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출신의 런던 밴드. 다국적 밴드 슈퍼올가니즘은 인터넷 시대의, 인터넷 세대에 의한, 인터넷 세대를 위한 팀으로 2018년 한 해 내내 화제를 모았다. 키치한 인터넷 미학과 자유로운 메시지, 발랄한 음악 색채를 자랑하는 이들은 일상이 된 글로벌과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온라인의 힘을 나른하고도 힘차게 노래한다.
1월 27일 예스 24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진 밴드를 만나 그들의 '초개체' 사상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기타리스트 해리(Harry)와 코러스 루비(Ruby), 비(B), 소울(Soul)이 참여했다. 한국인 멤버 소울이 '반갑습니다'라며 우리를 맞아줬다.
[Live] 두 번째로 만난 슈퍼올가니즘, 짧았던 한국과의 조우
첫 한국 방문이다. 한국에서 공연하게 된 소감을 부탁한다.
루비 : 한국의 팬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해리 : 항상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정말 오게 될 줄 몰랐다.
비 :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우리 팀이다 보니 이런 홈커밍 쇼(Homecoming Show)가 더 특별하다. 한국은 소울의 나라 아닌가.
소울 :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많은 팬 분들이 마중을 나와주셨다. 한국 팬들은 최고다!
비 : 인형, 케이크, 심지어는 양말까지 많은 선물을 준비해오셨다. 한국의 첫 인상이었다.
2018년 BBC 'Sound of the Year'에 선정된 이후 정규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 방송 출연까지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본다면.
해리 : 빨랐다(Fast). 엄청 빨랐다(웃음). 2년 전 ?Something for your M.I.N.D? 발표 후 각 다른 나라에 살던 멤버들이 한데 모였고, 그 후부턴 눈덩이가 굴러가듯 모든 게 엄청 빨리 진행됐다. 정규 앨범을 냈고 투어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매 공연에서 관객들의 모습을 담을 때마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국, 멕시코, 싱가폴, 유럽.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비 : 아직도 크레이지(Crazy)하다.
루비 : 쿨하고 놀라운 '블랙홀'같다.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모든 걸 삼켜버리는.
해리 :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선이 황홀한 별들의 바다를 달려 나가는 장면처럼 말이다!
소울 : 가끔 멤버들과 이 모든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항상 웃고, 떠들고, 함께하며 즐겁게 생각하고 있다.
▶슈퍼올가니즘의 해리(Harry)
슈퍼올가니즘은 다국적의 멤버들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독특한 구성인데, 팀의 결성과 멤버들의 합류 과정을 말해달라.
해리 : 나는 잉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았고, 루비와 비, 소울도 뉴질랜드에서 자랐다. 우리가 모인 곳은 런던이다. 런던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도시 아닌가. 다국적 멤버들이 모였다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여기에 인터넷이 큰 역할을 했다. 슈퍼올가니즘을 하기 전에도 어릴 때 소울의 옛 밴드와 함께 공연했던 기억이 난다. 밴드캠프(Bandcamp) 사이트로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다.
소울 : 인터넷은 재능과 개성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 음반 레이블, 힘 있는 여러 사람들의 여러 제한이 있었다면 지금은 특별한 장면과 음악은 밈(Meme)이 되고 즉각 유행이 된다. 해리의 음악, 오로노의 음악 모두 온라인으로 미리 듣고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 즐거웠다.
루비 : 첫 녹음 때 오로노는 미국 메인주에 있었고 소울은 호주에서 살았다. 첫 곡을 작업할 때도 온라인을 통해 작업을 진행했다. 저녁은 호주에서, 아침은 런던에서 먹는 것처럼 국제적이었다.
(팀의 배경처럼) 규칙과 공식 대신 자유롭고 무국적의 사운드가 특징이다. 장르에 있어서도 힙합, 일렉트로닉, 록 등 크게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음악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해리 : 다시 한번, 인터넷이다(웃음). 베이스라인, 신시사이저, 기타 리프, 보컬 파트를 인터넷으로 합쳐 공유하고 합쳐나간다. 노이즈, 시끄러운 소리들, 백보컬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형식이고 따로 규칙은 없다.
비 : 런던에서 합주할 때도 그렇게 모인 파일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해리 : 나는 팀의 기타리스트지만 항상 기타만 치는 건 아니다. 내가 드럼 아이디어를 낼 때도 있고 멤버들이 기타 멜로디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 팀엔 좋은 기타리스트들이 많다. 각자의 아이디어와 개인의 방식을 한 데 모아서 일정한 흐름(Vibe)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소울 : 서로의 사운드 샘플 파일을 공유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가사, 사운드 등등 모든 분야에서 멤버들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눈다.
해리 :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 열정이 바탕이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슈퍼올가니즘의 루비(Ruby)
사운드는 발랄한 편이나 'Nobody cares'나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The prawn song' 등 의 메시지는 발랄하지 않다. 오히려 시니컬한 편인데.
