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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복서간>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남자, 배우 주민진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는 주민진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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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을 부대끼면서 움직이다 보니 ‘맞아, 이거였어!’ 싶더라고요.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2019.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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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 :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이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작인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 은 편지 형식으로 3편의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서스펜스 소설인데요. 이번에 무대에 오를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중학교 동창에서 연인이 된 준이치와 마리코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15년 전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내용으로, 간결한 문체 속에 돋보이는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복선을 긴장감 넘치면서도 따뜻한 무대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15년 된 연인 준이치와 마리코 역에는 각각 에녹, 주민진 씨와 신의정, 진소연 씨가 캐스팅됐습니다. 창작 초연인 만큼 배우들도 각자의 인물은 물론이고 장면 하나하나,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해가느라 분주할 텐데요. 대학로에 위치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주민진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원작 소설은 아예 작품 끝나고 읽으려고요. 제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때문에 방해가 될 수도 있어서 일단 대본으로 충실하게 준비하고, 책은 공연이 끝나면 즐기면서 읽으려고 남겨뒀습니다.

 

소설이 원작인 공연은 배우들이 책을 읽어보는 경우가 많은 데다 독서가 주민진 씨의 취미이기도 해서  <왕복서간> 을 읽었는지 물었더니 색다른 답변이 돌아오는군요. 시놉시스만 읽으면 편지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방식에서 <러브레터>도 떠오르는데요.


비슷할 수도 있어요. 서늘함 속에 사랑이 숨어 있고. 스릴과 로맨틱 정서가 공존하는데,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벌어진 사건이 한 편의 스릴러가 되지 않았나. 일반적인 스릴러라면 현장감 있고 배우들이 뛰어들어 사건 구성을 할 텐데, 저희 작품은 모든 것이 편지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파헤치는 형식이 다를 것 같아요. 작가님도 반전 자체보다는 반전을 향해 나아가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 그 변해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하셔서 그 과정이 즐길 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준이치와 마리코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따로 있어서 현재와 과거가 어떻게 섞여 가는지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창작 초연인 데다 ‘편지’를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겠네요.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죠. 무대 형식도 원래 연출님이 생각한 게 있었는데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계속 고쳐 나가고 있고, 어떻게 해야 원작을 잘 드러내면서도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편지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선에 의해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 무대적으로 표현될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제가 쓴 편지를 읽지만, 점차 제 움직임이 편지처럼 구현될 테고, 사건이 크게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무대 전체가 하나의 편지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이치는 어떤 인물인가요? 파스텔 톤의 포스터만 봐서는 마냥 따뜻한 느낌인데요.


촬영할 때 두 가지 면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일차적으로는 따뜻해 보이는 청년, 반듯한 수학 선생님이지만, 그 눈에 비밀을 지키고 있는 서늘함을 담으려고 했거든요. 그냥 보면 예쁜 연인 같지만, 공연을 보고 나면 그들의 눈에 뭔가 다른 게 있나 생각이 들 수 있게요.

 

한 인물을 더블 캐스팅할 경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있는 배우를 찾게 되는데, 에녹 씨와 주민진 씨는 어떨까요? 최근 함께 참여했던 <베니싱>에서는 다른 인물이었잖아요.


이번 캐스팅은 제 생각에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편지 읽기에 좋은 목소리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작품에서 편지가 중요하고 편지를 읽어나가면서 공연이 시작되는데, 그때 관객들을 사로잡으려면 목소리가 중요하지 않을까. 편지 몇 마디에 많은 정서를 담아내야 하니까요. 실제로 연습 때 에녹 형님이 편지 형식의 대사를 읽을 때마다 목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제가 남자인데도 설레더라고요. 저는 공연마다 목소리를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기본적인 톤 자체가 편지를 읽기에 나쁘지는 않지 않나. 스스로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웃음)?

 

뭐 어때요(웃음). 그런데 두 분이 음색 자체는 많이 다른데요.


