는 힘, 작업 일정 및 출판 노하우, 독립출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독립서점 입고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게 책이 될까, 누가 읽을까,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 그럼에도 그들이 꾸준히 독립출판물을 만들어가는 ‘힘’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1권을 만들 때와 비교해보면, 출판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했나?
장르의 다양화, 기존 출판계의 러브콜 및 협업, 사회적 반향에 이은 베스트셀러 진입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더라. 키워드는 우울증과 정병러(SNS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칭하는 용어)가 대세인 가운데, 자아, 개인, 관계, 불안, 결핍, 일상, 청춘, 퇴사, 혼자 살아남기, 요가, 여행, 책, 페미니즘, 젠더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제 메이저와 마이너의 경계는 없다”라고 할까. 1권은 ‘활동 중’에 초점을 맞춰도 충분했다면, 2권은 ‘힙(hip)’하고 ‘핫(hot)’한 작가들을 ‘선별’할 수 있을 정도로 씬(scene)이 커졌다.
인터뷰를 진행한 필자들은 모두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나?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송세영 씨는 출판사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고, 신민주 씨는 독립출판물 『94년산 박민주』 의 저자가 되었고, 안민희 씨는 『레몬』 과 『호랑이 사냥』 의 번역자가 되었고, 오하림 씨는 매거진 에디터가 되었으며, 이헌희 씨는 망원동 독립 서점 ‘스너글북스’를 열었다.
굉장하군!
하핫!
출판 수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미술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학에서 미술 이론과 예술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20여 년이 되어간다. 강의가 주업, 출판이 부업이라고 할까. 대학 커리큘럼이 동시대 예술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해서 2012년부터 ‘북노마드 미술학교’를 만들어 합정-경리단길-서촌에 강의 및 전시 공간을 운영해왔다. 출판 수업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출판을 강의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으니까. 2016년 1인 출판사로 출판 형식을 바꾸며 출판의 거의 모든 과정을 겪는다고 여겨서일까.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출판 경험을 나눌 기회를 주셨다. 출판을 강의한다기보다 누군가의 출판에 대한 관심을 ‘돕는’ 자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선배 편집자의 입장에서 편집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째, 적절함! ‘출판’은 일생을 바쳐도 가닿을 수 없는 세계다.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판에 인생을 걸지 말 것, 회사와 저자에 자신을 바치지 말 것.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헤아리고 - 나는 이것을 ‘편집자의 풍수지리’로 부른다 - 그 속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만 해도 충분하다.
둘째, 타이밍!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해도 반드시 집중할 때가 온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실천할 때 힘이 확 몰려오는지 알아야 한다. ‘버스커 버스커’가 ‘사랑은 타이밍’이라 노래했듯이 일도 타이밍이다. 그건 어떤 장르의 발견일 수도 있고, 어떤 작가와의 만남일 수도 있고, 어떤 책으로의 몰입일 수도 있고, 이직이나 창업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다른 일로의 전직일 수도 있고.
셋째는 운동! 운동을 꼭 하시라.
‘북노마드’에서도 기존 독립출판물을 기성 출판물로 만들고 있다. 어떤 독립출판물에 관심이 많은가?
“모든 데뷔는 아름답다.” 강헌 선생의 『신해철』 의 이 구절을 좋아한다. 북노마드가 첫 책을 쓰는 작가에게 애정을 기울이는 이유다. 독립출판물을 책으로 만드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힘으로 첫 책을 펴낸 이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기성출판과 독립출판 ‘사이’에 놓이는 책이라는 의미로 ‘사이’ 출판으로 부르곤 한다.
최근에 독자로서 즐겁게 읽은 독립출판물 2권을 추천한다면?
