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콘텐츠의 함정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효과’에 주목해야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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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비즈니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책  『콘텐츠의 미래』, 처음으로 글과 그림을 배운 할머니들의 이야기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 양치기가 된 문 학인의 일기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를 준비했습니다.

 


톨콩의 선택 -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저/김인수 역 | 리더스북

 

저는 브랜드 관련 일을 하다 보니까 경제ㆍ경영 분야 책을 꽤 읽어 왔는데, 이 책을 읽고 ‘또 한 획을 긋는 책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저자 바라트 아난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전략 담당 교수인데요. 책 앞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전략 담당 교수의 20년 기업 연구 집대성’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 ‘넷플릭스, 아마존, 텐센트, 애플…. 전 세계를 지배한 승자들의 전략은 무엇이 달랐나’, ‘결국 모든 것은 연결에 달려 있다’고 쓰여 있는데요. 이 책의 원제는 『The Content Trap』, 콘텐츠의 함정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많은 기업들이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좋기만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우리는 훌륭한 것을 만드는 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콘텐츠의 함정이라는 거예요.


책에서 계속 ‘네트워크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카카오톡의 경우에 누구나 쓰고 있는 것처럼 광범위하게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더 늘어나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대학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면서 어느 곡이 좋은지, 어느 곡을 다운로드 받고 싶은지 조사를 해봤더니 다른 사람들이 많이 다운로드한 곡을 더 다운받는 거예요.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오늘날 사용자는 거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 교류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디지털 기술의 핵심이다”, “콘텐츠의 질이 아니다. 네트워크다”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저희도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만들면서 양질의 내용으로 채우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 동시에 홍보도 열심히 하고, 다른 분들이 듣고 입소문을 내주시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네트워크 효과’와 관련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죠. 게다가 <오은의 옹기종기>, <어떤, 책임>과 <김하나의 측면돌파>, <삼천포책방>이 서로 다른 부분을 채워주면서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콘텐츠의 미래』에도 보면, 서로 다른 것들이 서로 보완재가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패밀리 레스토랑 옆에 지은 아이들 놀이방, 프린터와 잉크, 멀티플렉스와 팝콘도 서로 보완재 관계가 돼요.


앞으로의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것과는 굉장히 다른 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넷플릭스 같은 커다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작은 콘텐츠든 제품이든 자신이 만든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을 정독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지금의 비즈니스 세상이 무엇을 기반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별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고 계신 분들께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냥의 선택 -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권정자 외 19명 저 | 남해의봄날

 

글을 모른 채 살아오시던 순천의 할머니 스무 분께서 글을 배우시고, 그와 함께 그림을 배우시면서 남기신 기록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분들은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에서 한글을,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을 배우셨는데요. 자신들의 작품을 모아서 소장본 책을 소량 만드시고, 순천그림책도서관에서 작게 전시회도 하신 바 있어요. 이런 이야기와 작품들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에서도 할머님들을 모셔서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그러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됐습니다. 순천시에서도 지원을 해주면서 <그려보니 솔찬히 좋구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전시를 하게 됐고요. 점차 언론의 주목을 받고 더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이렇게 단행본의 출간까지 이뤄졌습니다.


책 속에 스무 분의 할머니가 직접 그리신 자화상이 실려 있는데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나신지 몰라요. 작가처럼 잘 그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이들 그림책에 삽화로 실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그림도 있어요. 그리고 할머님들이 쓰신 나의 고향, 가족, 꿈, 삶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글이 실려 있습니다. 한글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 세월에 대한 이야기, 글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과 삶을 표현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고요.


이 분들이 글을 모르고 살아오시면서 겪으신 크고 작은 불편함은,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글을 몰라서 버스를 타기 힘들고,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없고, 자녀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없고... 제가 짐작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뜨끔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요. 또 할머니들의 삶을 통해서 지난 시대의 여성들이 살아야했던 굴곡진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사랑한다고 했다가 죽이겠다고 했다가』
악셀 린덴 저/김정아 | 심플라이프

 

악셀 린덴 저자는 스웨덴 사람이고요. 원래는 문학 강사였는데 양 목장을 상속받았어요. 그래서 변호사였던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목장으로 가서 양치기 생활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2010년부터 목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양 목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 특유의 목가적인 생활을 꿈꾸면서 시골로 내려갔는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까 생각만큼 안 되고, 그러면서 좌절하거나 수용하는 감각이 드러나 있습니다.


저자가 무뚝뚝한 스타일이고 문체가 굉장히 건조해요. 하루에 다섯 마디도 말하지 않을 것 같은 농장인의 일기인데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북유럽 어딘가에 있는 농장에 나를 데려다 놓은 기분이고, 내가 양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요. 계속해서 돌아가는 농장의 루틴이라는 게 뻔한 부분이 있는데, 그걸 따라가다 보니까 뻔함 속의 작은 일들이 보이면서, 양과 목장주에게 이입을 하게 돼요.


사실 목장이라는 게, 애정을 갖고 계속 양을 기르다가 결국에는 그 양을 도축시키거나 팔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보면 ‘침대에 누워있는데 양들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있나 나가보겠다’ 하고 걱정을 하다가 ‘어제 카탈로그에서 괜찮은 칼을 봤다, 오늘 주문하겠다’ 하고 그 칼로 양들을 죽이기도 해요. 그런 서늘함, 그 사이에서도 느껴지는 인간미, 양들의 귀여움과 멍청함, 이런 것들이 그려지면서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이질적인 광경이기도 하고요. 양을 키우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빠지는 딜레마가 있잖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키워서 잡아 죽임으로써 내가 살아나갈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건조하게 그려지는데요. 근원적인 아름다움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담겨 있어요.


제가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읽어드릴게요.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의 일기예요.


“11월 24일. 양 체크 완료. 이상 없음.
11월 25일. 사일리지(목초에 젖산을 넣어 발효시킨 양들의 먹이) 펼침. 축축.
11월 26일. 체크. 이상 없음.
11월 27일. 264번이 다리를 저는 듯.
11월 28일. 안 저는 듯.
11월 29일. 저는 듯.”


저는 이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웃음).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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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