맞아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스타일은 많이 달라요. 무대라는 공간에서 연기하기 위해서는 배우가 갖춰야할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은 배우예술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카메라나 편집에 의해 배우의 연기가 달라 보일 수 있지만, 무대는 배우 스스로 그런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지점에서 에녹 형님은 탁월한 선택을 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와는 스타일이 다른 면도 있고, 무대 구현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잘 어우러져서 더 좋은 작품이 됐으면 해요. 아마 완성된 공연을 보시면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준이치가 될 것 같습니다.

 

오래된 연인 마리코 역의 두 배우는 어떤가요?


진소연 배우님은 <컨설턴트>라는 연극에서 상대역이었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도 충분히 나눈 상태고, 작품을 분석하는 방향에서도 크게 부딪히는 게 없어서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신의정 배우님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됐어요. 친한 오빠, 동생 사이라서 연습 때는 일차적으로 동료로서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고요. 무대 위에서는 또 다른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극을 꾸준히 하시네요.


연극과 뮤지컬을 굳이 나누지 않거든요. 모두 그냥 작품으로 생각하고, 연락주시는 순서대로 참여합니다(웃음). 어쨌든 시간을 내서 저한테 연락하시는 거고, 저는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요. 물론 준비하는 과정은 좀 다르죠. 아무래도 뮤지컬은 노래를 해야 하니까 어떤 음악이 담겨 있는지 살펴보고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계속 들어요. 성대도 근육이라서 리듬을 타는 부분이나 소리 내는 법을 따라가더라고요. 반면 연극은 사조가 있다 보니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말투를 썼을까 찾아보게 되고요.

 

연락 오는 순서대로라고 하셨지만, 그 안에서도 끌리는 작품을 선택하시겠죠?


전작과 차이는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의 성격이나 캐릭터, 시대적인 면 등에서요.

 

 

많은 차이를 얘기하셨지만 주민진 씨가 맡는 인물의 나이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왕복서간>의 준이치 역시 29살인데요.
주민진 씨의 의견은 어떤지 영상을 직접 확인해 보시죠!

 

 

 

 

최근 개막한 <달과 6펜스>도 그렇고 유독 창작 초연에 많이 참여하시잖아요. 힘드시죠(웃음)? 


상당히 어렵죠. 그런데 친구들 만나면 제가 ‘반반론자’라고 말해요. 모든 것에는 정확히 반반씩 존재하는 것 같거든요. 작품도 너무 힘들면 그만큼 재밌고, 덜 힘들면 얻을 수 있는 재미도 덜하더라고요. 대학로에 새로운 작품이 많기도 하고, ‘민진이가 잘 만들어’라는 생각이 있는지 창작 초연에 연락을 많이 주시는데, 일단 많이 감사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각하는 것에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긴 해요. ‘왜 여기까지밖에 생각 못하지?’ 그래서 공연을 좀 줄이더라도 내년부터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바쁜데 최근 유튜브 활동도 하신다면서요?


6~7년쯤 준비해서 내년쯤에는 무대화할 수 있는 대본이 있는데, 제가 작업하는 대본이나 음악을 한 곳에 모아둘 장소가 필요했어요. 유튜브처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이면 좋겠다 싶었죠. 시작한 지 두 달 조금 넘었는데 의외로 구독자가 빨리 늘어서 놀라고 있어요. 배우로서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해요. 저는 팬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퇴근길’을 거의 하지 않는데, 이런저런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우연히 영상을 보고 공연에 관심을 갖는 분도 생기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고 재밌게 사시네요(웃음).


새로운 걸 찾는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게 많았고, 하나둘씩 발현할 수 있는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은 언젠가 죽기 때문에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잘 살고 있나? 그렇다면 잘 사는 건 뭐지?’ 생각하다 보면 어쨌든 ‘오늘 재밌으면 좋겠다’ 싶거든요. 저도 놓치는 게 많겠지만 노력하는 거죠.

 

봄은 새로운 다짐을 하기 좋은 시기인데, 올해는 어떤 목표와 희망을 갖고 있나요?


배우로서는 저도 모르게 변해가는 게 있더라고요. 그게 좀 무섭고 싫어요. 일을 대하는 태도나 연습실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거든요. 다행히 최근에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했는데, 그 작품에는 신인 친구들이 많거든요. 같이 살을 부대끼면서 움직이다 보니 ‘맞아, 이거였어!’ 싶더라고요.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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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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