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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집] 독자 50인이 말하는 ‘2018 올해의 책’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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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은(음악인)
『섬』(박미경 지음 / 이한구 사진 ㅣ 봄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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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픈 도시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책이다. 혹시 당신이 사람의 환대가 그리운 상황이라면 분명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기록되지 않는 섬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산에 산 사람 산을 닮고 바다에 산 사람 바다를 닮는다더니'(146쪽) 섬을 닮은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거룩하고 귀하다. 이렇게 발견되어 귀한 경험을 하게 하는 책은 보통 친구의 책장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읽곤 한다. 혹은 서점 주인장과 나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추천을 받아 읽기도 하는데, 예외적으로 시집은 혼자서 찾아 잘 본다.
김소연(시인)
『혼자서 본 영화』(정희진 지음 ㅣ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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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산문이자 영화를 통과하는 산문이다. 정희진이라는 사람이 1인칭으로 영화들을 통과한다. 유심히 보아야 하는 것들을, 더 유심히 생각해야 하는 것들을 힘주어 적어놓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주 화가 났다. 정희진이 분노하는 것에 대해 함께 분노하느라. 그리고 자주 울먹였다. 정희진이 자기 상처를 깊숙하게 간파하는 모습에서 나의 상처와 조우하느라. 그리고 가끔은 아주 큰 소리로 웃었다. 솔직하고 담대해서. 그러면서도 너무도 정확하고 예리해서. 다 읽고 나자, 사랑에 대하여 배웠다.
김진애(도시건축가)
『통제불능』(케빈 켈리 지음 / 이인식 해제 / 이충호, 임지원 옮김 ㅣ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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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전 한 후배가 들고 왔던 책을 잠깐 읽다가 완전 반해서 아예 빼앗아버렸던 책이다. 나 혼자만 보물을 숨겼던 기분이었는데, 번역본이 나와서 너무 신났다. 이 책의 경우처럼, 깊이 읽은 사람들에게 직접 추천받는 책이 최고다. 불후의 SF 영화 <매트릭스>에 영감을 줘서 유명해졌다는 책의 원제를 내 나름대로 번역한다면, '통제하지 않는 신의 법칙'이다. 부제는 더 근사하다. '기계와 사회시스템과 경제생태계의 신 생물학'. 읽다 보면 본질적인 의문들, 호기심들이 저절로 풀린다. 뇌과학, 생물학, 신경학, 경제학, 공간학, 심리학 등을 넘나들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만약 당신이 이 시대를 디자인하고 싶다면 케빈 켈리가 제시하는 '신의 아홉 가지 법칙'에 귀를 기울여보라!
김신회(작가)
『차별 감정의 철학』(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 김희은 옮김 ㅣ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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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혐오 감정으로부터 발생된 사회적 갈등에 대한 기사를 유난히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도 만연해 있는 다양한 차별 감정을 실감하면서 산다. 하지만 이에 관련해 마땅히 읽을 만한 책이 없어 아쉬웠는데 신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부랴부랴 구해 읽은 책이다. 우리가 무심코 품고 있는 차별 및 혐오 감정에 대한 원인과 해석이 쉬운 문장으로 쓰여 있어서 읽는 동안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의 생각과 생활을 돌아보며 뜨끔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단 흥미롭게 책장이 넘어가는 유용한 책이다.
은유(작가)
『체공녀 강주룡』(박서련 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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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최고의 복락은 좋은 벗과 함께하는 일이다. 좋은 벗은 말, 행위, 관점이 드러나는 생활 그 자체로 제 곁의 변화를 유도한다. 그런 인물이 현실에만 있을 리 없다. '체공녀 강주룡'은 올해 만난 가장 멋진 친구다. 주룡을 통해 후련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일상생활을 몸 써서 돌파하는 자의 건강함을, 할 말은 하고 사는 자의 거침없음을, 옆 사람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인정 어린 마음을 보았다. 어느 하루 삶의 무수한 세부 항목을 치러낸 그는 말한다. "이만하면 오늘도 떳떳하다." 주룡이 가진 활달한 생의 리듬에 덩달아 어깨가 펴진다.