음…… 독립출판물을 즐겨 읽지 않는다. 출판인으로서 문화 지형도에 관심을 갖는 것과 독자로서의 취향은 다르다. 나와 엇비슷한 영토를 살아간다는 점에서 국내 작가들의 책도 잘 읽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편집자의 태도는 독서 취향과 관계없이 상업적/비상업적, 정통/새로움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출판물을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 권을 꼽자면 정혜윤 작가의 『퇴사는 여행』. 뉴욕과 서울에서 여러 회사를 거친 작가의 ‘퇴사-여행’ 코드가 지금 일하는 자들에게 현실적 조언과 비현실적 용기를 준다. 인스타그램에서 탁월한 관계망을 선보이는 작가의 ‘브랜딩’도 세련되었다. 올해 여름, 북노마드의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독립출판 2』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 또는 에피소드가 있나?
하나만 고르자니 6명 작가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우니까……. 그들보다 ‘올드’한 내가 볼 때 작가로서의 ‘브랜딩’에 탁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강점은 기본이요, 약점마저도 스토리텔링에 적절하게 연결시키는 모습이 ‘좋았다!’
인터뷰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실제 쓰기도 했고.
음… 좋아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국내 출판 시장에서 인터뷰집은 평전과 더불어 시장성이 작은 장르다. 『안으로 멀리 뛰기』 는 이병률 작가의 산문집을 (진심) 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서 시인을 부지런히 만나 대화집으로 만든 경우다. 차선책이자 1인 출판사의 고육지책이라고 할까. 지금 만들지 않으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때, 저자가 전문 작가가 아닐 때 ‘대화집’ 형식을 고민한다. 2019년 하반기, 독립 카페 ‘펠트’ 송대웅 대표, 디자인 씬에서 주목받는 맛깔손, 석윤이 디자이너 대화집이 나올 예정이다.
오! 엄청 기대된다. 그나저나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작가, 또는 저자가 될 수 있을까?
프로그레시브한 사람!
독립출판은 소심하면서도 동시에 쿨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내는 것 같다. 동의하는가?
이 질문, 강의에 사용해도 될까? 소심-쿨-다정함. 동의하고 싶어졌다.
어떤 독자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까?
상투적인 공식을 싫어하는 사람, 나에게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용보다 ‘태도’와 ‘형식’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 아마추어에게서도 하나의 장점을 찾아내는 사람, 대화의 기준을 어제가 아닌 오늘에 맞추는 사람, 국내든 해외든 여행지에 반드시 작은 서점을 넣는 사람.
앞으로 북노마드 출판사는 어떤 책을 내고 싶은가?
크게 4가지 방향이다. 30%는 ‘응축된’ 글을 쓰는 시인들의 ‘흩어진’ 글(산문). 박연준 시인의 『소란』 같은 책. 30%는 ‘저성장 시대’를 일찍 겪은 ‘일본’의 책. 장르와 관계없이 그때그때 나를 잡아 끄는 일본 작가의 책을 찾고 있다. 30%는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책. 인디, 얼터너티브, 독립, 대안적 삶의 내용을 힙(hip)한 형식으로 만들고 싶다. 마지막 10%는 북노마드의 지속가능한 출판을 돕는 베스트셀러. 『최강희,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 『안으로 멀리 뛰기』 , 『오늘도, 무사』 처럼 SNS에서 적절한 강도와 빈도로 회자되는 책을 한 해에 한 권 이상 만들기. 이건 내 인생의 포트폴리오 구성과도 같다. 가족 30%, 출판 30%, 공부와 강의 30%, 그리고 우주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나를 위한 10%.
책을 각별히 사랑하는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름다운 몸들에서 아름다운 활동으로, 아름다운 활동에서 아름다운 지식으로, 끝으로 아름다운 지식에서 아름다운 것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저 특별한 지식으로 나아감.” 최근 플라톤 전집을 완역한 천병희 선생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플라톤의 메시지를 꼽아 달라”는 부탁에 『향연』 에 나오는 대사를 꼽으셨다. 스무 살, 그분의 책으로 플라톤을 공부한 나에게 주신 선물 같았다. 이 말을 <채널예스>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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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립출판 2김규림, 김진아, 김현경, 백세희, 서귤 공저 외 2명 | 북노마드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고백하고, 기성 출판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콘텐츠로 채워나가는 독립 출판의 변화는 끝이 없다.
프랑소와 엄
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