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편소설 『불량 가족 레시피』 로 제1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손현주 작가님의 따끈따끈한 신작이 특별한서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부터 벌써 기대가 되는 『싸가지 생존기』 를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등단을 조금 늦게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청소년소설을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전직이 학원 원장이었어요. 학원가에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청소년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청소년소설을 쓰게 되었어요. 청소년들을 오래 관찰하게 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경쟁으로 점철된 학생들의 교육적인 상황에 염증을 느끼게 되어 소설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어요. 소설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제가 뒤늦게 소설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힘들다는 등단 과정도 무난히 넘어왔던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에 대한 소재는 제가 잘 아는 분야이기도 했고요.
소설 제목부터 벌써 재미있다는 평이 많은데, 제목을 지금처럼 정하신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캐릭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은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싸가지’의 원래의 뜻은 나쁜 게 아니에요. 싹수라는 의미가 속에 담겨 있거든요. 강원도 방언으로 ‘싹아지’란 뜻인데 와전되어 낮춤말로 쓰이게 된 거죠. 언제나 10대의 아이들은 어른의 눈으로 볼 때 싹수가 없어 보이잖아요. 거칠고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모습,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티브로 작품을 쓰신다고 하시던데 『싸가지 생존기』 를 집필하실 때도 모티브가 된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이 작품은 오래전 양평에 있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그 가족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양평에서도 중미산 아래까지 들어가 본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양평의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도시에서만 살았던 저에게는 기억이 또렷하게 남았어요. 가을걷이가 한창인 밭에 허수아비, 은행나무 축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 유럽식 전원주택 등이 눈을 사로잡았죠. 양평에 모여든 사람들도 아주 다양해요. 별장을 소유한 부자들, 몸이 아픈 사람들, 작은 학교가 좋아 모여든 사람들, 예술가들의 작업실 등 아주 다양하죠.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각각의 아픔을 지니고 전학을 왔지만 결국 낯선 환경에서 뿌리를 내려가는 모습들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전학’이라는 소재가 가져다주는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은 새 학년, 새 학기마다 더욱 공감 가는 화두이지요. 또 두 소녀가 가까워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살아가면서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날 때에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삶의 이유가 있잖아요. 사춘기 아이들이 터전을 옮기는 것은 자의적이지 않아요. 자신이 원치 않아도 부모의 사정에 의해 낯선 곳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해요.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서 두 소녀는 각각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양평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왔고 그 공통점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면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시간들이 됩니다.
작품을 한마디로 말하면 두 소녀의 결핍을 ‘우정’이라는 연결고리로 풀어낸 성장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소녀의 캐릭터를 어떤 의도를 갖고 소설에 표현하려고 했는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령이는 원래 외고에 가고자 하는 아이에요. 그러나 아버지가 ‘베체트씨’ 병에 걸려 본의 아니게 도시를 떠나 중미산 아래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자신의 꿈이 좌절되고 그것이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양평으로 전학을 와서 보니 자신의 짝이 또 이상한 싸가지인 거예요. 학교로 등교할 때도 잭이라는 인형을 어깨에 둘러메고 다니며 가부키 화장을 하고 손톱에는 매니큐어로 칠을 하고 다니는 아이죠. 점심에는 급식 대신 자신만의 레시피로 준비한 음식을 따로 먹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아이죠. 아령이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래도 적응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말을 섞어야 하고 소통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나 그냥 문제아라고만 생각했던 싸가지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비밀이 있었고 비로소 아령이는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나가죠. 저는 이 두 소녀를 통해 눈으로 보이는 것이 진짜가 아닐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누구나 나만 불행할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냥 말을 안 할 뿐이지 자기 한계 상황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작에서도 그렇듯, 가족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식상하지 않게 재밌고 진솔하게 풀어내시는 것 같아요. 『싸가지 생존기』 작품 속 가족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가족은 서로의 단점을 견디어가며 정을 쌓아가는 구성원이죠. 가족 구성원이야말로 굴곡이 심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보면 찌그러져 보이기도 하고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죠. 가족도 어쩌면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게 상처를 덜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이 작품 속에서 가족은 연민의 눈으로 서로를 껴안을 수밖에 없는 성장의 눈을 가진 가족이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주인공 동생이 다니던 학교가 안타깝게도 폐교가 되고 맙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작품과 연관해서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폐교 문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무작정 학교를 통폐합시키는 것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주변 환경과 어울려서 교육의 질과 학부모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을 함께 가져가 공론화한다면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작가의 창작 노트에서 “늘 10대의 성장소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의 사춘기 시절은 어땠나요? 궁금합니다.
저의 사춘기는 지독히도 힘들었습니다. 모성에 대한 결핍으로 늘 마음이 채워지지 못한 허기진 아이였죠. 그 허기가 아직도 마음속에 얼룩처럼 남아 있어요. 그리고 마음이 아픈 게 어떤 건지 너무 일찍 알아버렸어요. 어쩌면 그 점이 작가의 길로 오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몰라요. 사춘기의 방황은 제 인생에 약이 되었던 셈이에요.
앞이 막막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바로 싹수 있는 싸가지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자신이 처한 현실이 힘들다고 자신을 놔버리는 일만큼은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사춘기는 성장의 과정이지 완성이 아니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탐구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자신을 아는 것이 포인트고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집중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대학이 목표가 된다는 것은 너무 단기적인 거고 그것도 과정일 뿐이지요. 결국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경험을 사는 습관을 한다면 내 안에서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게 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할 거라고 믿습니다.
열여섯 두 소녀에게도 버킷리스트가 있듯이, 작가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저의 버킷리스트는 먼저 마라톤에 도전하는 겁니다. 제 안에 뛰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도전해 볼까 합니다. 두 번째로는 장르 소설에 도전해보는 겁니다. 판타지 형식을 가미한 시공간을 초월한 스토리도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고,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여쭤보고 싶어요.
창작의 확장성입니다. 청소년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글쓰기의 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어떤 형식이든지 재미와 감동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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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생존기손현주 저 | 특별한서재
앞이 막막하고 두려운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청소년들이 바로 싹수 있는 싸가지들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