김민식(드라마 PD)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저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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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고기 사이에 한 번쯤 놓여야 할 이야기, 『고기로 태어나서』 저자가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서 직접 일하고 생활하며 쓴 책입니다. 축산업의 효율성 증진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비참한 환경을 가져왔는지 책을 보면 일단 놀라실 거고요. 그런 상황을 이토록 유쾌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실 겁니다. 책을 읽고 나면 반응은 둘 중 하나예요.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한승태 작가의 첫 책 『인간의 조건』 이 읽고 싶어지거나. 즐거운 삶을 위해 후자를 권합니다.
장수연(라디오 PD)
『나의 두 사람』(김달님 지음 ㅣ 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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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인친들의 피드에 이 책에 대한 언급이 느는 걸 보고 궁금해서 구입하게 됐다. 읽는 내내 '이 책은, 삶으로 쓴 책이구나' 생각했다. 작가가 삶을 재료로 해서 썼다는 말이 아니다. 차라리 삶 그 자체가 주체가 되어 작가를 끌고 글로 들어간 것만 같다. 삶이, 작가가 살아온 시간이 글을 밀고 가는 듯한 책. 쓰여야만 하는 삶. 읽혀야만 하는 이야기. 내가 연출하고 있는 프로그램 <양요섭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추석 연휴 특집을 핑계로 김달님 작가님을 섭외했었다. 초대석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깨달았다. 이 책을 소개한 걸로 내 월급 값은 했구나!
이기준(그래픽 디자이너)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지음 ㅣ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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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의 축구 이야기쯤 아웃사이드 드리블로 가볍게 제칠 김혼비의 축구 이야기. 책 읽는 내내 몸이 근질거렸다. '나도 조기 축구를 해야지!' 마음먹었지만 그럴 시간에 이 호쾌한 모험담을 한 번 더 보는 편이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장래에 김혼비 작가님이 다른 종목에도 관심 품으시길 간곡히 바란다. 편집자가 책상에 올려둔 책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놓지 못했다. 올해 완독한 몇 안 되는 책.
임진아(일러스트레이터)
『가슴이 콕콕』(하세가와 슈헤이 글?그림 / 김숙 옮김 ㅣ 북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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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의 어린이책 코너에서 발견했다. 책을 끌어안고 계산대로 향하던 마음이 아직도 선명하다. 『가슴이 콕콕』 은 사소한 다툼을 그린다. 그 다툼은 눈물처럼 맑고, 화해는 기지개처럼 개운하다. 모든 다툼은 눈을 마주 보며 건네는 한 마디를 필요로 한다. 그 한 마디가 결국 자연스러운 표정을 내밀게 한다. 올해 유독 관계로 인해 가슴이 콕콕 아팠던 나에게 책이 말을 건넸다. 맑게 슬퍼하고, 눈을 마주하라고. 책이 내 눈을 마주 보며 말하는 것 같았다.
박지호(남성지 편집장)
『모스크바의 신사』(에이모 토울스 지음 / 서창렬 옮김 ㅣ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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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하룻밤을 꼬박 새며 완독한 책이다. 특정한 과거의 한 대목을 치밀하게 고증한 작가의 노력, 장르 소설적인 요소를 도입해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필력, 쉽고 평이한 문체로 술술 읽어 내려가게 하면서도 폭넓은 지성과 깊이 있는 지식을 놓치지 않는 완결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외국의 한 신문에 "흡인력을 위해 일부 소설적 완성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지지한다"는 뉘앙스의 평론이 실렸다고 하는데 완벽히 동의한다.
이진송(독립 잡지 편집장)
『비활성화』(임소라 지음 ㅣ 하우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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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익숙한 2018년의 독서 인구에게 임소라의 『비활성화』 를 추천한다. 허구의 인물이 SNS를 통해 오해, 곤란을 겪는 내용을 담은 픽션이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서로 다른 플랫폼의 특수성을 각 글마다 영리하게 활용하여 즐겁고도 서늘한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트위터 유저라면 마지막 게시물부터 시작하는 픽션을 주목하자. 분명히 책을 읽고 있는데 트위터 타임라인을 내리는 느낌으로 사건의 결-전-승-기를 되짚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SNS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성찰하는 무게감도 덤.
