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공연 사진
학교에서는 성적과 부모의 직업으로 반을 나눈다. A, B반으로 나뉜 아이들은 숨만 쉬어도 차별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끊임없이 습득한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조건은 물론이고, 살아가면서 주어지는 조건마저 다르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게 되어 버린 아이들 넷이 모였다. 연극 <비클래스> 는 한 시기에 B반에 배치되었던 학생 중 한 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하나씩 자신과 함께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그때의 이야기
연극 <비클래스> 는 2017년 초연해 2018년 재연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8일 세 번째 개막했다. 네 남학생의 성장드라마였던 초연, 재연과 달리 세 번째 극부터는 여학생만으로 이루어진 B반도 만날 수 있다. 성별이 바뀌었지만, 배역 명과 디테일한 몇 가지 요소를 제외하고는 같은 줄거리로 진행된다.
윤태진ㆍ김택상, 이윤희ㆍ이수현, 카에데ㆍ치아키, 김율ㆍ이환 역의 네 학생은 사립 봉선 예술학원의 B반이다. 최정우ㆍ서정인 역의 배우가 네 사람의 담당 교사다. 연극은 윤태진ㆍ김택상 역 배우의 회상으로 졸업 무대를 준비하던 때로 돌아간다.
네 학생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B반에 배정되었다. 누구보다 열심이지만,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추구했던 작곡 전공의 윤태진ㆍ김택상, 불평등한 학원의 구조에 맞서기보다 포기하고 반항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했던 보컬 전공의 이윤희ㆍ이수현, 이방인으로의 차별을 웃음으로 승화했던 현대무용 전공 카에데ㆍ치아키, 잘난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견뎠던 시간이 손 떨림 증상으로 나타났던 피아노 전공 김율ㆍ이환까지. 무대 위에서 보이는 네 학생의 확연히 다른 성격은, 다른 선택들로 이어진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B반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에서 도망치는 선택을 했지만, 이번만큼은 부딪히는 선택을 하게 된 사람도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것에 웃으며 맞서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B반을 떠나고 싶어서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도 있다.
지난 시즌 공연 사진
그때를 돌아보며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회는 당연히 불공평하게 주어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보다는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기 때문에 앞에 선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밟고 가야 할 경쟁자다. 그들에게 봉선 예술학원은 그런 곳이었다. 네 사람의 졸업 무대는 무사히 끝나지만,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끝까지 학원은 변하지 않았고, 그들이 떠난 B반은 다른 학생들이 채우고 있을 것이다. 끔찍하고, 불공평하고, 도망치고 싶었던 시간은 마치 끝나지 않을 것처럼 눈앞을 캄캄하게 한다. 캄캄한 곳에서는 다른 삶을 상상할 수도, 계속될 거로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졸업 공연을 무사히 마친 네 사람은 “학원을 벗어난 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교사의 충고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연극 마지막에는 윤태진, 김택상과 그의 편지를 받은 교사의 현재만 알 수 있다. 윤태진, 김택상 역의 배우가 그때를 회상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설정은 현재에는 등장하지 않는 나머지 인물들도 잘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아프게 한 시절을 보낸 모두가 어디에선가 꿋꿋하게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연극 <비클래스> 는 6월 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