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의 라이프스타일 쇼룸 ‘시몬스 테라스’에서는 침대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수면습관을 체크해 매트리스를 추천해 주고, 침대의 역사와 제조 과정도 알려준다. 해방촌에 있는 ‘론드리프로젝트’는 일견 카페처럼 보이지만, 안쪽에 십여 대의 세탁기가 있는 세탁소다. 빨래를 돌리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이웃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한 공간에서 한 가지만 기대하지 않는다. 특히 소비를 주도하는 Z세대는 의외의 조합,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 싶어 한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 공간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무조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체험을 제공하면 되는 것일까? 디지털 시대 경험 마케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공간은 경험이다』 를 쓴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이승윤 교수를 만났다.
지금까지 온라인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내셨는데, 이번 책을 쓰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눌 뿐 아니라 적대관계라고 생각하죠. ‘모두가 온라인에서 쇼핑을 할 테니까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망할 거다’라는 식이에요. 저는 온라인 소비자 연구를 오래 해 왔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바라는 건 결국 같은 겁니다. 경험이에요. 온라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편리한 쇼핑이라는 ‘경험’에 열광했죠. 집에서 편하게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경험이요. 지금은 어떤가요? 싼 가격, 편리한 쇼핑을 넘어서기 위한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그곳에서의 새로운 경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죠. 한 마디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목표가 똑같아요.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주는 것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이 경험을 중시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요즘 키워드가 소확행, 주52시간 근무잖아요. 자기 시간을 중시하고, 그 시간에 뭘 할지를 계속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나 지난 주말에 뭐 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 SNS에 인증샷을 올릴 수 있는 장소를 계속 찾아다니는 것도 이것 때문이죠.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지금은 종류도 브랜드도 기업도 많아졌고 품질도 굉장히 상향평준화 됐어요. 물론 품질과 가격도 물건을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지만, 현재의 소비자에게는 그걸 넘어 ‘이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내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건 기능만 강조한다고 충족시킬 수 있는 욕구가 아니거든요. 오감을 자극하거나 공간에 모여서 어떤 체험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게 하면서 ‘이 브랜드, 이 제품으로 내 삶이 이렇게 바뀌었어.’ 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경험을 줘야 합니다. 경험으로 브랜드 애착을 형성하는 거죠.
가죽제품 브랜드 ‘페넥’이 성수동 사옥 1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컬러스튜디오.’ 한 번에 동일한 색상의 제품만 전시?판매하며 3개월에 한 번씩 색을 바꾼다. 안쪽에서는 지갑, 파우치, 가방 등 페넥의 제품을 볼 수 있다.
기성세대와 Z세대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성세대의 공간, 그러니까 예전의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파는 곳이었어요. 최대한 많은 물건을 진열해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많이 파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Z세대는 물건을 사러 매장에 찾아갈 필요가 없죠. 모두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고,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른 후에 온라인으로 더 싸게 사기도 하니까요. 그들이 굳이 공간을 찾는 이유는 재미와 즐거움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옷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러블리 마켓에 찾아가고, 물건을 팔지 않는 젠틀몬스터의 컨셉스토어를 구경해요. 말하자면 Z세대에게 공간은 물건 파는 곳이 아니라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Z세대는 “그래서 뭘 해줄 수 있는데?”라고 직접 묻고, 자기 마음에 드는 답을 해주는 공간, 브랜드를 찾아갑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의 변화를 주도해나갈, Gen Z라고 불리우는 20대 전후의 소비자들은 이분법적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을 나누지 않습니다. 그들은 결국 그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채널들로 옮겨갈 뿐입니다. 앞으로는 저처럼 디지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긴밀하게 이어주는 경험 설계자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온오프라인이 서로를 잘 보완해주고 있는 브랜드 사례는 뭐가 있나요?
강남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보셨나요? 트레드밀, 나이키 아이템으로 코디하기, 신발 커스텀 등 고객참여를 유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많더라고요. 어플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고요.
나이키는 스마트폰 등장 초기부터 어플을 이용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결에 굉장히 공을 들인 브랜드입니다. 2018년 LA에 오픈한 ‘나이키 라이브 스토어’가 그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나이키 플러스 앱 회원이라면 앱에서 구매한 물건을 이곳의 개인 스마트 라커에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시착도 어플에서 예약하면 ‘픽업 박스’ 라커에 직원이 알아서 넣어두고요. 제품 선정에도 온라인 데이터가 사용돼요. 스토어 인근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을 만한 제품을 골라 진열하거든요. 판매율을 체크하면서 큐레이션이 제대로 됐는지 꼼꼼히 체크도 하고요. 그래서 매출도 비슷한 크기의 다른 매장에 비해 훨씬 많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 없이 물건을 골라 담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 아마존 고, 매장에서 안경을 써보면 눈 사이 거리 등 데이터를 저장해서 온라인에서도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한 와비파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최근 가본 공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브랜드 경험에 관심 있으시다면 ‘렉서스 히비야’에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도쿄 지요다구 복합쇼핑몰 ‘미드타운 히비야’에 있는 렉서스 매장인데요, 렉서스는 자동차 브랜드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자동차를 팔지 않습니다. 그렇게 땅값이 비싸다는 도쿄 긴자 인근에 있는데도요.
렉서스 히비야는 ‘스핀들(the Spindle)’, ‘스티어 앤 링(Steer and Ring)’, ‘터치 앤 드라이브(Touch and Drive)’로 나뉩니다. 스핀들에서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팔고, 스티어 앤 링에는 렉서스와 어울리는 향수, 시계, 구두, 생활잡화가 진열돼 있어요. 렉서스를 타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렉서스가 사람이라면 이런 것을 사용할 것이다’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익숙해지게 하고 ‘렉서스를 타 보면 좋을 거야’ 설득도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터치 앤 드라이브에서는 3D 드라이빙 체험도 해볼 수 있고, 시운전 신청도 가능합니다.
렉서스 히비야의 목표는 ‘제품을 보여주겠다’보다는 ‘우리 제품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게 하자’ 입니다. 판매가 아닌 경험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공간 구성도 다채로워서, 잘 만들어진 ‘카멜레존’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도 둘러보면 좋겠습니다.
렉서스 히비야 ‘스티어 앤 링’에 진열되어 있는 향수, 디퓨저 등의 제품들. 렉서스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이라면 나에게도 어울리겠다’고 느끼도록 유도하여 렉서스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게 한다.
이 책은 특히 어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소비자를 자극해야 하는지,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마케터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매장 안에 카페를 만든다거나 놀거리를 마련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자동으로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거든요. 이 책에서 그런 자극과 경험을 우리 브랜드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또 디지털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 중인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나이키, 와비파커, 조조타운 등 어플을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까지 크게 올린 사례가 많거든요.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매장 한 가지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니까요. 물론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사업가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지금은 물질의 시대가 아니라 경험의 시대입니다. 물건을 팔려고 하기보다는 제품과 함께 어떤 경험이 가능한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온라인에서의 경험인지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인지는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스마트폰을 쓰는 소비자들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거든요. 앞으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이런 변화와 진화를 자세히 관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뭘 불편하게 여기는지 캐치해서 온라인을 이용해 보완하고, 온라인에서 아쉬워하는 점은 오프라인에서 메워 주는 거죠.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는 똑같으니까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채널이 변경돼도 경험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해서, 우리 제품과 브랜드에 애착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 오프라인 공간의 목표는 결국 경험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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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경험이다이승윤 저 | 북스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싶은 기업, 전에 없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실무자, 매력적인 공간을 통해 자기만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사업가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