백세희(작가)
『헝거』(록산 게이 지음 / 노지양 옮김 ㅣ 사이행성)
출판사에 다녔던 습관 때문인지 매일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신간을 구경하는 습관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땐 냉큼 사고, 흥미로워 보이는 책도 이때 발견하는 편이다. 내가 꽤 솔직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만나고 그 생각이 무너졌다. 진짜 솔직함, 그 이상의 민낯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언어 안에 담담하게 쌓여 있는 그녀의 삶이 주는 위력이 엄청나서, 내 안에 감춰둔 상처까지 모조리 토해내게 만들었으니까. 독자를 위로하려는 말 한 마디 없이 위로받고 싶다면, 자연스럽게 내 안의 상처를 직면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정수(배우)
『에리히 프롬 평전』(로런스 프리드먼 지음 / 김비 옮김 ㅣ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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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 아울러 타인의 존재를 어찌 대할 것인가를 자상하게 말해주는 철학자를 만났다. 에리히 프롬의 문체는 특별하다. 따뜻하고 시적이다. 독자를 어려운 말로 조련하거나 돌려 말하며 조롱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그 주장의 방향은 우리가 사는 사회 현실을 향해 있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첫 전기이다. 저자는 어렵게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주위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프롬의 삶을 기록했다. 그의 저서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매우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거의 모든 순위표에 관심 없는 삶을 사는 까닭에 유행과 관련이 없는 독서가 대부분이다. 평소 접하는 모든 부분에서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가 들어간 책들을 즉흥적으로 검색해 찾아 읽는 편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그의 저서를 먼저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나 할까.
장강명(소설가)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 지음 ㅣ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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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발견하는 일은 좋은 사람을 발견하는 일과 같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늘 반쯤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반쯤은 운이라고 여기니까,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다. 평소에는 서점이나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내키는 대로 책을 고른다. 뮤지션 요조님과 함께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면서는 국내 저자의 신간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이 역시 좋은 발견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김원영 변호사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은 그렇게 만났다. 인간의 자격과 품위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만날 수 있었던 운에 감사한다.
유시안(시인)
『식물원』(유진목 지음 ㅣ 아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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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새 책을 접한다. 『연애의 책』 (2016) 이후 오래 기다렸다. 유진목 시인의 신작 『식물원』 은 앨범 같기도 하고, 대본 같기도 한 인상을 주는 시집이다. 기존의 시집들과는 확연히 다른 오라가 있어 고른 사람에게 보람을 느끼게 한다. 식물에 비유해 인간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이 시집은 스케일이 작지 않다. "망설이는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시 「유목」 부분)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읽고 나면 시인의 말마따나 전 생애를 지나는 입장료 1만 원의 식물원 체험을 한 것 같다.
김수연(화가)
『선불교의 철학』(한병철 지음 / 한충수 옮김 ㅣ 이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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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서 책을 접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정하고 공들여 읽는 과정이, 잘 읽은 것을 꺼내놓고 나누는 시간이 즐겁다. 이 책 역시 독서 모임에서 만났다. "이론과 담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지닌 선불교의 철학을 다루는데, 서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플라톤, 라이프니츠, 피히테,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의 철학적 핵심을 짚어내면서 선불교의 중심 개념을 '비교 연구'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서양과 동양 사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깊은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선불교를 통해 철학 하는 경험이 새로웠다.
전삼혜(소설가)
『물속을 나는 새』(이원영 지음 ㅣ 사이언스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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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펭귄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동물원뿐인데 그것만으로 우리가 펭귄을 '알고 있다'고 하기엔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남극에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연구원뿐이다. 그런데 연구원에게 펭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바짓자락을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었는데 이 책이 나와 굉장히 반갑다. 책은 주로 SNS에서 책 소개 카드뉴스나 홍보 게시물을 참고한다.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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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미경
2018.12.24