해리 : 재밌는 질문이다. 사실 두 노래 모두 시니컬한 내용은 아니다. 'Nobody cares'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아무도 널 신경 쓰지 않아!'였고, 'Everybody wants to be famous' 역시 '셀카 찍고 SNS 올리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를 말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다.
소울 : 사람들이 이 노래를 시니컬하게 받아들인다면 시니컬한 것이고, 즐겁게 받아들이면 즐거운 것이다.
루비 : 오로노가 무대 위에서 무뚝뚝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모두 굉장히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다 잘 될 거다'가 항상 핵심이다.
해리 : 우리 음악이 흑과 백으로 나눠지는 걸 경계한다. 'The prawn song'이 언뜻 인간성을 공격하는 심각한 노래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좋다. 정답과 오답을 나누기보단 각자의 시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NPR Desk Live나 'Congratulaions Cover' 영상처럼 독특한 소리 (탄산음료 소리 / 물소리 / 사과 먹는 소리) 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사운드 샘플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비 : 집, 거리 등 다양한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흥미로운 소리에 귀를 열고, 찾아서 활용하려 한다.
해리 : 팔레트에 다양한 색의 물감을 짜는 과정과 같다. 섞어서 다양한 색을 만들 수도 있고 단색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런던은 정말 시끄러운 도시고, 흥미로운 소리를 찾아서 음악에 활용하는 작업은 언제나 즐겁다.
루비 : 한국, 호주, 미국 등 각 도시마다 특별한 소리가 있고 그걸 어떻게 우리의 스타일로 재구성할지 많은 이야길 나눈다. 장난감 소리, 자전거 소리 등등 넓은 콜렉션을 만들려 노력한다.
해리 : 비주얼 작업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곳에서부터 가져온 개별 것들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엮어내는 과정이다.
비 : 개별성(Individual)이 정말 중요하다.
루비 : 'Congratulaions'에서 소울의 플루트 연주가 멋졌다.
해리 : 소울이 인터넷 밈(Meme)이 된 다루드(Darude)의 'Sandstorm'을 연주하는 걸 들어봐야 한다(웃음)
▶슈퍼올가니즘의 비(B)
이즘 이택용 에디터는 슈퍼올가니즘의 음악을 '깜찍한 핑크 플로이드, 발랄한 애니멀 콜렉티브, 친근한 플레이밍 립스'라 설명했다.
멤버 전원 : 세상에! 엄청난 칭찬이다. 너무 감사하다(감탄)
해리 : 소울은 핑크 플로이드를 제일 좋아한다.
소울 : < The Dark Side Of The Moon >은 내 인생의 앨범이다.
루비 : 처음 런던에 봤을 때 갔던 공연이 플레이밍 립스 공연이었다.
해리 : 플레이밍 립스 공연 본 적 있나? 정말 대단한 무대다.
소울 : 엄청난 아이디어들이 넘친다. 소리와 비주얼이 한 데 합쳐져서 황홀한 장면을 만든다.
해리 : 세 밴드들로부터 많은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
비 : 정말 마음에 드는 칭찬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야겠다 (웃음)
우타다 히카루의 'Coriander song', 혁오의 '강강술래'를 커버했고, 일본에서는 밴드 챠이(CHAI)와 함께 투어 하기도 했다. 협업하고 싶은 밴드나 아티스트가 있나.
해리 : 모든 작업이 즐거웠다. 우리는 일본어 중국어를 못하고, 그 아티스트들은 영어를 못하지만 음악만으로 소통하는 과정 자체로 신났다. 신디사이저, 키보드로 잼을 하면서 말하지 않아도 '오 좋은데?'하며 통하는 경험이 특별했다. 앞으로도 어떤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할지 흥미롭다.
소울 : 기회가 되면 항상 협업하고 싶다. BTS 같은 케이팝 밴드, 캬리 파뮤파뮤 같은 일본 밴드도 마찬가지다.
비 : 슈퍼올가니즘이 지향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세계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의견을 나누고 노래를 커버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슈퍼올가니즘이 지향하는 방향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루비 : '쩌는 뭔가'를 만드는 거다(Making Cool Shit). 이 멋진 지구촌을 슈퍼올가니즘이란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며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고 계속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
소울 : 팝스타나 아티스트로 다가가는 것도 좋지만 팬들에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당당히 표현하고 멋지게 이상화하라.
해리 : 우리도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고, 다양한 피드백과 의견, 창작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서로를 서포트하는 것이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비 : 소울의 이모, 삼촌에게도 감사하다 (웃음)
▶슈퍼올가니즘의 소울(Soul)
인터뷰 : 김도헌, 황선업
사진 : 김만두
통역 : 소니 뮤직 코리아
일정 협조 : PRM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캔디
2019.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